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 19 극복에 성공하고 있다는 대 국민연설을 하고 있다.=JTBC 유튜브 뉴스 영상캡쳐
지난해 8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 19 극복에 성공하고 있다는 대 국민연설을 하고 있다.=JTBC 유튜브 뉴스 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 지난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요란스러운 낙선을 하더니 올해는 ‘남미의 트럼프’로 통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유력 여론조사 업체 다타폴랴는 보우소나루의 탄핵 여론조사 결과 찬성 49%: 반대 46%라고 발표했다.2019년 초에 집권한 보우소나루가 다타폴랴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의견이 우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소식에 접한 세계인들의 첫마디는 짐작할 만하다. “드디어-!”트럼프가 한참 대통령으로써 기세를 올리던 시점에 집권해 트럼프와 똑 같은 통치방식으로 인기를 끄는 듯 했던 보우소나루는 트럼프에 앞서 밑천이 드러난 지 오래다.

그런 판에 들이 닥친 코로나에 대응하는 것도 트럼프를 빼 박 듯 했다.그러나 브라질의 여건은 미국을 빼 박지 못해 거의 파멸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보우소나루가 트럼프에 맞장구치듯 중국을 비난하는 것이 좋은 예다.

트럼프가 중국을 공격해서 손해를 보았는지는 계산이 어렵지만 보우소나루의 중국 비난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비유를 떠올리게 했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6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행사연설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시아 국가의 실험실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비록 나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아시아국가’라고만 했으나 그것이 어느 나라를 지칭하는 것인지 모를 사람은 드물다.

그 소식을 들은 브라질의 백신 제약업계는 사색이 됐다. 브라질은 중국의 시노백과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AZ)를 생산하며 그 원료를 중국서 수입해오기 때문이다.제약업계의 예감대로 브라질의 백신 산업은 원료수입이 어려워 스톱 상태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19 대응에서 보우소나루는 트럼프처럼 여러 가지 미스를 범해 나라를 ‘코로나 공동묘지’로 만들고 있다는 험담을 듣던 판에 입방정으로 백신마저 어렵게 만든 것이다바로 그것이 다타폴랴 여론조사에 반영된 셈이다.

물론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고 그것이 곧바로 탄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브라질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상 하 양원에서 각각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원의장석에는 보우소나루에게 극히 우호적인 아르투르 리라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가 안고있는 문제는 탄핵 여부가 아니다.트럼프처럼 막말로 집권한 뒤 트럼프 식으로 인기를 끌었던 그는 트럼프처럼 밑천을 드러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데다 그 전도에도 신통한 오르막은 보이지 않은 채 험한 내리막만 비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원래 그런 ‘막말’이외에 신통한 자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트럼프처럼 정치판은 아니어도 재계와 언론계에서 정치적 훈련을 쌓았던 것도 아니다.그는 트럼프와는 달리 군인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 군인도 브라질의 정치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위 장성 출신도 아니었다.

그는 위관장교로 있던 1986년에 우파 시사 잡지 ‘베자’와의 인터뷰에서 “군인들의 급료가 낮은 것은 수뇌부가 부패했기 때문이다”고 말해 헌병대에 체포됐었다.그것은 그가 공개적으로 행한 최초의 ‘막말’이자 소신 있는 발언이었다. 그는 구체적인 증거와 혐의를 입증하는 자료들도 제시했던 것이다.

군부는 그 자료가 조작이라며 보우소나루를 군사법정에 제소했으나 그는 운이 좋았다.바로 그 전해 군사독재가 끝나고 언론자유가 활발해 그는 2년 뒤 무죄로 풀려났을 뿐 아니라 그 사건으로 유명세를 타 1988년 시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말 한마디로 정계에 들어갔으나 그는 막말로 문제아 같은 존재가 돼다.

빈민층에게 콘돔을 나누어 주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라고 빈민을 경멸하는 발언을 하는 등 좌파와 척을 지었다. 거기에다  이당 저당으로 옮겨 다닐 뿐 아니라 “무능한 민주정부보다는 군사정부가 더 낫다”고 막말을 하기도 해서 우파에서도 경계의 인물이 됐다.

하지만 그는 또 운이 좋았다. 2018년 대선 당시 미셰우 테메르의 좌파 정권은 부패문제로 만신창이가 된 데다 우파의 거물들도 부패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거기에다 그는 유세 중 좌파의 테러를 당해 수월히 대선에 당선됐다.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트럼프처럼 극우파적인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는 환경에 관심이 없는 것도 트럼프를 닮아 취임 초부터 아마존 삼림을 밀어버리기도 했다.그런 결과들이 얼핏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다 곧 반작용으로 역전된 것도 트럼프의 경우와 비슷했다.

이를테면 아마존 밀림을 없애는 것은 당장의 GDP에는 도움이 되는 듯 했으나 그것은 브라질과 나아가서는 세계의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다.그처럼 몰리다 보니 그의 막말도 문제가 됐다. 불행히도 그는 ‘미국의 스승’처럼 막말을 잘 창조해 낼만한 지적인 밑천도 없어 갈수록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개발을 밀어 붙인 그에게 한 기자가 온실가스 대책을 묻자 “환경 보호를 위해선 방귀를 이틀에 한 번만 뀌라”고 비아냥거리는 식이었다.

그의 막말은 계속 이어졌다.<여자와 흑인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흑인이 조종하는 헬기는 위험하다> <군인들이 원주민 사회를 말살하지 않은 것이 슬프다> 등 등그는 또한 고문을 좋아하고 게이를 싫어해 여러 가지 막말을 낳기도 했다.<고문의 효과는 즉각적이라 필요하다>는 그는 <난 독재정권이 그립다, 독재 때 반정부 인사들을 죽이지 않은 것은 실수다>고도 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는 자신의 막말에 긍지 같은 것을 가진 기색으로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어찌 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파란으로 점철된 브라질의 오랜 역사와 어울리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브라질은 나폴레옹이 포르투갈을 침공하자 황실이 브라질로 피난해서 리우데자네이루가 제국의 수도가 되기도 했다.그래서 위상이 커진 브라질의 통치를 맡은 세자 페드루는 황실이 본국으로 돌아 간 뒤 아버지의 뒤통수를 치듯 브라질 제국의 독립을 선언하며 황제에 오름으로써 최초로 독립국이 됐다.

하지만 그 넓은 제국을 황실이 감당하기는 어려워 ‘코로넬레스(Coroneles)’라는 대지주에 의지해야 했고 코로넬레스는 병력에 의존해야 하므로 브라질은 오랜 동안 코로넬레스와 군벌의 야합으로 통치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쿠데타가 빈발하는 등 어지럽기 짝이 없었고 군사독재가 물러난 뒤에도 부패 스캔들은 여와 야,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브라질 정국을 할퀴었다.

그런 판이어서 보우소나루의 탄핵 정국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탄핵 국면을 벗어나더라도 ‘남미 트럼프’가 막말 수준을 향상시키지 않는 이상 내년 대선에서는 미국 트럼프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절대적이다.

 

[저자약력]

양 평

한국일보 문화부 차장

서울경제 문화부장 겸 부국장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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