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캠핑도 좋지만 차박도 매력이 있다. 차박은 기동력이 장점이다.'차박지  출발= 여행모드'다.

오토캠핑은 텐트 치고 걷다 보면 1박으론 늘 빡빡하다. 예약해야 하고 부수적으로 챙길 것도게 적지 않아 번거롭기도 하다.차박을 선호하게 된 이유다.

첫 차박을 기획(?)했다. 목적지는 강화 섬. 수도권에선 반나절 생활권이어서 아침에 갔다가 이곳저곳 둘러보고 저녁에 돌아올 수 있는 곳이다. 간혹 갔지만 늘  주마간산이었다. 여유작작 구석구석 볼 수는 없을까,가성비있게...

그래서 직진했다. 김포>강화 교동>석모도에서 남진>적당한 지점서 강화내륙> 해변도로로 다시 나오는 동선을 잡았다. 2박이든,3박이든 도중에 맛집과 카페도 들러보기로 하고.  그렇게 대략 구상하고 주말과 평일 출근시간대를 피해 떠났다.

강화는 얕은 바다에 조수간만이 빈번해 바다와  해변,갯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물이 빠지면 빠지는대로,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고즈넉한 물빛풍광이 일품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어우러지는 물길 목이라 일찍이 꽃피는(華) 강(江)이라 불렸으리라.

고인돌 마니산 첨성단 보문사 전등사 고려궁지 초지진 갑곶돈대 등등 선사시대부터 개항기(병인/신미양요)까지 사적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작은 섬에 이렇게  보물같은 유적들이 몰려있는 곳도 드물지 싶다. 근자엔 석모대교가 뚫리고 개성있는 카페들이 곳곳에 들어서 핫플이 됐다.감성여행하며 놀멍 쉬멍하기 딱좋지 싶었다.

연미정 전경@사진 동이
연미정 전경@사진 동이

강화대교를 건너 교동도 쪽으로 파발마(필자의 차)를 트니 연미정(월곶돈대) 이 나타난다. 물길이 제비꼬리같다 해서 연미.한강과 임진강의 합수지점이기도 한 연미정에선 맑은 날 북한 연백평야까지 볼 수 있단다.북에서 통일소가 헤엄쳐왔다는,작은 섬 우도도 앞에 있다. 나이 지긋한 관람객 서너팀이 연미정을 둘러보며 두러두런 얘기 꽃을 피운다. ‘고단한 여정 끝에 한가한 시간을 갖고 픈’ 실버들의 목적성이 필자와 똑 닮았다.

강화 고인돌 유적지@사진 동이
강화 고인돌 유적지@사진 동이

고인돌 유적지도 만났다.'이제서야 보게 되다니...' 듣던대로 웅장하다.저 큼지막한 돌들을 어찌 옮기고 얹어 놨을까.고인돌 미스테리가 뿜어내는 위용에 선인들이 큰돌 속에서 성큼  성큼 걸어나오는 듯했다.

이어 찾은 곳이 교동 대룡시장.다방 양복점 약방 이발관 등이 60~70년대  정지화면으로 있다.옛 고향 읍내에 온 것같은 분위기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들어놓은 거대한 세트장이 아닌가 했다.그러나 실은 6.25 전쟁당시 실향민들이 생계를 위해 고향 연백시장을 본떠 만들었다고. 

교동극장@사진 동이
교동극장@사진 동이

 

화개산 전망대.저 멀리 물길 건너가 북녘 땅@사진 동이 
화개산 전망대.저 멀리 물길 건너가 북녘 땅@사진 동이 

대룡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오니 화개정원이란 곳이 보인다. 연산군 유배지 중심으로 '정원'을 꾸미는 공사가 한창이다.경사가 심한 화개산 꼭대기까지 모노레일이 쉴새없이 오르내린다. 관광객들 틈에 끼어 타봤다. 그런데 웬걸? 무인작동 모노레일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다!  1열 앞 좌석(총 3열/9명 정원)에만 전면에 안전손잡이가 있을 뿐이다. 가파른 곳을 내려갈 땐 앞으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안전장치가 매우~매우~ 부실한 화개산 모노레일. 산 정상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서해 바다와 북 연백평야를 한눈에 보여줘 다소 위로(?)가 됐다.

어둑해질 무렵 교동대교를 나와  차박 후보지로 알려진 월선포구를 찾아봤다.생각보다 장소가 협소해 석모도 '만남의 광장'으로 차 머리를 돌렸다.이곳을 차박 첫날 캠프로 정했다.평일이어서인지 넓은 주차장에 달랑 차 두대 뿐이다.여장을 풀고 동반자와 밀키트로 저녁을 해결했다.

차창 밖은 석모대교를 오가는 차량들 불빛이 바닷 물빛과 어우러져 환상의 야경을  만들어낸다.차박지론 시쳇말로 '짱'이다.

나른함이 밀려오고...대교의 어스름한 불빛 속에 비몽사몽 두둥실 꿈나라로 떠~갔다.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서 바라 본 석모대교@사진 동이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서 바라 본 석모대교@사진 동이

예보대로 이튿날 아침 비가 내렸다. 다행히 강수량이 많지 않아 차박에 불편은 없었지만 새벽 녘엔 쌀쌀하기 까지 했다. 침낭 챙기길 잘했다. ‘만남의 광장’은 화장실도 깔끔한 편이다.누룽지로 조식 해결하고 출발~여행~~. 

보문사가 있는 석모도는 대교가 놓이기 전엔 외포리선착장에서 카페리선을 타고 가야 했다.석모도 어항, 선착장, 해수욕장 등지를 꼬불꼬불 돌아 다녀봤다. 선착장이 있는 곳에선 차박이 가능해보였다.대체로 편의점과 화장실이 있다.그러나 횟집 상인과 어민들 출입이 잦고 장소가 좁아 부적절해 보였다. 낚시/차박족들을 향한 '취사 야영금지'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다. 금지행위 대상으로 '성행위'라는 낯뜨거운 표현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 외지인 민폐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갔다.

선착장 대부분이 그랬다.꼭 석모도에서 차박을 해야 한다면 ‘만남의 광장’을 이용하길 권한다. 하루 밤 주차비(2000원)만 내면 주민과 갈등 빚을 일 없다.물론 이곳에서도 옥외 야영과 취사는 금지다.

석모도 '만남의 광장' 주차장@사진 동이
석모도 '만남의 광장' 주차장@사진 동이

파발마는 석모도를 나와 외포리를 지나 강화도 아랫쪽으로 코스를 잡았다.언제와도 멋스런 해변풍광은 변함이 없다.다만,도로에 연접한 카페들은 낯설고 새롭다.와본 지 꽤 된 탓에 이름모를 카페들이 그새 많이 들어섰다. 강화도도 카페천국이 됐다.

강화 스페인마을 전경@사진 동이
강화 스페인마을 전경@사진 동이

스페인마을. 가볼만 하다는 지인 얘기를 들었던 터. 사진처럼 아기자기했다.작은 문화촌이다.바다 뷰 카페 창가에서 잠시 도락을 맛봤다.

동막해수욕장을 지나 해변을 노닐다  내륙 ‘마니산 산채’에서 허기를 달랬다. '시장은 늘 반찬'이지만,알려진만큼 이름 값 하는 맛집이다.

'병인양요 신미양요의 격적지를 건너 뛰어서야...' 강화의 진과 보,돈대를 헤집고 다녔다.웬 진과 보,돈대들이 그렇게 많은 지...구한 말 쇄국정책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이 된다. 

돈대@사진 동이
돈대@사진 동이

척화에 맞섰던 강화의 진과 보,돈대들은 여전히 기상이 늠름하다. 방어진지에서는 아직도 결사항전 의지가 불타고 있는 것같았다.

핫플 카페로 변신한 옛 조양방직 건물 내부@사진 동이
핫플 카페로 변신한 옛 조양방직 건물 내부@사진 동이

돈대의 뜨거운 열기를 내륙 조양방직 카페에서 잠시 식혔다.이곳은 커피도 커피지만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베이비부머의 감성취향을 저격한다.시도 때도 없이 베부실버들이 밀려드는 이유를 알 것같았다.

그렇게 다니고 노니느라 마니산과 초지진 근처에서 차박 이틀을 더 했다.

'정처없는 차박  3일'에  동반자는 "좋다"고 후한 평가를 내린다.

다음 거사를 '모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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