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도적인 전시회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해외 작가를 들여와 전시하는 경우 색감이나 특유의 분위기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대표적인 예로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Anonymous Project’ 사진전과 물속 혹은 자연을 다뤄 친환경적인 활동에 관심을 생기게 만든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등이 있다.

전시를 관람했을 때 시선을 빼앗는 작품도 분명 있었지만 SNS 업로드용 사진을 건지기 위해 온 방문객이 많은 느낌이 들고 다소 소란스러워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조금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전시회로는 무엇이 있을지 찾아봤다. 작품의 창작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전시회를 기획하는 사람의 기획력과 관점, 가치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당히 고요하지만 발목을 오래 붙잡는, 그런 전시회가 있었다.

사진 김연수
사진 김연수

강릉시립미술관의 판화전인 ‘박수근: 블랙 에디션’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전시회였다.

크지 않은 규모로 1층은 기존 판화를 전시한 평범한 형태였다. 반면 2층은 1층에서 관람한 작품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느껴볼 수 있는 점자 형태의 작품을 전시해 촉감으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는 판화라는 작품의 특징을 잘 활용한 예로 선천적, 후천적 시각장애인들도 전시를 관람해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사진 김연수
사진 김연수

미술관, 전시회는 당연히 눈으로 보며 즐기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기획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점차 나이가 들어 시각이 흐려지는 노년층도 천천히 즐겨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다. 평소라면 경험할 수 없었을 사람도 방향을 살짝 비틀어 모두 다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상한 것이 인상적이어서 일까.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어떤 생각에서 이 전시회가 기획되었을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사진 김연수
사진 김연수

돌아보면 사회적 분위기가 남들과 다름, 자신의 약점을 예전보다는 좀 더 드러내고 당당한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이나 장애를 지닌 존재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늘어났다.

청각을 다룬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시각을 다룬 영화 “버드박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요즘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장애가 생긴 사람들이 유튜브나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현실에서 겪는 고충이나 문제 발생 시 해결 방법 tip 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불편함으로 작아지기 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방안을 찾아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방법과 시도가 다채로워지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도, 지자체도, 더 다양한 조직에서도 앞서 소개한 전시회처럼 여러 방향으로 방법을 강구해야 공존이 한결 거뜬해지지 않을까. 아무쪼록,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전시였으니 시간이 된다면, 혹은 강릉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박수근: 블랙 에디션’은 강릉시립미술관에서 6월 25일 일요일까지 진행되니 방문해보길 바란다.

사진 김연수
사진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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