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의 여성들은 나무빗을 많이 쓴다.
핸드백 속에는 아기 손바닥만한 나무빗이 하나쯤 들어 있다. 나무빗은 예술품에 가까울 정도로 디자인이 아름다워서 마치 액세서리처럼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교토의 빗가게 쥬산야(13屋)는 바로 그 아름다운 빗을 만들어 파는 가게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가게 이름이 <13야>가 된 것은 빗의 일본어인 ‘구시’가 ‘9(구)+4(시)’를 의미하므로 더하면 13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점포는 저녁이면 퇴근하다가 들른 젊은 여성들로 만원이다. 또 교토에 관광 온 여성들도 <빗의 예술>인 이 가게에 들러 자기가 쓸 빗과 선물할 빗을 사는 광경을 언제나 볼 수 있다.
이 가게는 점포는 4평이 채 안될 정도로 작지만 1천종이 넘은 다양한 빗을 구비해놓고 한달 매출만도 1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빗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쥬산야가 문을 연 것은 1875년. 1대 조상인 치산키치(治三吉)는 오사카 근처의 기시와다시에서 사무라이였는데, 메이지 유신으로 사민평등이 되면서 먹고 살 길이 없어지자 교토에 올라와 빗 가게를 시작했다.
그 후 4대째인 미치카즈(道和)에 이어지기까지 쥬산야는 약 100년간을 정진했고, 그 결과 지금은 일본 왕실에 빗을 납품하는 어용가게로 선정되었다.
“플라스틱 빗은 머릿결을 손상시키지만, 버드나무 빗은 머릿결을 보호 합니다.”
빗가게 쥬산야의 5대 주인 다케우치 신이치(56)의 말이다.

나무빗을 만드는 나무는 회양목이다. 회양목은 일본에서는 황장목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나무색갈이 담황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회양목은 일본의 남부지방에서 잘 자란다. 나무의 재질이 치밀하여 단단한 것이 특징이어서 빗이나 도장, 장기알 등을 만드는데 많이 쓰인다.
회양목 중에서도 규슈의 최남부인 가고시마산을 최고로 친다.
빗가게에서는 아예 가고시마 빗이라는 상품이 따로 있을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실제로 가고시마의 회양목으로 만든 빗을 보면 나무가 아니라 마치 대리석으로 만든 것처럼 매끄럽고 아름답고 단단해 보인다.
가고시마 회양목으로 만든 빗은 표면이 매끄러워 머리를 빗을 때도 시원한 감촉을 느끼고 두피에 빗의 날이 닿아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품질이 우수하다 보니 그 값도 비싸다. 제일 싼 것이 5천엔(7만원)정도이고 거의 대부분이 1만엔 이상이며, 한 개에 7만엔(95만원)이 넘는 빗도 있다. 이 가게의 빗이 비싼 이유는 하나만 가지면 최하 10년 이상을 쓸 수 있기 때문인데, 사실은 평생 2-3개만 가지면 충분할 정도이다.
그래서 요즘 부잣집 처녀들은 시집갈 때 쥬산야의 빗 3개를 가지고 간다. 그 3개만 있으면 평생 빗 걱정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었다.
빗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다. 재료인 회양목의 사 입에서부터 그것을 쪼개고, 말리고, 깎고, 다듬는데, 다듬을 때는 속새풀껍질로 정성스럽게 빗의 표면을 문지른다. 또 빗살 한 올 한 올 가닥을 만드는데도 섬세한 감각과 정교한 손놀림이 요구된다. 이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며 주인이 직접 한다. 이처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10년간의 연마과정이 걸린다.
이렇게 완성된 빗에 다시 디자인학과 교수들이 초현대적이고 컬러풀한 디자인을 그려넣으면 빗이 아니라 예술이 된다. 이처럼 디자인이 좋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빗이 아니라 액세서리 혹은 부의 상징으로까지 여기고 있다. 무심코 꺼내서 머리를 빗는 것처럼 보이지만 빗 자체가 예술이기 때문에 대번에 남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80년대에는 힘들었습니다. 플라스틱의 시대였으니까요. 그러나 일본의 소득이 점차 높아지면서 고객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값이 싼 플라스틱 빗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안 것이지요.”
품질이 좋다는 것은 “소리 내지 않고 손님을 모으는 것”이라며, 품질만이 자신과 가게를 지키는 첩경이라고 주인은 말했다. 특히 요즘은 디자인의 향상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단 1년이라도 나무 빗을 써본 고객들은 그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결국 평생 자신의 가게의 고객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목표는 <예전에 조상들이 만든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과거 선조들이 만든 빗 중에는 국보가 되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의 뛰어난 빗이 많았다고 한다. 그 목표를 향해 자신은 과거 선조들이 해왔던 것처럼 “예술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목숨 걸고 만들 뿐”이라고 얘기한다.
일본 왕실에서는 예부터 지금까지 플라스틱 빗을 쓴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한다. 오로지 최고급의 나무에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빗을 사용하는데 그 중에는 국보급의 작품이 있다고 한다. 오로지 빗 만들기 140년. 현재 쥬산야의 명성은 이미 일본전국이 알고 있다. 모두 좋은 품질 때문이다. 주인 다케우치씨는 명문 동지사 대학 기계과를 나와 샐러리맨이 되고 싶어 도쿄에서 3년간 직장생활을 했으나 3년 만에 직장생활을 접고 가업을 이어 받았다. 현재 6대째 가업을 승계할 그의 아들(23)도 아버지처럼 동지사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대학을 졸업하는 대로 가업을 이을 예정이라고 한다.
/논픽션 작가, <일본의 상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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