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은 총선 비례대표의 순번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이 번 선거에서 각 당의 비례대표 상위순번을 살펴보는 일은 각 당이 이 번 선거에 부여하는 의미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뿐만아니라 사람의 배치는 당의 향후 정책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1번 후보를 기준으로 읽어보면 새누리당은 원자력 기술자, 민주통합당은 노동열사의 동생, 통합진보당은 농민운동가, 진보신당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통합당과 진보신당은 노동, 새누리당은 과학자, 통합진보당은 농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비례대표 순번을 보면서 몇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새누리당에서 원자력 과학자를 선택하였다는 것, 민주통합당에서 노동을 전진 배치시켰다는 점, 그리고 통합진보당에서 노동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1번에 핵물리학자를 공천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하였다. 대통령이 현지로 날아가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의 원자력발전소 수주 논란이 거센 가운데서도 현 정권에서 하던 이러한 것들이 여전히 새누리당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선언인 셈이다.

원전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욱이 후쿠시마 이후 원전에 대한 시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에너지의 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고 원자력 발전시설의 추가 설치를 중단하였는가 하면 많은 나라에서 원자력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책에서는 ‘후쿠시마 핵 재난은 도래할 지구적 운명의 전조 또는 강력한 암시’라고 경고를 날리고 있다. 원전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이 어느 때 보다 시대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바로 이 시점에 새누리당은 원자력을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당차게 치고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기호 1번을 “파국의 전령사”라고 낙인찍는 사람들도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노동에 강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을 선두에 배치하였을 뿐아니라 3번에는 노동문제 전문연구자를 배치하였다. 그 외에도 노동운동 출신의 인사들을 적지 않게 배치하였다.
 
민주통합당이 노동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의지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현 시대를 1%와 99%의 극심한 양극화로 이해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비례대표 발표에서 드러낸 의미를 민주통합당이 앞으로 제대로 이어나갈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말이다.

진보신당은 1번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배치하였다.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전면에 배치하는 상징의 정치가 엿보인다.

그런데 (구)민주노동당이 여전히 중심적인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에서는 노동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앞 순위 비례대표 명단에서 노동을 대표하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농민이 1번에 배치되었고 시민운동이 앞 순위에 비중 있게 배치되었다.

물론 이러한 배치로 통합진보당의 정책방향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단지 비례대표 순번에 나타난 표면적인 현상을 읽어보면 그러하다는 것이다. 
 
각 당이 비례대표 1번에 부여하였던 의미는 국민으로부터 큰 반향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더욱이 선거 판세를 뒤흔드는 대형 이슈들이 연일 터지는 상황이니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각 당이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부여한 의미는 여전히 각 당의 정책이나 향후 행보를 읽는데 중요한 상징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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