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사 이후 중국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하면서 도를 넘는 외교행위를 한다거나,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이 김정일 사망 직후부터 이른바 '큰 형님' 티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공식 발표한 다음 날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이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전화회담을 하고.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이 해당국 대사들을 차례로 외교부로 불렀다.

이들은 나란히 "북한 내부는 안정돼 있다" 또는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울러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 뿐만 아니라 각국에도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이번 행동을 두고 '돌출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의 불안으로 인한 동북아정세의 불안 가능성을 감안할 때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해 야할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이 심화되는 것도 중국의 이런 '돌출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북한과 중국의 교역액을 보면 올 들어 70% 넘게 늘어난 60억 달러로, 남북 교역액의 3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남북 교역을 제외한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올해 9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남한과 북한의 교역액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버리는 바람에 올 들어 10월까지 14억 달러에 머물러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가량 줄었다.

북한은 지금 정권 수립 이후 최고의 위기국면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도체제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 불안이 앞으로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동북아 상황을 흔들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 중국이 북한의 안정을 강조하고 지켜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생명선을 쥐고 있거나 쥐려 한다는 느낌을 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북한의 불안은 중국 국경지대의 불안과 동요를 낳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과 미국의 개입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100배, 1000배 늘어난다.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북한 정권의 안정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 심지어 요즘 중국에서는 북한에 군대를 보내 주둔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일고 있다고 한다. 지금 그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리는 없지만, 중국이 북한의 정세에 얼마나 민감해 하는지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남한이 조장하고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계속된 대북 압박정책으로 말미암아 북한은 생존을 위협당하게 되고, 그 탈출구를 중국과의 교역에서 찾게 됐을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북한을 중국 쪽으로 밀어낸 셈이다.

같은 민족인 우리로서는 참으로 쓰라린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현재의 정책이 계속되는 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외교역도 남한보다는 중국 우선으로 바뀌고, 그들의 체제 안전 역시 중국의 후원을 받아 도모해 나갈 것이다. 심할 경우 북한은 중국의 1개 지방정부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북한의 중국의존, 북한과 중국의 밀착은 같은 민족인 우리 대한민국으로서는 참으로 용인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런 '용인할 수 없다'는 감정은 정책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소용없는 일이다. 문제는 효과적이고 적절한 정책과 대응을 요구하지 감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북한 체제가 김일성 일가의 세습에 의한 봉건왕조체제와 비슷하고, 우리에게는 경멸의 대상이다. 지금까지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 가운데서도 독특한 체제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체제라고 해서 우리가 밀어내기만 해서는 북한은 중국에 더욱 달라붙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을 더 이상 밀쳐내기만 하지 말고 우리 쪽으로 당기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 대신 우리 대한민국에 의존해서 당분간 생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김도 더 커진다.

그렇게 돼야 장차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질서 있게 통일할 수도 있고, 우리의 통일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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