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마을 전경@사진 동이
늘보마을 전경@사진 동이

슬로우시티를 표방하는 강원 영월 김삿갓면엔 늘보마을이란 곳이 있다.

“여보게 우리 쉬었다 가세~~~남은 잔을 비우고 가세~~~”(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조각/나훈아)

이름부터 느긋함이 느껴지는 늘보마을은 이 노랫말이 딱 어울리는 동네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아~~~이런 곳이 있네..."  입이 절로 벌어진다. 

병풍 두메 앞으로 큰 내(하동천)가 흐르고 그 너머로 비옥한 밭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이곳 출향인들은 필시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란 말을  입에 달고 살 것 같다.

늘보마을을 가로지르는 하동천과 산하@사진 동이
늘보마을을 가로지르는 하동천과 산하@사진 동이

며칠 전 이곳이 고향인 지인과 늘보마을을 찾았다.

“예전과  달라진 게 없어요...굳이 달라졌다면 포도농사를 좀 짓는 거 하고,펜션 몇곳 들어선 정도죠...”(지인)

천변의 노송 두그루가 '산수화를 그리는' 곳에서 모처럼 차박하는 호사를 누렸다. 하동천 옆 '늘보체험공원'은 정자와 간이화장실까지 갖춰놓고 외지인들에게 간이캠핑장으로 내주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노송이 있는 뚝방 길에 복숭아와 개복숭아, 앵두나무를 끝간 데 없이 심어놓았다.제방도 탄탄하게 다지면서 수확철 체험행사까지 한다.

내친 김에 김삿갓문학관까지 가봤다.

문학관은 늘보마을에서 멀지 않은 김삿갓면 와석리 계곡 깊이 자리잡고 있다.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하던 풍류가객  김삿갓(난고 김병연) 묘도 문학관 옆에 있다.

김삿갓 문학관  전경@사진 동이
김삿갓 문학관  전경@사진 동이

애초 김삿갓면의 지명은 하동면이었으나 김삿갓 묘가 발견되고 문학관 건립과 묘지공원화를 계기로 아예 면 이름까지 김삿갓면으로 바꿨다.

그의 문학관에선 기개와 풍자가 넘치는 시들을 만나볼 수 있다.

-浮浮我笠等虛舟(부부아립등허주) 一着平生四十秋(일착평생사십추)

牧堅輕裝隨野犢(목견경장수야독) 漁翁本色伴沙鷗(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취래탈괘간화수) 興到携登翫月樓(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속자의관개외식) 滿天風雨獨無愁(만천풍우독무수)-

(떠도는 내 삿갓 빈배와 같아 한번 쓰고 나니 세월이 사십 평생이네

목동은 소먹일 때 가볍게 쓰고, 노 어부는 쓰고 나가 백구의 벗이 되누나

취하면 벗어서 꽃나무 걸어 보고, 흥나면 들고서 달 누각에 올라보네

속인이야 의관이 겉치장이지만 나는 야 하늘 비바람에도 근심없구나)

벗되어 몸까지 지켜주는 ‘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그의 시 ‘삿갓’이다.

방랑묵객의 유유자적함이 느껴진다.

카페 799에서 본 산하@사진 동이
카페 799에서 본 산하@사진 동이

#별마로천문대 ‘카페 799’

영월은 있는 것 만으로도,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밤이 되면 하늘엔 별무리가 장관을 이룬다.북극성 북두칠성 은하수 등등...잠시 세상사 내려놓고 어릴 적 보았던 별자리를 찾는 추억놀이도 해볼 수 있다. 새벽 녘 청량공기는 덤이다.

귀경 길에 들른 별마로천문대는 ‘끝판 뷰’를 보여준다. 영월읍내와 동강,서강의 합수지점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봉래산 정상(799m)에 있는 천문대엔 카페 799도 있다.패러글라이더들이 동강을 향해 몸을 날리는 활공장이 바로 옆이고...

799카페에 들어서자 초로의 신사들이 한창 얘기 꼿을 피운다.

“여보게 동이~~ 쉬었다 가게나~~~”

귀경길 고속도로에 까지 799카페  목소리가 환청으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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