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시아나cc골프장 유튜브 소개 영상 캡쳐
사진=아시아나cc골프장 유튜브 소개 영상 캡쳐

[오피니언타임스=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프로골퍼 윤이나(19)의 ‘오구(誤球) 플레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윤이나는 7월 17일 끝난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대회에서 최장 316야드(약 289m)의 호쾌한 티샷을 날리며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직후 언론의 집중 공세에다 팬카페 회원 급증, 1주뒤 투어에서는 장타에 열광한 갤러리들의 현장 샤우팅으로 가히 '윤이나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보다 한달전인 6월 16일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15번 홀에서 오구 플레이를 했다고 7월 25일 털어놔, 골프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윤이나는 러프에 떨어진 볼을 쳤는데 그린에 올라가 보니 자신의 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지만 그대로 경기를 이어갔다고 고백했다. 잘못을 뉘우친 윤이나는 “협회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달게 받겠다. 반성하는 뜻에서 당분간 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오구 플레이를 했을때 이를 바로 알리면 2벌타를 받는다. 하지만 다음 홀로 넘어가 플레이를 이어가면 실격 처리된다. 윤이나는 당시 2라운드까지 경기한 뒤 컷 탈락했다. 대한골프협회는 8월 18일 윤이나에게 3년간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는데, 3년후 복귀하더라도 '골프 정신을 훼손한 선수'로 추락한 불명예를 회복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이나의 ‘오구 플레이’ 소동을 보면서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라는 격언이 생각났다. 이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말로 “하늘의 그물이 넓어 보이지만 물샐 틈이 없다”는 뜻이다. 나쁜 짓을 하거나 남을 속이면 법망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세상살이의 큰 교훈이 되는 격언이다. 

몇 년전 언론에 크게 보도돼 누구나 아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어느 살인범이 남을 죽이며 증거를 하나도 남기지 않아 완전범죄가 될뻔 했다. 오랜 죄책감에 눌려 살았던 그는 “이제 말해도 죄받을 일은 없겠지~”하며 친구와 소주를 마시며 살인 사건의 전말을 모두 털어 놓았다. 하지만 발설한 그날은 살인죄의 공소시효(15년) 마감날이었다. 그 친구는 “이런 나쁜 놈이 있나”하면서 바로 경찰서에 신고, 살인범은 불과 몇시간 차이로 쇠고랑을 차고 말았다. 

21년만에 붙잡힌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도 “죄짓고는 못산다”는 말을 극명하게 입증했다. 피의자인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량을 가로막고 권총으로 출납과장 김모씨를 살해한뒤 현금 3억원을 들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아 있었으나 2017년 10월,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범행에 사용한  차안에 있던 마스크와 손수건에서 유전자 정보(DNA)가 발견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 5년간 경찰의 끈질긴 조사와 탐문끝에 결국 검거에 성공했다. 물론 이들이 붙잡힌 것은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없어진 덕분이긴 하지만, 나쁜 짓을 하면 언젠가는 덜미가 잡혀 법의 심판을 받는다는 경종을 다시 울렸다.

살인과 같은 큰 죄가 아니더라도 세상 살면서 남을 속이거나 경범죄를 저지르면 양심에 찔려 결국 벌을 받거나 손해를 보게 된다는건 누구나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아마추어들의 골프에서도 OB가 났을 때 분실구를 자기 공인양 속이고 플레이를 이어가다 결국 어처구니없는 스코어의 함정에 빠지는 일이 적지 않다. 

어릴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교육받았던 ‘바른 생활 어린이’, 나이들때까지도 지켜야 할 ‘인생의 나침반’이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