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기재부·금융위가 기업은행 좀먹어”

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 등이 13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1층에서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IBK기업은행 노조가 윤종원 행장의 출근을 11일째 막았다. 노조는 윤종원 행장과 청와대가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갖고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 등은 13일 오전 8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 투쟁 집회를 열었다. 윤종원 행장은 오전 8시20분 집회가 끝날 때까지 오지 않았다.

집회 시작 전 기자와 만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타협을 위해 움직일 생각은 전혀 없다”며 “윤종원 전 수석과 청와대가 자진 사퇴든 뭐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는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인 윤종원 행장을 ‘윤종원 전 수석’이라고 부르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오늘 오후 4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를 열지만 협상으로 방향을 돌리겠다는 건 아니다”며 “많은 지적이 있었던 기업은행 내부 파벌 문제 등을 얘기하는 자리”라고 했다. 다만 기업은행 관계자는 “오늘 토론회가 대화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노조 관계자들의 발언은 여전히 강경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은 “우리는 빵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성과급을 올리려고 투쟁하는 것도 아니다”며 “정부, 여당이 스스로 독극물이라고 한 관치 금융을 자행하니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홍석 한국감정원 노조위원장은 “분열은 패배, 단결은 승리로 연결된다”며 끝까지 기업은행 노조의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임기를 마친) 김도진 전 행장이 인사를 할 때 기획재정부에서 청탁을 받았다고 한 적이 있다”며 “저는 직원들이 피해를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김도진 전 행장은 청탁을 거절하면 기재부가 기업은행 예산을 깎을 거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그 건으로 2주 동안 투쟁했다. 하지만 김도진 전 행장도 기재부가 좋아서 청탁을 들어주려는 게 아닌데 싸움만 고집할 수 없어 결국 양보했다”며 “그렇게 기업은행은 좀먹혔다”고 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기업은행 내부 파벌 분쟁을 수습하려면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 얘기냐. 금융위원회 과장까지 기업은행에 인사 청탁을 하는 판이다. 인사 때만 되면 기재부, 금융위 사람들이 기업은행을 망가뜨렸다"며 "이제 그들은 행장까지 보냈다. 마지막 자리를 넘보는 거다.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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