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청년칼럼 하늘은의 딴생각
엄마야 누나야 고시촌 탈출하자[하늘은의 딴생각] 고시원 입주자 인터뷰
하늘은 | 승인 2019.04.04 11:47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반짝이는 모래 빛, 낭만적인 가랑잎. 시인 김소월이 살고 싶어 했던 강변의 풍경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중에도 강변에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원룸만이라도 탈출하고 싶은 것이 꿈일지도 모르겠다.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고시촌 탈옥을 원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픽사베이

고시촌에 도착한 뒤 그에게 한 첫 질문은 ‘숙면은 취하느냐’ 였다. 그의 답변은 ‘숙면 따위 중요치 않다’는 말로 일축됐다.

침대에 누우면 발이 침대 끝에 닿아요. 닿는 순간 심리적으로 위축되죠. 보다 넓은 방도 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내 마음 따위는 접어두어야 해요.

괜찮다며 위로를 해줘야할지, 다그치며 이곳에서 어서 벗어나라고 해야 할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질문을 계속 이어갔다.

“고시원에 입주할 때 계약서는 쓰셨나요? 계약서 작성 없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고 하던데...”

계약서를 쓴 적도 있고 안 쓴 적도 있어요. 고시원 주인 마음이죠. 어차피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별 의미 없어요. 월 단위 월세 입금 형식이니까요. 보증금을 요구하는 곳이 있긴 한데 돈이 없기도 하지만 보증금을 떼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그런 곳에는 거주하지 않아요. 거창한 표현이지만 ‘서로의 상황과 마음이 연결’되어야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고시촌 동네라는 곳은 말이죠.

“월세는 얼마인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제가 경험한 곳은 18만원에서 40만원 사이였어요. 요즘 아무리 싸더라도 18만원 보다 더 저렴한 곳은 없더라고요. 2010년도에만 해도 신림동에 가면 12만원 짜리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젠 그렇게 싸게 묵을 수 있는 곳은 없어요.

“18만원에서 40만원 사이면 가격 차이가 꽤나 나는 편인데.. 그리고 40만원이면 원룸에서 생활하는 게 낫지 않나요?”

맞아요. 40만원 낼 바에야 원룸에서 사는 게 낫죠. 문제는 보증금입니다. 못해도 100-200만원은 필요할 텐데 그 돈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고시원이 존재하는 것이죠. 저만 해도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식인데 보증금은 엄두도 못 내죠. 그리고 보통 방에 창문이 있으면 가격이 비싸지는데 창문도 밖으로 연결되는 외(外)창문이 있는 곳은 더 비싸고 실내랑 이어지는 내(內)창문이 있는 곳은 조금 더 싸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 방은 지금 아예 창이 없는 곳 이예요.

“제일 처음 어떻게 고시원을 이용하게 되셨는지요?”

돈 좀 벌어보려고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아무리 해도 돈이 모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숙식비를 아껴보려고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는데 한두 달 지나보니 살만 하더라고요. 어차피 잠만 잘 공간이 필요했으니 이 보다 더 좋은 곳이 없죠.

“그 외에도 장점이 있다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파트나 원룸에서 살면 관리비를 내야하지만 고시원은 한 달 월세에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전기세, 수도세, 심지어 와이파이(wifi) 비용까지 별도 청구되지 않으니 이게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보통 공용주방에 항상 밥과 김치가 있어요. 돈을 아끼고 싶은 사람들은 구비된 밥에 컵라면이나 즉석식품을 구매해 와서 끼니를 때웁니다. 저도 매번 고시원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밥값이 한 달에 3-4만 원 정도 밖에 안나와요.

“좋은 고시원을 구하는 팁(tip)을 말씀해주신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음.... 보통 고시원 홈페이지에 있는 방 구조와 욕실 모습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아요. 반드시 직접 가서 꼼꼼하게 점검해  봐야하죠. 만약 친구와 동행할 수 있다면 좋아요. 혼자 가서 잘 못 보는 경우도 있고 괜히 눈치 보느라 방을 대충보고 나오게 되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의 고시원이 안전에 취약한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각 방마다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는지, 방범용 CCTV는 잘 운영되고 있는지 모두 눈으로 확인했죠.

그는 올해 말까지 돈을 모아서 고향에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고향에 내려가도 마음은 편치 않지만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방에 머물 수 있단다. 거기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맛있는 밥까지. 그가 하루 빨리 돈을 벌어 엄마, 누나와 함께 강변살기를 소망한다.  [청년칼럼=하늘은] 

 하늘은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ews34567@nongaek.com)도 보장합니다.

하늘은  zilso17@naver.com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매체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논객닷컴 | (03163)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2, 대일빌딩 1405호
대표전화 : 070-7728-8569 | 팩스 : 02-722-65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종국
제호: 논객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78 | 등록일 2011년 9월 27일 | 발행일: 2011년 10월 1일 | 발행ㆍ편집인 : 권혁찬
Copyright © 2019 논객닷컴.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