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광안리 해변에서 흑인차별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는 외국인들=우달
부산의 광안리 해변에서 흑인차별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는 외국인들=우달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우달] #1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라는 구호를 기억하는가. 작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백인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사망한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기 위한 인권운동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다.

당시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마스크를 쓴 흑인 젊은이들이 손 소독제를 나누어 주며 구호를 외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때의 아픔을 잊기라도 한 듯 올해 3월 뉴욕에서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흑인남성들의 무차별적인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백인의 폭력에 그토록 저항하던 이들이 어떻게 무고한 아시아인을 구타하게 된 걸까. 백인-흑인-황인으로 이어지는 현대판 계급구조라도 있는 것일까.

#2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도 심각하다. 작년 말 트랜스여성이 숙명여대 진학을 포기한 사건과 올해 초 故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만연한 차별인식을 드러냈다. 대학진학에 있어 학업능력보다 무엇이 더 중요하며, 군 복무에 있어 업무능력보다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 기존에 해왔던 구태의연한 체제를 고수하느라 우리는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있다. 세계의 유서 깊은 여자대학에서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허가하고, 세계의 강력한 군대에서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허용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양상이다.

#3 남녀혐오는 또 어떤가. 징병 문제, 성별혐오 단어, 헤어스타일 논란 등 특정 키워드가 수면 위에 떠오르면 늘 등장하는 세력들이 있다. 각각 남혐과 여혐을 대표하는 이들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온라인상에서 서로를 물어뜯고 치고받는다. 단순히 상대 진영을 비난하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들은 자연스럽게 집단화, 권력화되어 시시각각 젠더이슈를 몰고 다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젠더이슈가 실질적인 득표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드러난 바 있다.

이처럼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가 쟁점화되자 유튜브 등 각종 SNS매체에서는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언론사에서는 자극적인 제목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정치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보다 표심 얻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 그래도 사회에 만연한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들을 한 번 더 왜곡하여 갈등을 부추긴다. 갈등이 더 많은 갈등을 낳는 악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쩌다가 각종 혐오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일까. 사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마도 벌어져 가는 빈부격차와 의식주마저 위협하는 현실이 이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모두들 자기 삶을 잘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은 닮아 있을 테지만, 점점 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벌어지면서 다름에 대한 포용력이 떨어진 것 같다.      

그럼에도 해결방안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차별은 줄여나가고 차이는 인정해나가는 것이다. 지금은 너도나도 살기가 각박하다 보니 여유를 잃어버린 듯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아픔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부족한 부분은 함께 채워가며 살아왔다. 다르기 때문에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이 있고 거기에서 도출되는 새로운 에너지가 있다. 위의 혐오들은 자기 입장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들어서 생기는 이유도 크다. 우리는 분명 모두가 다르다. 이 점을 인정하고 단순한 이슈로 취급하기보다는 공론화하여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한순간의 논쟁이려니, 어떻게든 넘어가려니, 하며 자연스러운 해결에 기댈 수준은 가볍게 뛰어넘은 듯하다. 이른바 복수는 복수를 낳고 혐오는 혐오를 낳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는 이제 몸을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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