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오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날뛰던 야수들에게 멍에를 채우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제는 그 야수들을 길들여야 한다는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믿었던 주인도 이제 비우호적으로 돌변했다. 그야말로 야수들은 이제 꼼짝없이 멍에를 받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 야수들은 지금까지 그야말로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왕성한 식욕과 식성을 자랑해 왔다. 토끼와 강아지, 다람쥐와 청솔모 등 작고 어린 동물들의 먹거리까지 빼앗아 먹어치웠다. 그 작은 동물들이 머물러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곳까지 밀고들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야수들은 자신만 나서는 것도 부족해서 그 자식과 자식의 자식까지 동원해서 작고 어린 동물들을 몰아냈다. 작고 어린 동물들이 먹고살 터전과 양식은 갈수록 부족해졌다. 모두 점차 영양실조에 걸리게 됐다. 반면 초원은 대부분 야수와 그 가족의 차지가 됐다. 어린 동물들은 들판의 구석에 간신히 자리잡고 야생마 가족이 먹다 버린 것을 주워다 먹는 처지로 전락했다.

당연히 이들의 원성이 높아져갔다. 이들은 예전에는  ‘토종 야수’들을 한 식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부에서 다른 종류의 야수가 밀고 들어오려고 할 때 토종 야수를 지켜주기 위해 힘을 보탰다. 그런데도 토종 야수들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작고 어린 동물들을 쫓아낸 것이다. 그러니 작고 어린 동물들은 배신감에 몸서리쳤다.     

작고 어린 동물들의 원성은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우선 들리고 나중에는 초원의  주인에게도 들렸다. 지켜보던 구결꾼들이 야수를 통제할 능력과 의지가 없으면 그 권한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주인도 다급해졌다. 지금까지 야수들을 풀어놓고는 이들을 길들이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닫게 됐다. 오히려 야수들과 너무 친하게 지낸 나머지 이들의 먹성을 부추긴 것이 아닌가 돌이켜보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인이라는 지위와 권한을 통째로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주인도 할 수 없이 멍에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멍에를 부랴부랴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그 멍에를 어느 정도의 두께와 크기와 강도로 만들어야 할지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좌고우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구경꾼들이 본격적으로 세를 규합했다. 이들은 야수들에게 튼튼한 멍에를 씌우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멍에를 제법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기로 하고 대장간의 신에게 멍에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대장간의 신은 멍에를 거의 다 만들고 그 일부를 조금씩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조금 모습을 드러낸 그 멍에는 예상보다 센 듯하다. 멍에는 야수들이 자식을 도와주는 행위는 물론이고 그 많은 자식을 거느리는 것 자체를 억제하려는 것 같다.

야수들로서는 짜증난다.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준 주인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이제는 어렵게 됐다. 그 주인까지 나서서 자신들을 야단치고 있다. 게다가 자칫하면 그 주인도 아예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그렇지만 야수들은 초조해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 꼬리를 조금 감춰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홀로 먹어치우던 양식과 터전의 일부를 내놓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쫓겨난 작고 어린 동물들이 제대로 살아가기에는 부족하다. 구경꾼들이 보기에도 야수들은 지금까지 먹어치우던 것 가운데 부스러기 몇 조각만을 게워내는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 작고 어린 동물들과 구경꾼들이 보기에 야수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 크게 차지하기 위한 작은 몸짓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야수들이 해온 행태를 볼 때 그들의 의심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그 어린 동물들과 구경꾼들은 야수들의 몸짓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지금 한참 제작중인 멍에를 좀더 견고하고 빈틈없이 만들려고 머리를 싸맨다. 멍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마무리될 것이다. 그들은 그 멍에를 들고 다니며 더 많은 작은 동물들과 구경꾼들을 상대로 호응해 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야수들은 이제 무거운 멍에를 차게 될 것 같다. 그동안 힘과 덩치만 믿고 너무 나댔으니 그 멍에를 스스로 불러들인 셈이다. 그 멍에를 아예 만들지 못하게 하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 그래도 힘과 덩치가 있으니 야수들이 무기력하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 멍에를 조금이라도 무디고 약하게 만들기 위해 갖가지 방책을 동원할 것이다. 멍에가 만들어진 후에도 여러 가지 수단을 쓸 것이다.

겉으로 선량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멍에가 너무 무거워서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낼 것이다. 그래서 초원을 돌아다니기 어렵고 자신들이 돌아다니지 않아 초원은 영양부족으로 시들어가고 있다고 으름장도 놓을 것이다. 그러니 멍에를 풀어야 한다고 아우성칠 것이다. 

최근 재벌들에 대한 규제강화 움직임을 이렇게 우화로 써보았다. 요컨대 스스로 자제할 줄 모르고 마구 확장해 온 결과 예전에 보지 못한 규제까지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를테면 민주통합당이 29일 제시한 ‘재벌세’라는 새로운 제도가 그런 것이다. 한나라당도 재벌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과연 이제는 야수들이 길들여질지 자못 궁금하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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