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김영삼의 저주’라는 말이 나돈 적이 있었다. 브라질 축구선수 펠레가 월드컵 대회가 열릴 때마다 승리할 것이라고 예언한 팀은 어김없이 패배하거나 예선탈락해 만들어진 ‘펠레의 저주’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곤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지하거나 당선을 예언한 후보는 패배하곤 했다는 사실에서 ‘김영삼의 저주’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언했지만 결과는 한나라당의 패배였다. 경남지사 선거에서도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가 예상과 달리 김두관 지사에게 졌다.

 그런데 그 ‘저주’의 주인공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돕겠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28일 오후 한나라당 이혜훈 사무총장대행이 서울 상도동 자택을 예방한 자리에서 "박 위원장이 잘 되기를 바란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도 어렵지만 나라도 어렵다"며 "이 시기를 잘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는 공천을 잘해야 한다"며 "정치는 결국 공천이다. 우리나라가 시기적으로 중요하고 어려울 때다"라고 덧붙였다.

이 사무총장 대행은 이날 83회 생일을 맞은 김 전 대통령에게 축하인사와 함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명의로 보내는 난을 전달했다.

인간의 예언이나 저주가 그대로 실현되리라는 법은 없다.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무리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해보려고 애써도 빗나가기 쉬운 법이다. 

그래도 자꾸 예언이 빗나가면 그 예언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믿지 못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불쾌해지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돕겠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도리어 겁난다. 그래서 ‘저주’라는 말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예언이 최근 자꾸 빗나갔다고 해서 내년 선거에서 또 틀린다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런 예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세일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이번에 밝힌 “돕겠다”는 말이 길조일까, 흉조일까. 그것은 그 말을 들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 누가 돕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을 제대로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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