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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필수품, ‘니코틴’[이백자칼럼]
하늘은 | 승인 2019.07.01 10:56
Ⓒ픽사베이

[논객닷컴=하늘은] 26살.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문’했지만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나에게 총을 겨누었고 나 또한 명사수가 되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러다 어느 날 머리끝까지 답답함이 차올랐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했다. 쉬고 싶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점심시간을 보내고 나면 오후를 살아낼 ‘산소’가 공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자파가 내리 쬐는 모니터 앞에 팔을 괴고 머리를 박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해야 할 일이 생각났고 혼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일의 악령에 갇혀 영혼이 메말라 갔다.

"자네, 식사 안하고 뭐하는가. 어디 아파?"
"아, 아닙니다. 잠시 생각 좀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 점심은 괜찮겠습니다."
"그러다 병 나. 밥은 규칙적으로 먹어야 해. 그럼 고생하고."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시에는 무슨 일이든 감사하다고 했다)

상무님의 말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규칙적인 식습관을 위해 뭐라도 먹는 시늉을 해야 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비흡연자였지만 흡연자들의 공간으로 가서 잠시 몸을 숨겼다. 연기가 흘러 넘쳤고, 걔 중에 일부는 내 콧속으로 침투했다. 기침이 났지만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래서 담배를 피는 것일까. 아니, 힘껏 빨아들이는 것일까.

점심시간 끝나기 5분 전이었다. 산소가 아닌 ‘니코틴’이 공급됐지만, 어쨌든 충전되었다는 믿음으로 오후 업무를 개시했다. 나는 그렇게 전쟁에서 살아남았고 지금은 평화로운 마을에서 ‘진짜 산소’를 마시며 산다. 그리고 지금은 필요할 때만 ‘감사하다’는 말을 쓴다.  

하늘은  zilso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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