“함영주 행장 ‘잘 살펴보라’ 기억 안나”

함영주 행장 등을 피고로 하는 KEB하나은행 채용 비리 재판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함영주 행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재판에서 2011~2015년 인사부장을 역임한 송 모 영업본부장이 증인신문에서 함영주 행장 책임을 부인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 재판은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이 진행하고 있다.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는 함영주 행장, 장기용 하나GMG 대표, (주)하나은행이다. 송 본부장은 지난 1월 11일, 3월 15일 공판기일 동안 8시간가량 증인신문을 받았다.

검찰은 송 본부장을 상대로 피고인들이 외부 청탁을 받고 2015년 하나은행 하반기 채용에 압력을 행사했음을 확인하려 했다. 피고인들 때문에 떨어져야 할 지원자가 붙고, 합격권에 있던 사람은 탈락했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피고 측은 함영주 행장과 장기용 대표가 채용 절차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피고 측은 과거 채용에서도 은행이 필요한 인재를 가려내기 위해 일부 합격자를 조정했으며 이는 비리가 아니라고 했다. 피고 측은 하나은행 내규에 의해 채용은 인사부장 전결 사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송 본부장은 함영주 행장, 장기용 대표, 하나금융지주 임직원들 추천을 정리해 ‘채용 추천자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리스트에 오른 지원자는 서류·합숙 면접·임원 면접 등에서 떨어져도 인사부가 한 번 더 살펴보는 기회를 누렸다. 결국 일부 지원자는 전형별 커트라인에 미달해도 최종 합격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송 본부장은 함영주 행장 등의 추천이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으며 압박을 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추천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으며 은행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되면 뽑았다고 했다. 학교, 학점 외에 외국 유학 경력이나 자격증, 대외 활동, 성별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성별의 경우 영업점에서 남성 행원 수요가 많았다고 했다.

검찰은 “리스트에 들어있지 않은 지원자는 기회도 없지 않나”며 “외부 청탁을 따로 분류한 건 문제 아닌가”라고 했다. 송 본부장은 “서류전형 지원자 1만3000여명을 다 꼼꼼히 보기 어렵다”며 “일부 조정을 했지만 전체적으론 공정하게 채용했다”고 했다. 

함영주 행장 문의에 대해 송 본부장은 “서류와 면접 전형 결과를 보고한 적도 없고, 행장이 누구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하지도 않았고, 단지 결과를 알려달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처리했다”고 했다. 함영주 행장이 말했다는 “잘 살펴보라”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송 본부장은 장기용 대표의 경우도 함영주 행장과 비슷하게 대처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장기용 대표가 2015년 인사 담당 부행장 재직 시 자신과 사옥 같은 층을 쓰는 등 업무상 가까웠으므로 자연스럽게 채용 상황을 알았을 순 있다고 했다.

검찰은 송 본부장이 수사를 받을 때와 달리 법정에선 “모르겠다” 등으로 비껴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송 본부장은 검찰 수사에선 기억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추측성 진술을 많이 했다고 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내달 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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