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시인, ‘좀비에 관한 연구’ 출간…스몸비 등 인간성 상실 세태 풍자

[오피니언타임스] 이동순 시인이 17번째 시집 ‘좀비에 관한 연구’를 출간했다. 도발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평범한 시집은 아니다.

시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사회에 만연한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비판 의식을 풍자로 풀어냈다. 시집이라기 보다는 ‘좀비 연구 보고서’에 가깝다.

시인이 ‘좀비’라고 칭하는 대상은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의 가족, 친구, 동료, 이웃이 입에 피칠하고 달려드는 좀비로 바뀐 경우가 많다. 배신, 독점, 이간질,질투, 비루한 욕망, 속물성 등등 과거에 없던 흉한 꼴들이 우리 삶을 장악하고 늘 불편하게 한다.

‘좀비에 관한 연구’는 이런 현실에 대한 우려와 함께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결국 우리가 좀비꼴이 되어서는 안되며, 설사 좀비가 되었더라도 우리가 그들을 다시 인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인이 제시한 좀비 퇴치법은 ‘좀비의 인간화’로 귀결된다. 높은 도덕적 기준을 바탕으로 꾸준한 인내를 발휘해 좀비들과 화해하는 것이다.

또한 시인은 시를 통해 아직 인간과 좀비의 경계에 서있는 이들에게 ‘자주 거울을 들여다보며 반성할 것’을 요청하고 좀비들에게는 ‘자연으로 돌아가서 살 것’과 ‘노래를 크게 불러볼 것’ 등의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시집의 시편 하나하나는 시인의 연구일지에 다름 아니다. 연구 과정을 거쳐 결과를 도출해 내는 연구자처럼 시인은 시 쓰기를 통해 인간성에 대한 성찰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해설을 쓴 김정수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좀비에 관한 연구는 여는 시 ‘좀비들의 세상’부터 좀비의 발생 과정, 생리, 기질과 현상, 욕망, 꿈, 혈통, 뿌리와 계보 그리고 좀비의 종류, 좀비 퇴치법, 좀비의 인간성 회복, 인간화, 사랑법 등 마치 좀비에 대한 한 편의 논문처럼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짜여 있다”라고 평했다.

이동순 시인은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에는 문학 평론이 당선된 후 창작과 비평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열입곱 권의 시집과 여섯 권의 평론집을 출간했다. 신동엽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시와 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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