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의 딴생각]

“각하의 용안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장혁수 役 손병호)
“각하, 면도를 하겠습니다” (성한모 役 송강호)

영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 2014)』에서 배우 송강호는 얼떨결에 대통령의 머리를 깎는 청와대 이발사가 되었고 그의 눈으로 4.19 혁명, 제5공화국에 이르는 격동의 현대사를 볼 수 있다.

나 또한 군대에서 얼떨결에 ‘깍새’가 되었는데, 소질이 없는데도 후임부터 고참까지 많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야 해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어떤 날은 곧 전역을 앞둔 병장의 머리를 정리하다가 ‘오발탄(이범선 作)의 송철호’처럼 수많은 등불을 바라보며 기구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모습으로 만들어버렸고, 또 어떤 날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휴가를 나가는 상병의 머리를 가난과 굶주림으로 빵을 훔치는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作)의 장발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이후 ‘저 녀석에겐 머리를 맡기면 안된다’라는 소문이 퍼졌고, 그때부터 일은 편해졌지만 격동의 군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깍새계의 1인자 고참의 실력을 눈대중으로 배우면서 실력을 쌓아가다가 전역해버렸다.

Ⓒ픽사베이

약 10년이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이발사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우리지역 <장유동 이발사>. 정확히 말하면 우리집 대통령인 아들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이발사이다.

아들의 머리를 정리하러 미용실에 데리고 갔더니 울고불고 기겁을 하며 싫다고 하길래 내가 나설 차례임을 인지했다. 아내에게 ‘나 군대에서 이발사였어. 걱정마.’라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사실 겁이 났다. 아들은 바리깡과 가위를 보기만 해도 울어버리는데. 이를 어쩌지.

“하늘아, 금방 끝나. 아빠가 시원하게 해줄게.”
“으앙.”
“하늘아, 아픈거 아니야. 예쁘게 해주려고 그러는거야.”
“으앙, 으앙”

송철호, 장발장에 이어 우리 아들은 삐죽삐죽한 밤톨이로 만들어버렸다. 머리를 정리하다가 아들의 표정이 구겨지는 순간 멈추고, 울면 멈추고, 고함을 지르면 멈추고. 멈추고 멈춰서 만든 작품, ‘밤톨이’. 그래도 고무적인 사실은 미용실에서 보다 울음의 강도가 적고 머리 정리 후 곧장 함께 목욕하면서 기분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 이제 곧 아들의 머리를 정리할 시간이 다가온다.

“각하, 바리깡의 전원을 키겠습니다. 놀라지마십시오”

영원한 나의 각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아빠가 된다는 건 어쩌면 슈퍼맨이 되는 길인지도 모른다. [청년칼럼=하늘은]

 하늘은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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