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전달만 했다”지만 민간 금융사에겐 압박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신한금융그룹 사외이사들을 만나 조용병 회장의 법적 리스크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사진은 금감원 표지ⓒ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지난 4일 오후. 금융 담당 기자들이 바빠졌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신한금융그룹 사외이사들을 만나 조용병 회장 관련 법적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달해서죠. 조용병 회장은 신한은행 채용 비리 사건으로 지난해부터 형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금감원이 조용병 회장을 비토(거부)한 것 아니냐”부터 “지난 2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행장 3연임을 포기했을 때와 같은 그림”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관치(官治) 얘기도 쏟아졌습니다.

시기상 당연한 의심이었습니다. 신한금융 사외이사들로 이뤄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를 고르고 있었으니까요. 금감원의 움직임은 ‘조용병 회장은 후보에서 빼라’는 관치로 생각될 법했습니다.

사외이사 면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이영로 금감원 금융그룹감독실장은 억울하다는 태도였습니다.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거죠. 그는 “(조용병 회장의) 법적 리스크가 경영 안전성이나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라며 “신한금융 이사회가 제반 사정을 고려해 회장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금감원의 항변이 아주 일리 없진 않습니다. 지난 5일 신한금융 회추위가 조용병 회장까지 포함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확정했기 때문이죠. 조용병 회장도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합니다. 회추위는 오는 13일 후보군을 면접한 뒤 단독 후보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선 “(금감원의 행동이) 압박이지 설명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금감원 입장에서야 의견 전달이라지만 받는 쪽은 그렇게 여길 수 없단 거죠. 금감원이 검사권 등 각종 규제 권한을 움켜쥔 슈퍼 갑(甲)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불만입니다.

금감원의 권력은 공정한 금융 질서를 세우라고 주어진 겁니다. 금감원 입맛대로 민간 금융사 최고경영자 선출 과정을 들었다 놨다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건 자율을 중시하는 시대 정신에도 어긋납니다. 금감원이 더 절제된 언행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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