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정부·여당 공식사과해야 대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출근을 포기했다. 사진은 본점에서 윤종원 행장의 출근을 막고 있는 노조원들ⓒ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노조 저항으로 출근을 못 하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이번엔 아예 모습도 안 비췄다.

지난 3일 임명된 윤종원 행장은 서울 인창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그는 행시 27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경제수석 등을 거쳤다. 노조는 윤종원 행장을 ‘윤종원 전 수석’이라고 부르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 현장을 모르는 낙하산 행장은 기업은행을 이끌 수 없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는 8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투쟁 집회를 열었다. 윤종원 행장은 오전 8시30분 집회가 끝날 때까지 오지 않았다. 지난 3일, 6일, 7일에 이은 네 번째 출근 무산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일정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들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은 “민주당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2017년 약속한 낙하산 근절, 전문성 위주 인사 제도 도입 등을 지키라는 거다”며 “금융노조는 기업은행 노조의 싸움을 끝까지 돕겠다”고 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낙하산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민주당 대변인의 말은 가당치 않다”며 “한국노총 위원장을 노리는 두 후보도 선거를 마친 뒤 함께 투쟁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김동수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당선인은 “SC제일은행의 경우 전문성 없는 행장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회사를 망가뜨렸다”며 “은행의 주인은 2~3년 있다 떠날 행장이 아니다. 20~30년간 일할 직원들이 주인”이라고 했다.

집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김형선 위원장은 물러설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윤종원 전 수석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낙하산 인사를 공식 사과하고 대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윤종원 전 수석 퇴진이 대화의 전제 조건은 아니다”고 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일각에서 타협의 마중물로 거론하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선택 가능한 옵션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추천을 받은 인물이 이사회 멤버가 되는 제도다.

그는 “노동이사제는 직원들의 업무나 복지와 무관하다. 이사회가 길거리 공중전화 현금자동출납기(ATM) 사업처럼 수익성 없는 프로젝트를 함부로 결정하는 폐단을 방지하는 제도”라며 “정부, 여당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해서 찬성했을 뿐”이라고 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현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은행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반박했다. 그는 “윤종원 전 수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사무실을 차리고 업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안다”며 “계열사 사장 임명이 늦어질 순 있으나 경영 관련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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