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끝났다. 올해도 지원자가 60만명을 넘었다. 수능시험은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치러지는 가장 큰 행사 가운데 하나가 돼 있다.
그런데 수능시험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교육제도가 외신의 조롱거리가 돼 버린 듯하다. 온 나라 온 국민이 수능시험 잘 치러야 한다는 목표에 매달려 있다. 그것은 마치 이 나라에 있어서 신처럼 군림하고 있다. 그 신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생이 수능시험 당일에 결정된다는 강박관념까지 동반한다.
때문에 이날 하루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현실이다. 고등학교 3학년 뿐만 아니라 그 이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3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바로 이날 하루로 ‘수렴’된다. 이날 시험을 잘 치르면 성공한 학창시절이 되고, 잘못 치르면 실패한 학창생활이 된다. 그러니 실패했다고 느끼는 학생들의 자살도 그렇게 많은 것 아닌가? 조롱거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수능시험이 시험 끝난 후엔 수험생들의 해방감이 크다. 강박감이 컸으니 그만큼 해방감도 클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생에서 이보다 큰 해방감을 느끼는 경우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 수능시험은 너무 쉽게 출제됐다고 해서 해방감을 느낄 겨를도 없는 듯하다. 모두가 입시설명회나 논술학원으로 몰려든다. 올해 논술학원은 대박을 올릴 것 같다. 다른 입시학원은 지금까지 해온 관성대로 수능시험 점수를 갖고 대학과 학과의 배치표를 만들어 돌린다. 참으로 희극 아닌 희극이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이처럼 희극 아닌 희극 속에 꿈많은 시절을 소모한다. 추억을 만들기도 힘들다. 특목고 진학을 위해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해야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3년 내내 대학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공부를 한다. 소신껏 그런 것 하지 않는 학부모와 학생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그렇게 자식교육에 매달리는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덧 늙어간다. 그 사이 학부모들이 짊어지는 비용부담은  막중하다. 허리가 휜다. 그 부담 때문에 몸과 마음이 더 쇠약해고 노후는 더 힘들어진다. 아마도 자식을 키우는데 가장 힘든 시기가 바로 이 중고등학교 시절일 것이다. 이 때가 우리나라 학부모와 학생의 정신적 경제적 신체적 부담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대학등록금도 비싸서 역시 힘들긴 하다. 그렇지만 대학 시절에는 아르바이트나 장학금 같은 것으로 일부라도 메울 수 있다. 더욱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던 대학등록금마저 이제는 한풀 꺾였다. 앞으로는 점차 인하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중고등학교 시절의 학비부담이 더욱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모두가 질려버린다. 부모는 부모대로 힘들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지쳐버린다. 장차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자신감이 없어진다. 이 짓을 커서 또 해야 한다는 말인가? 차라리 아이 없이 살고 말지......
우리나라 성인들은 모두 이런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러니 결혼과 출산율이 저하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의 창의력조차 이 시기를 거치면서 모두 말라버리고 만다.
그런데 13일 한나라당이 내년부터 `만 0세' 영아에 대해 전면적인 무상보육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맙긴 하지만 방향이 빗나간 것이 아닌가 한다. 아이를 낳았을 때 출산장려금을 주고, 보육료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것보다 시급한 것은 아이가 중고교 다닐 때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 아닐까?
사실 자식이 아주 어렸을 때는 억지로 비싼 유치원, 비싼 유모차를 찾지만 않는 한 아쉬운 대로 감당할 만하다.
오히려 한국인에게 가장 감당하기 힘든 시기는 역시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아이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나, 부모의 안정된 경제생활과 노후준비를 위해서나, 아이의 창의력 육성을 위해서도 이 시기를 ‘해방’시켜 주는 것이 긴요하다. 그래야 출산율도 높아지고 인구감소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한 정책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정부 여당이 자녀 키우는 부담을 덜어주려고 애쓰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한국인이 한 평생 살아가는 데 무엇이 가장 힘들고, 무엇이 창의력을 약화시키고 출산율을 낮추는지 잘 판단해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입시지옥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거나,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사회풍토를 쇄신할 수 있는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일부가 주장하듯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조건 모든 것을 정부가 지원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되도록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부 재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급식비든 학비든 지원해 주지 않아도 된다. 우리 국민들은 참고 감수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무엇이든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간절한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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