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행장 감싼 문재인 대통령 발언 후 노조 태도 더 강경

16일 노조에 막혀 본점 출근을 못 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오피니언타임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본점에 왔다가 5분도 안 돼 발길을 돌렸다. 노조 저항 때문이다. 노조는 14일째 낙하산 행장을 저지하겠다며 투쟁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노조와 기업은행노조 등은 16일 오전 8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 투쟁 집회를 열었다.

윤종원 행장은 오전 8시30분경 나타났다. 노조는 마스크를 한 채 침묵시위로 윤종원 행장을 막았다. 아울러 노조는 이달 초 배포한 ‘정부와 청와대는 윤종원 뒤에 숨지 마라’는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윤종원 행장은 “안타깝다. 노조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갔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고 본점을 떠났다.

김형선 기업은행노조 위원장은 “윤종원 전 수석과 나눌 얘기가 없다”며 “앞으로도 출근을 막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조는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인 윤종원 행장을 ‘윤종원 전 수석’이라고 부르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종원 행장을 감싼 뒤 노조의 태도는 더 강경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종원 행장은 기업은행을 이끌 만한 충분한 경력을 지녔다”며 “조직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조가 비토(거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었다.

집회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은 “(노조와 대립하는) 보수 언론마저도 문재인 대통령을 내로남불이라고 한다”며 “그동안 기업은행은 우수한 실적을 거둬왔고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도 줄곧 A등급을 받았다. 낙하산 행장이 기업은행을 망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형 자산관리공사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정부 때 성과급제 도입 등을 추진한 관료들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다”며 “낙하산 행장을 막지 못하면 (정부와 공공기관 간) 주종관계를 깰 수 없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낙하산 행장 선임 과정 어디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이라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있나”며 “노조는 잘못을 사과할 줄 아는 대통령을 원한다. 해답은 청와대가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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