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DLF 사태로 문책경고 사전 통지받은 손태승 회장 단독 추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사진은 손태승 회장ⓒ출처=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전격적이었습니다. 지난 30일 발표된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우리금융 임추위)의 차기 회장 후보 추천 말입니다. 손태승 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단독 추천됐죠. 손태승 회장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만큼 1월쯤 회장 선출이 논의될 거라는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금융업계에선 “우리금융이 당국과 제대로 맞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손태승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사전 통지받은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당국의 제재 대상인 인물이 차기 회장으로 뽑힌 거죠.

게다가 문책 경고는 중징계입니다. 중징계를 받은 경영진은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됩니다.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우리금융 임추위가 손태승 회장을 택한 겁니다.

이번 사안을 보면서 지난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3연임 논란을 떠올리는 금융업계 관계자도 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하나금융 회추위)에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절차를 연기하라고 했죠. 특혜 대출과 채용 비리 의혹을 가리는 특별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김정태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밀어붙였습니다.

하나금융이 김정태 회장을 지킨 이유는 그가 하나·외환은행 통합, 뛰어난 실적, 디지털금융 기반 조성, 글로벌 사업 강화 등 많은 성과를 올려서입니다. 손태승 회장도 김정태 회장과 비슷합니다. 장동우 우리금융 임추위원장은 “손태승 후보가 지주사 체제를 성공시키고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했습니다.

우리금융도 하나금융처럼 할 수 있을까요. 일단 문책 경고 확정 여부와 별도로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 체제를 끌고 갈 수 있습니다. 제재심 의결에 대한 재심 청구나 행정소송이 남아 있어서죠. 결과가 나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손태승 회장이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두 번째 회장 임기를 시작할 수 있는 거죠.

다만 우리금융이 손태승 회장을 무조건 고집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컨틴전시 플랜이 있으니까요.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 연임이 무산되면 이사회 결의로 회장 대행 체제가 가동된다”며 “대행 체제가 이어지는 동안 새 회장 후보가 선임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금융업계는 다사다난했습니다. 시중은행 채용 비리 재판이 진행됐고, DLF 사태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곤욕을 치렀죠. 그리고 세밑에 우리금융이 ‘마이 웨이’를 선언하듯 손태승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정했습니다. 우리금융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주목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