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1일로 창당 14주년을 맞이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와중에서 신한국당과 꼬마민주당의 합당으로 만들어진 한나라당은 이로써 우리나라의 ‘최장수 정당’이 됐다고 스스로 말했다. 굴곡 많은 헌정사에서 수많은 정당이 생겼다가 사라져갔던 지난날을 돌이켜 볼 때 ‘최장수 정당’이 됐다는 것 자체가 경하할만한 일이다.

한나라당은 그 사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는 정권을 잃어 야당생활을 했고, 특히 한때는 ‘차떼기정당’으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때 천막당사를 치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한나라당은 다시 여당이 되긴 했다. 하지만 집권 4년만에 또다시 큰 위기를 맞이했다.

바깥으로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고, 안철수바람이나 보수신당설로 인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쇄신움직임이 거세게 이는 등 큰 파란이 일고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생일을 맞은 21일에도 ‘자축’보다는 ‘자성’의 분위기가 우세했다.
이날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앞에 겸허한 마음으로 역사 앞에 선다는 자세로써 책임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국민의 마음을 사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황 원내대표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미디어법을 통한 방송통신분야의 재편성, 국방개혁 등을 꼽았다. 그러나 황 원내대표가 스스로 내세운 ‘막중한 과제’들이 모두 국민의 마음을 사기에는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필요성을 인정하는 전문가와 국민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곳곳에 어떤 ‘지뢰’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많은 국민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방송통신분야의 재편성은 엄청난 혼란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말이 좋아 ‘재편성’이지, 사실은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 등 일부 신문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파행’의 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사실 한나라당이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조중동 의존체질’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 의존체질을 더욱 강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권이 바뀐 뒤에 청문회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조중동 의존체질’을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한나라당은 매사에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체질개선과 쇄신을 부르짖고, 젊은이들과의 교감이나 참신한 인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얼마나 효과를 낼지 미지수이다. 지난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났듯이 젊은이들과 많은 지식인들이 한나라당에 이미 등을 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설사 영입된다고 해도 얼마나 유의미한 일을 할 수 잇는지는 더욱 의심스럽다. 아마도 그 어떤 성인이나 철인이 들어가도 뜻을 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때 노나라 재상자리를 맡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공자나, 시라쿠사의 참주 디온에게 초빙받아 갔다가 좌절한 플라톤의 경우처럼.

한나라당 이야기대로 최장수정당이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당끼리는 견해차가 있는 가운데서도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이란 곧 국민을 위한 경쟁이다. 그런데 국민의 지탄을 받는다는 것은 선의의 경쟁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존재하는 것은 그저 당파싸움일 뿐이다. 그런 와중에 국민만 피곤해진다.
 
나를 포함해 우리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특별히 미워하거나 좋아할 이유는 없다. 미움 받을 짓 하면 미워하고 사랑 받을 일을 하면 사랑하게 된다. 그러므로 한나라당도 진정으로 자기반성을 통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바란다. 그래야 국민이 행복하고 편안해질 수 있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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