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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금으로 도배하고 싶다홍하상의 일본기업탐구 16
홍하상 | 승인 2012.03.14 17:49

   
 

일본 사람들은 참 금을 좋아한다. 오사카성 7층에 가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만든 황금다실이 있다. 차를 좋아했던 그는 황금다실을 만들어 놓고, 다회를 열었다.
 
물론 지금의 것은 오사카성이 불탄 후 다시 만든 것이지만,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 황금다실을 만드는 데 약 40만 장의 금박 판이 쓰였는데 무게로 치면 무려 14t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에 다도 스승이었던 센노리큐는 ‘다도는 검소정신의 발현인데, 사치가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가 할복자살을 명받아 죽기도 했다.
 
또 그 유명한 교토의 금각사는 그야말로 금으로 도배를 한 전각이다. 1950년, 그 절의 수도승이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 미워’ 거기에 불을 질러 버리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걸 소재로 쓴 소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유명한 단편소설『금각사』이다. 그런데 금으로 도배했다는 것은 정확하게 말하면 금칠을 한 것이 아니라 금박 판을 입혔다는 뜻이다.

1987년 공사의 경우 건물 전체에 가로·세로 10.7㎝의 정사각형 금박 판을 20만장 가량 붙였다. 당시에는 약 52킬로의 금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1만 분의 1㎜ 두께 만드는 기술”

이처럼 일본은 1000여 년 전부터 금박기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 금박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600년대 이후부터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 때 출병하는 장수에게 금박기술이 발전한 조선의 금박기술자를 잡아오라고 명령했고 포로로 잡아온 당시 조선의 금박기술자를 데려다 가나자와에 살게 했다. 그 후 일본의 금박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현재 일본 금박기술은 10원짜리 동전 크기의 금을 1만 번 정도 두드려 다다미 한 장 크기로 만들 수 있을 정도. 금을 1만 분의 1㎜ 두께로 펴는 것인데 그 정도 두께면 콧김에도 날아갈 정도이다.

그렇다면 이런 신기의 금박기술을 대표하는 가게는 어디일까? 바로 호리킨 박분(堀金箔粉)이다. 교토 시내 데라마치 도리 윗길 대로변에 위치한 이 가게는 1711년 교토에서 개업했으니 약 300년이 넘었다.
거길 방문해 보면 가게에는 쇼윈도가 설치된 10평 남짓한 매장이 있고, 그 안에 사무실이 있다. 매장에서는 자전거, 벽시계, 프린터, 노트북, 기타, 금 골프공(홀인원 기념) 따위의 각종 기념품에 금박이 입혀져 전시되어 있다.
 
 


가게는 작지만 300년 호리킨의 역사는 한마디로 ‘도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금을 얇게 펴는 기술을 ‘박타지’라고 하는데, 호리킨 박분은 종이보다 얇은 금박지를 팔아왔다. 고급 초콜릿, 과자 포장지, 일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식기, 금으로 쓴 글씨가 필요한 특수 분야 등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이 분야의 업체들이 날로 많아지면서 과잉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호리킨은 금박을 보다 넓은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콘덴서, 인쇄용 프린트 기판, 고급 건축자재까지 진출했지만 경쟁자들은 바로 쫓아오고 말았다.

호리킨은 결국 아무도 생각지 못한 아이템을 개발하지 않는 이상 역사와 전통을 이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때 호리킨이 생각한 것은 파격적으로 ‘먹는 금’이었다. 금이 류머치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인 사실에 착안했는데, 중년의 세대는 관절이 약해지므로 그들이 즐겨 마시는 것에 순도 99.9%의 순금가루를 넣으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금술’이다. 금가루를 청주 속에 넣으면 미관상 아름답기도 했다. 곧 이 금술은 청주를 좋아하는 중년세대에게 크게 히트했다. 호리킨은 여세를 몰아 생선초밥에도 뿌려먹는 금가루를 개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횟집에 가면 금가루로 장식하는 메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 시초가 바로 호리킨이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먹는 금가루 시장은 그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호리킨의 도전은 다시 시작된다. 그들이 포착한 시장은 이번엔 ‘바르는 금가루’시장이었다. 바로 일본의 화장품 대기업과 손을 잡고, 금가루가 들어간 화장수를 개발했는데, 금가루 입욕제, 금비누 등은 아예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자기 브랜드를 갖게 된 것이다.
‘황금의 청춘’이라 이름 붙인 입욕제는 2006년부터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는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애초에 개발부에서 아이디어를 낸 상품이 아니라 젊은 여자 사원들이 이런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낸 아이디어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이 상품은 전국적으로 대히트를 쳤다. 이후 히트상품은 계속되는데 개당 350엔짜리부터 2천엔까지 하는 몸에 뿌리는 금박 스프레이는 멋쟁이 여성들의 필수품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회사에서도 이 호리킨 금박을 사용해 약 200여 종의 제품을 만들고 팔고 있기도 하다.
 
2004년 새로 취임한 제10대 사장 호리치 유키(堀智行·39) 이렇게 말한다.
 
“전통은 혁신의 연속이다.” 그는 요즘같이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판로를 개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호리킨은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회사가 되었다.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자신만의 차별화된 휴대전화를 갖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해 휴대전화 케이스나 버튼 등을 금박으로 장식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심지어 자동차 매니아들에게 타이어의 휠 밸런스를 금박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금박가게... 어떻게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가게로 남을 수도 있었겠지만 호리킨은 ‘도전정신’ 하나로 새 시장을 개척해 왔다. 300년 금박의 역사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된다.
 /논픽션 작가, <일본의 상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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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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