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 라이딩 11월에 들어서면서 겨울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툼한 옷으로 무장한 동호회 회원들이 하나둘 모여 출발준비를 한다. 산행 출발지점인 가락재휴게소까지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춘천을 지나 홍천군 느랏재를 넘어 가락재까지.... 춘천고속도로 개통으로 동홍천까지 가서 홍천방향으로 되돌아오는 길이 빠를 수도 있으나 구성포 길을 택한다.
춘천IC를 빠져나가 중앙고속도로 춘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휴게소가 나오고 내리막길이 나온다
춘천에 거의 진입하면서 우회전하여 소양호 방향으로 달리면 삼거리 갈림길이다.구성포라고 쓰인 푯말이 나오면서 오른쪽으로 고개가 시작된다. 원래는 2000년도 고성에서 열린 잼버리대회 때문에 개통되어 '잼버리길'로 알려진 도로이다.
대회 이후에는 차량이동이 드문 곳이고 최근에는 사체유기 장소로 매스컴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느랏재를 넘자마자 다시 가락재가 나타난다. 그리고 터널이다. 이제는 모든 고개마다 구멍을 뚫어 재는 낮아져 있다. 그래도 강원도의 재는 역시 고개를 들게 한다. 가락재휴게소에서 하차한 후 잔차를 내리고 몸을 푼다.
 
가리산 라이딩 출발점은 휴게소에서 시작된다. 휴게소에서 다시 온 길로 500m쯤 되돌아가면 산쪽으로 임도 입구가 나온다. 3년 안식년제로 휴식년이 있는 산이다. 가리산 라이딩은 지구력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완만한 길이 잔차 마니아들을 유혹한다.
산길치고는 너무 잘 정돈되어 있다. 경기도의 산과 강원도의 산은 많은 차이가 난다. 잘 다져진 흙길의 감촉이 잔차를 통해 엉덩이에 전해온다. 사오랑고개를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도는데 55km. 산 길 55km는 긴 거리이다.
그러나 가리산은 소풍 길이다. 끌바 들바 멜바는 한군데도 없다. 초겨울의 산바람이 코끝을 건드리며 가끔 한기를 느끼게 한다. 그것도 잠시, 작은 고개를 오르면서 땀을 흘린다. 모두들 얼굴이 벌개지면서 땀방울을 떨군다.
일행 가운데 몇 명이 셔터를 눌러댄다.라이딩이 시작되자마자 경관에 취해 서로 한 컷을 부탁한다. 눈길은 계곡 아래로 자꾸 간다. 달리고 싶지 않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오고 싶어진다. 그 맛은 다르리라.
첫 번째 오르막 정상에서 휴식을 취한다. 처음 온 이들의 감상문이 들려온다. 탄성의 소리들... 환상의 다운힐이 이어진다. 올라온 거리에 비해 내리막이 길다. 포장도로가 보인다. 잘못 내려온 것이다. 오른쪽으로 돌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모두들 다운힐에 취해, 내려가는데 몰입하다 길을 놓쳤다. 내려간 만큼 20분 쯤 업힐을 다시 한다. 아무도 화내지 않는다. .
 
쭉쭉 뻗은 이름 모를 나무들과 산길처럼 꼬부라진 참나무들의 어울림은 자연이다. 콧물을 훔치며 달리는데 길가의 잔가지들이 얼굴을 때린다. 그 놈들을 피하려고 좌 우, 아래 위로 머리를 흔들면서 온몸 운동을 한다. 양지와 그늘이 교차되면서 계곡은 굽이 굽이 잘도 돌고 돌아 간다.
가리산 임도의 최고 경사도는 10도를 넘지 않는 것 같다. 초보자들의 마라톤 코스이다. 1015m 가리산 정상을 오른쪽으로 하고 임도는 완만하게 돌아가고 있다. 7-8부 능선을 따라 가리산 임도는 부드럽게 또 돈다. 지난여름 홍수의 흔적이 보인다. 군데군데 파인 계곡을 공사하는 인부들과 마주친다. 고마운 일들을 하고 있다.
단풍철에 못 온 아쉬움이 크다. 25km 지점부터 지쳐가는 이들이 있지만 가리산은 모두를 잘 보듬어 안아준다. 추운 날씨지만 모두 모여 김밥으로 점심을 때운다. 간간히 나타나는 웅덩이는 바퀴들을 삼켜 넘어트린다..
길가에 서릿발이 하얗게 분칠을 하고 있다. 초겨울인데도 포근하다. 오르락 내리락, 짧은 코스라면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산길이다. 2시간 쯤 올랐을 때 동쪽으로 가리산 정상이 보인다. 이쪽의 높이와 별 차이 없게 느껴진다. 계곡 아래가 아득히 멀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1천m 높이의 산을 바라보며 임도 정상으로 향한다. 추운 날씨 탓에 휴식 시간을 줄인다. 이제는 내릴락 오르락이다. 엎힐은 끝이라고 했지만 야트막한 엎힐은 마지막까지 계속된다. 보통 5km 이상의 다운힐이 피로를 풀어준다. 정상에서 약수터까지 내려오는 길은 보너스이다. 그리고 다시 엎힐 같지 않은 엎힐을 하고 나니 마지막 삼거리가 나온다. 마지막 다운힐이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강원도의 힘이다. 산은 강원도에 있어야 한다. 휴게실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는 두 갈래 길이다. 먼저 간 일행들이 긴 코스를 돌고 와 길 안내에 문제가 있었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광분한다. 그러나 같이 간 또 다른 일행들은 정반대이다. 너무 좋았다는 반응이다. 언젠가는 애인과 꼭 다시 가고픈 산길을 다녀왔다. 귀가 길은 언제나 즐겁다. 휴게소에서 주님을 모신 분들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한다. 가락재 느랏재를 뒤로 한 채 호반의 도시에 도달한다.
소양호는 춘천을 휘감고 돌아 강촌으로 향한다. 가평 다리에 차들이 서 있다. 막혀 있다. 소양강, 명지산, 남이섬에서 나오는 차들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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