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하상의 일본기업탐구 14

교토를 찾는 관광객은 1년에 5천만 명입니다. 교토의 인구가 150만 명이니까 그 40배가 넘는 관광객이 몰려드는 셈이죠. 특히 가모가와 강변의 벚꽃놀이로 유명한 교토의 봄과 삼천원(三千院) 절의 단풍철에는 그야말로 교토는 인산인해죠.

벚꽃놀이나 단풍철에 교토를 찾는 관광객이 꼭 들르는 절이 있습니다.바로 청수사(淸水寺)죠.년간 1700만명이 들른다는 이 절은 한국의 관광객들의 필수코스이자 일본 관광객들도 많이 들르는 절입니다.
 



그러다보니 청수사 앞에는 각종 기념품 가게, 떡집, 식당, 반찬 가게 등이 성업 중이죠. 바로 이 청수사 입구에 가면 유명한 떡집 세곳이 경쟁 중에 있습니다.
니시오 하츠바시,이토 하츠바시,이즈쯔 하츠바시 등 세 가게죠.

이 세 가게는 청수사 앞 뿐 만 아니라 교토역전상가 앞에도 공동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교토 시내에 지점은 물론 백화점 식품부,호텔 입구 등,도처에서 눈에 띠죠..
특히 웬만한 호텔의 후론트 데스크 옆의 자그마한 판매대에는 유코(夕子)라는 아리따운 여성이 기모노를 입고있는 그림이 그려진 떡이 있는데,바로 그 떡도 니시오 하츠바시 떡가게의 상품 중 하나입니다.

바로 이 청수사 앞에서 유난히 극성스럽게 접시에 떡을 담아 여행자 누구에게나 떡을 먹어보라고 권하는 떡집이 있습니다. 니시오 하츠바시 떡 가게입니다.그러나 이 떡 가게가 300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름이 비슷비슷한 세 하츠바시 가게 중 원조는 니시오 하츠바시로 1687년에 창업했고,두번째가 쇼고인 하츠바시로 1689년,세번째 이즈쯔 하츠바시는 한참 뒤인 1805년에 창업했습니다.

1687년 교토의 쇼고인(聖護院)이라는 유서깊은 절 앞 거리에 니시오 하츠바시라는 떡가게가 문을 열었습니다.
쌀가루로 만든 간단한 흰 떡인데 이 떡은 도쿄로부터 여행을 온 사람들이 휴대식으로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당시 교토에는 유명한 사찰들이 많았으므로 그 사찰이나 신사 등에 참배를 하러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일본 사람들은 일평생 되도록 많은 절, 신사를 참배하면 자신에게 복이 더 많이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밥 먹는 시간을 아껴 수많은 절과 신사를 돌아다녔습니다.특히 나이가 들어 죽을 날이 가까워오면 일본 내의 유명한 절과 신사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수양하고,집안의 안녕을 비는 수행자가 많죠.
 
본래 하츠바시(1614-1685)는 쇼고인 근처에 살면서 가야금을 켜고 작곡도 하는 장님 예술가였습니다.그는 밤이면 가야금을 켜면서 평생을 보냈는데  한밤중에 울리는 그의 가야금 소리가 하도 절절해서 동네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하죠.
그가 작곡한 가야금 곡 중 <육단조>,<팔단조><윤설(輪舌)> 등은 지금도 명곡으로 이름이 높고,‘일본의 바하’라고 불리우기 까지 합니다.

그는 살아생전에 집안이 가난해서 먹을 것이 없어,우물가에 가서 버려진 쌀알을 줍거나 동네사람이 가져다 주는 쌀로 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 떡이 바로 하츠바시 떡의 원조입니다.밥을 하면 장작값이 드는데가 쉽게 쉬기 때문에 좀더 장기간 보존할 수있는 떡을 만들어 먹은 것이죠.

그는 그렇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가야금 소리를 그리워 하던 사람들 중의  그가 만들어 먹었다는 하츠바시 떡을 가야금 모양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 집이 니시오 하츠바시와 쇼고인 하츠바시이다.

이 두 가게의 떡은  참배객들의 휴대용 대용식이 되어 나날이 번창합니다.
  


그러다가 1805년 이츠즈 하츠바시가  창업하면서 하츠바시라는 이름을 가진 떡집이 세곳이 되죠.
후발주자인 이츠즈 하츠바시는 스토리 텔링으로 승부를 겁니다.

유기리는 교토에서 이름을 날리던 21세의 아리따운 기생.그녀는 부유한 기모노가게 주인인 23세의 유부남 이츠즈와 사랑을 하고있다.그러나 두 사람은 불륜.결국 두 사람은 만나면 늘 먹던 하츠바시 떡을 나누어 먹고 강에 함께 투신자살해서 생을 마감한다.
이 이야기는 소설가 긴마쓰몬 사에몬(近松門左衛門)이 쓴 <곽문장:廓文章>이라는 소설이고,그 소설은 1734년에 이츠즈 가문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후발주자인 이츠즈 하츠바시는 자신의 집안의 과거 이야기이자 소설에 나오는 기생 여주인공인 <유기리>라는 제품으로 승부를 겁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여주인공 유기리가 즐겨먹었던 바로 그 떡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여성소비자들의 마음을 휘어 잡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선발주자인  니시오 하츠바시도 <유기리>의 애칭인 <유코(夕子)>라는 상품명으로 비슷한 상품을 출시,시장에 뛰어듭니다.현재도 두 제품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거래선이 더 많은 니시오 하츠바시가 마켓팅 면에서 앞장서 가고 있다는 평입니다.
 
 



그러나 이 세가게는 라이벌이면서 동지입니다.
교토역 앞에 가면 이 세가 떡가게 매장을 하나 얻어서 그안에서 사이좋게 나란히 떡을 팔고 있는 광경을 볼수 있습니다.

멀리가려면 함께 가라

비록 라이벌이지만 앞으로도 500년 더 갈려면 함께 가겠다는 것이죠.좋은 경쟁상대가 있어야 자신이 더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니시오 하츠바시는 1년에 약 16 종류의 떡을 새로 만들어팔면서, 끊임없이 떡의 현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하루에 5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청수사의 니시오 하츠바시 지점 안에 들어서면 현액이 하나 걸려있다.

이른바 니시오 하츠바시의 가훈이다.이 가훈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니시오 하츠바시 가훈>

친절을 팔고 만족을 사라
확실하게 행동하고, 말은 둥글게 하라.
허리는 낮추고 목표는 높게
마음가짐은  길게
도량은 넓게
생각은 깊게
일은 빠르게
원칙에는 지고, 승부에는 이겨라
70%에 만족하고 10%를 바라라
자손을 위하여 덕을 쌓아라
 
3백 년전 선조가 후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여기엔 교토의 상인들이 지켜야할 모든 덕목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오피니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