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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문화탐구] 6-이쑤시개만으로 300년
홍하상 | 승인 2011.12.07 16:06

   
 


도쿄의 번화가 긴자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닌교초라는 상업의 중심가가 있다.
닌교초는 우리말로 인형마을이라는 뜻이다.즉 과거 에도 시대(우리나라의 조선시대)에 이 마을에서 인형을 많이 만들어 팔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인형가게가 거의 없지만 대신에 300~400년 되는 센베이 가게, 장어구이집, 도장 가게, 반찬가게가 즐비하다. 이 거리의 일각에 사루야라는 이쑤시개 가게가 있다. 사루야는 오직 이쑤시개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이다. 창업은 1704년. 이쑤시개 하나만으로 300년 이상을 버텨왔다.
 
작년 12월,이 가게를 처음 방문했을 때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그 많은 상품 중에 이쑤시개 하나만을 이렇게 전문적으로 팔 수 있으며, 그걸로 300년 이상을 버텨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이 가게의 8대째 주인 야마모토 이치오씨(63)씨가 종업원 3명과 근무 중이어서 그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가게 안에는 약 20여종의 다양한 이쑤시개가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쑤시개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대개 10개들이 한 상자에 6백엔에서부터 비싼 것은 1800엔(2만6천원정도)까지였다. 이쑤시개라고 하면 우리는 식사를 하고 난 후 치아 사이에 낀 음식찌꺼기를 제거하는데 쓰는 물건으로 알고 있지만, 그런 경우는 흑문자 요지라고 해서 그것만 전용으로 할 수 있는게 따로 있고, 떡을 찍어 먹을 때 쓰는 이쑤시개가 따로 있으며, 특별히 멋을 한껏 낸 특별세공 이쑤시개도 있었다.
 
또 그 길이도 천차만별이어서 식후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이쑤시개는 6센티와 7.5센티짜리 두 개가 있는 반면, 떡을 찍어 먹을 때 쓰는 이쑤시개는 9센티, 10.5센티, 15센티의 세 종류로, 치아용보다는 훨씬 길고 나무가 두껍다.
 
그 이유는 찹살떡처럼 무겁고 큰 것을 먹을 때는 힘을 받기위해 아무래도 나무가 뚜껍고 길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식사 후 불순물 제거용 이쑤시개의 경우도 우리는 일률적으로 5센티 정도인데 비해 7.5센티짜리의 긴 이쑤시개가 있는 것은 저 어금니 안쪽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역시 길이가 좀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쑤시개라면 중국집에 탕수육을 주문하면 공짜로 한통 가져다주는 것을 전부로 알아왔던 나로서는 참 충격적이었다. 이 가게의 이쑤시개는 낱개로는 판매하지 않고 2개들이 셋트부터 10개, 20개, 40개, 90개, 420개 들이까지 다양한 세트로 팔고 있었다.
 
90개, 420개들이 같은 것은 고급식당, 요정, 회사의 대연회용이나 세미나장, 파티 등에서 사용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가정용이라 한다. 문제는 이처럼 비싼 이쑤시개를 지금도 사용하는 사람이 있냐는 것이었다. 그의 대답은 ‘물론’이었다.
 
고급식당이나 요정 등에서는 지금도 자신의 가게에서 만든 이쑤시개만을 가져다 쓰는 가게가 많다 한다. 그러고 보니 전에 자주갔던 우동스키 전문점 미미우에서도 이 가게의 것을 쓰고 있었고, 일본의 정식 요리인 가이세키 전문식당인 헤이하치차야나 요정 가가이로 등에서도 이 가게의 것을 쓰고있다 한다.
 
또 부잣집에서는 싸구려 중국산 이쑤시개 대신 자신의 가게에서 특별 주문한 것을 쓰고 있으며, 집안의 어른 생신선물이나 결혼식 답례품,설날이나 추석같은 날의 명절선물로도 많이 나간다고 한다.
 

이 가게에서 파는 모든 이쑤시개는 흑문자라는 일종의 버드나무로 모두 하나하나 사람이 만드는 것으로, 20년 경력의 숙련된 기술자 한사람이 하루에 2000개 정도를 만든다고 한다. 굳이 기계가 아닌 사람이 만드는 이유는 기계로 만든 이쑤시개는 표면이 거칠어 잇몸에 상처를 낼 수있지만, 사람이 손으로 직접 매끄럽게 가공처리한 이쑤시개는 그럴 염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가게의 제품을 손으로 만져보니 아기피부처럼 부드럽게 잘 다듬어져 있었다.
 
현재 사루야는 일본 전체에서 유일하게 이쑤시개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파는 가게이자, 일본 왕실에도 물건을 납품하는 어용상점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농담삼아 그 많은 물건 중에서 하필이면 왜 이쑤시개냐고 물었더니,이쑤시개도 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니, 그 물건도 누군가 사용하기 편리하고, 또 기왕이면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대답이었다. ‘과연,일본인다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물건에 목숨을 건다는 것이 일본의 장인정신이지만, 이쑤시개 하나만을 가지고 8대 300년을 이어왔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었다. 더구나 그 이쑤시개 하나만을 팔아 지금은 주식회사가 되었고, 연간 매출도 120억원 정도나 되며 지금은 대로변에 자기 빌딩도 가지고 있는 이쑤시개가게 사루야.
 
오늘날 일본이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 되고 분야별로 숨음 장인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루야야말로 우리가 몰랐던 히든 챔피언 중의 하나였다.
홍하상(일본의 상도 작가)
 

홍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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