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합계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져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태어나는 아기가 사망하는 사람보다 적음)가 시작됩니다. 인구절벽이 코 앞으로 다가와 국가존망이라는 ‘위기의 초침’이 째깍째깍 돌기 시작했습니다.

‘무턱대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1960년대 ‘가족계획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냈던 출산억제 메시지(표어)입니다. 출산율 저하에 시달리는 작금의 현실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내용이죠.

보리고개로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이라 그때만해도 입(사람)을 줄여야 했습니다. 지금 한창 은퇴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베이비부머가 출생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거꾸로 ‘국민들이 무턱대고 애라도 낳았으면~’ 하는 절박한 상황이 됐습니다. 물론 개인차원에서야 무턱대고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만서도요.

출산율 저하는 100조원을 쏟아붓고도 개선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경제뇌관이 됐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책관료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을 테지만, 한 두가지 문제가 얽힌 사안이 아니어서 해법 또한 간단치 않습니다.

한때 가족계획 표어에 등장했던 ‘무턱대고 낳다~’란 표현.  당시만해도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이 표현이 이즈음 ‘출산에 관한 한 긍정의 메시지'로 다가오는 까닭입니다.

가로수 그루터기에 남겨진 나이테@동이

무턱대고~

'무턱대고'란  ‘잘 생각하거나 따져 보지 않고’ ‘헤아림없이 마구’란 뜻의 부사입니다.  상대가 무턱대고 '내지르는 행위'를 보는 타자(他者)입장에서 ‘무턱대고~’는 ‘근거나 합리적인 논리가 결여된’ 행위입니다.

‘무턱대고란 말뜻(근거나 합리적인 논리가 결여된)을 풀어보면 ‘무턱대고’의 '무'는 무(無).  ‘헤아림없이’ ‘생각없이 ‘근거없이’ 등등 주로 '없이(無)'란 뜻으로 쓰이는 데 주목해봅니다.

‘턱없다’(근거가 없다/이치에 맞지 않다) 역시 ‘무(無)턱’이란 뜻입니다. ‘턱도 없다’ ‘택도 없다(일부 지방)’로도 쓰이며 ‘어림없다’란 뜻 역시 담겨 있습니다.

‘무턱대고’의 ‘턱’이나 ‘턱없다’의 ‘턱’이 같은 의미임을 알 수 있죠.

‘턱’은 ‘터’(기초가 되는 땅/집터 장터 싸움터 활터 나루터 텃밭 터주대감 할 때의 터)의 유관어로도 보입니다. 터 역시 ‘땅’과 같은 물성(物性)의 의미 외에 근거라는 뜻을 지닙니다. 터잡아(근거해) 터무니없이 등등이 그것이죠. ‘~에 근거하여’라는 한자말 대신 ‘~에 터잡아’란 말로도 종종 쓰입니다.

'터무니없이'란 표현도 ‘터’에서 파생된 말.  ‘터+무니+없이’로 쪼개지며, 여기서 ‘무니’는 ‘무늬’의 변이로 추정됩니다. ‘터라고 볼만한 무늬가 없다’란 뜻에서, 즉 ‘근거가 될만한 게 없다’란 말이어서 ‘턱없다’와 뜻이 같다하겠습니다.

‘그루터기’란 말이 있습니다. 나무가 잘려 일부가 그 흔적으로 남은 것이죠. ‘그루+터+기(명사형)’의 그루는 나무를 세는 단위(나무 자체를 뜻하기도 함)이고 '터'는 나무가 있던 자리.  나무(그루)가 있던 자리(터)에 남이 있는 등걸 따위(기)란 뜻으로 역시 ‘터’ 계열어입니다.

나무를 자르면 나이테가 선연히 남습니다. 둥그런 띠 모양의 무늬로 보통 1년에 하나씩 생깁니다. 숨길 수 없는 나무나이의 ‘근거’인 나이테의 ‘테’ 역시 ‘근거’라는 뜻의 ‘터’에서 파생됐지 싶습니다. 테두리, 안경테(뿔테) 등의 '테' 역시 나이테의 '테’와 같습니다.

한편으로 ‘터’는 활터 놀이터 장터 공터 등에서 보듯 터진 곳, 트인 곳이란 뜻도 담고 있습니다. 이로 미뤄 ‘터’란 애초 ‘트이다’ ‘터졌다’의 ‘터’ ‘트’에서 분화해온 게 아닌가...

60년대 가족계획 표어에 등장했던 '무턱대고 낳다~'란 표현으로 떠올려 본 말뿌리 단상입니다.

*합계출산율=출산 가능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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