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의 딴생각] 고시원 입주자 인터뷰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반짝이는 모래 빛, 낭만적인 가랑잎. 시인 김소월이 살고 싶어 했던 강변의 풍경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중에도 강변에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원룸만이라도 탈출하고 싶은 것이 꿈일지도 모르겠다.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고시촌 탈옥을 원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픽사베이

고시촌에 도착한 뒤 그에게 한 첫 질문은 ‘숙면은 취하느냐’ 였다. 그의 답변은 ‘숙면 따위 중요치 않다’는 말로 일축됐다.

침대에 누우면 발이 침대 끝에 닿아요. 닿는 순간 심리적으로 위축되죠. 보다 넓은 방도 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내 마음 따위는 접어두어야 해요.

괜찮다며 위로를 해줘야할지, 다그치며 이곳에서 어서 벗어나라고 해야 할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고시원에 입주할 때 계약서는 쓰셨나요? 계약서 작성 없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고 하던데...”

계약서를 쓴 적도 있고 안 쓴 적도 있어요. 고시원 주인 마음이죠. 어차피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별 의미 없어요. 월 단위 월세 입금 형식이니까요. 보증금을 요구하는 곳이 있긴 한데 돈이 없기도 하지만 보증금을 떼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그런 곳에는 거주하지 않아요. 거창한 표현이지만 ‘서로의 상황과 마음이 연결’되어야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고시촌 동네라는 곳은 말이죠.

“월세는 얼마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제가 경험한 곳은 18만원에서 40만원 사이였어요. 요즘 아무리 싸더라도 18만원 보다 더 저렴한 곳은 없더라고요. 2010년도에만 해도 신림동에 가면 12만원 짜리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젠 그렇게 싸게 묵을 수 있는 곳은 없어요.

“18만원에서 40만원 사이면 가격 차이가 꽤나 나는 편인데.. 그리고 40만원이면 원룸에서 생활하는 게 낫지 않나요?”

맞아요. 40만원 낼 바에야 원룸에서 사는 게 낫죠. 문제는 보증금입니다. 못해도 100-200만원은 필요할 텐데 그 돈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고시원이 존재하는 것이죠. 저만 해도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식인데 보증금은 엄두도 못 내죠. 그리고 보통 방에 창문이 있으면 가격이 비싸지는데 창문도 밖으로 연결되는 외(外)창문이 있는 곳은 더 비싸고 실내랑 이어지는 내(內)창문이 있는 곳은 조금 더 싸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 방은 지금 아예 창이 없는 곳 이예요.

“제일 처음 어떻게 고시원을 이용하게 되셨는지요?”

돈 좀 벌어보려고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아무리 해도 돈이 모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숙식비를 아껴보려고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는데 한두 달 지나보니 살만 하더라고요. 어차피 잠만 잘 공간이 필요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곳이 없죠.

“그 외에도 장점이 있다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파트나 원룸에서 살면 관리비를 내야하지만 고시원은 한 달 월세에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전기세, 수도세, 심지어 와이파이(wifi) 비용까지 별도 청구되지 않으니 이게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보통 공용주방에 항상 밥과 김치가 있어요. 돈을 아끼고 싶은 사람들은 구비된 밥에 컵라면이나 즉석식품을 구매해 와서 끼니를 때웁니다. 저도 매번 고시원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밥값이 한 달에 3-4만 원 정도 밖에 안나와요.

“좋은 고시원을 구하는 팁(tip)을 말씀해주신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음.... 보통 고시원 홈페이지에 있는 방 구조와 욕실 모습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아요. 반드시 직접 가서 꼼꼼하게 점검해  봐야하죠. 만약 친구와 동행할 수 있다면 좋아요. 혼자 가서 잘 못 보는 경우도 있고 괜히 눈치 보느라 방을 대충보고 나오게 되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의 고시원이 안전에 취약한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각 방마다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는지, 방범용 CCTV는 잘 운영되고 있는지 모두 눈으로 확인했죠.

그는 올해 말까지 돈을 모아서 고향에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고향에 내려가도 마음은 편치 않지만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방에 머물 수 있단다. 거기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까지. 그가 하루 빨리 돈을 벌어 엄마, 누나와 함께 강변살기를 소망한다.  [청년칼럼=하늘은] 

 하늘은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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