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등 첨단학과의 증원을 결정하면서 지방대학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kbs광주 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정부가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등 첨단학과의 증원을 결정하면서 지방대학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kbs광주 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김봉성 청년칼럼니스트] 정부가 검토에 들어간 수도권 대학 첨단 분야 학과 정원 확대는 결국 저출산으로 귀결될 것이다.

왜냐면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는 수도권 과밀화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는 둥지가 없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다.’는 말은 저출산 문제를 짧고 정확하게 설명했다.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아니라 결혼조차 못하는 것이다.

2021년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혼인 비율은 83년생 남자 66.9%, 88년생 남자 36.9%다. 주택 소유 비율은 기혼자가 미혼자의 두 배 가량 된다. 시발점은 대학이다.

대기업과 주요 공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도 문제지만, 대학에도 주목해야 한다. 종합 대학은 내부적으로는 학문을 연구하는 곳인지, 취입 인재 양성소인지로 다투겠지만, 외부적으로는 논쟁의 여지없는 지역 상권의 중심이다. 2만 명 안팎의 학생들과 교직원이 매일 오가며 돈을 썼다.

학생들의 소비는 부모 등골 값이겠지만, 아무튼 먹고 마셨다. 일부 학생은 자취를 하며 학교 인근에 터를 잡았고,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까지 유치해 돈이 돌게 만들었다. 그렇게 도는 돈의 궤적 사이사이에 아르바이트, 자영업, 교직원 등의 일자리가 있었다. 지방 대학의 축소/소멸은 지역 상권 붕괴를 의미하며, 이는 지방 황폐화로 이어진다.

서울을 뺀 모든 지역이 지방이다. 본명 서울 공화국은 다이어트를 위해 지방을 빼고 있다. 저출산 문제로 가려져 있을 뿐, 지방 인구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지방 황폐화는 이미 농촌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도 꾸준한 인구 감소로 시름하고 있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인구 유출도 문제다. 2019년 순유출 86.8%가 생산가능인구이고, 40.3%는 청년층이다. 대구는 2022년 5월 순유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2050년, 전반적인 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2050년에는 울산, 대구, 부산 순으로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떠난 그들이 간 곳은 자명하다. 서울은 과밀해서 아이를 못 낳고, 지방은 사람이 없어서 아이를 못 낳는 악순환이 심화된다.

서울은 그 자체로 프리미엄이 되었다. 최소한 학생들의 인식 속에 서울은 공부 잘하는 사람이 사는 곳, 지방은 서울에 못 간 사람이 남는 곳으로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10대부터 서울에 가기 위해 노력했다. 사교육 현장에서 체감컨대 ‘인서울’ 대학과 지방국립대 입결이 비슷하다면, 학생들은 인서울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다.

심지어 서울이 아니어도 서울과 가까우면 ‘수도권’으로 서울의 후광을 누렸다. IMF 이후 ‘인서울’이라는 말이 생기며 떨어지던 지방국립대의 위상은 학령인구 감소로 최근 급격히 위태로워졌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지방‘국립’대조차도 별 수 없는 것이다. 이 와중에 미래 먹거리 산업 인재 파이를 수도권 대학에 늘려 준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가속시키고 말 것이다.

당장은 수도권 대학의 첨단 분야 학과 정원을 늘리는 것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저출산이므로 저출산을 가속하는 모든 정책은 비효율적이다. 정부는 5년짜리지만, 대한민국은 더 오래 이어져야 한다.

저출산은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의 총체적 결과다. 이 문제를 풀어갈 여러 실마리 중 하나, 그것도 아주 큰 실마리는 대학이다. 극단적으로 의치약대와 로스쿨을 모두 지방 대학으로 이전한다면 그들을 따라 지방 프리미엄도 생겨나며 균형 발전을 이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지방대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여기는 서울공화국도, 삼성민국도 아닌,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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