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을 다닌다고 하니 지인이 "육백마지기 한번 가보라"고 추천한다. 차박성지라며...
‘고뤠?’
포털 검색을 해보니 추천할 만큼 풍광이 멋져 보인다. 드넓은 고원에 큰 바람개비(풍력발전기)들이 줄지어 있고 연봉을 휘감고 피어오르는 운무가 장관이다.

육백마지기 정상@ 동이
육백마지기 정상@ 동이

망설일 거 있나. 행장을 꾸려 바로 향했다.강원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으로~~~
육백마지기는 수도권에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평창IC에서 빠져 미탄면 읍내 쪽으로 가는 게 정코스다. 그러나 마침 가는 날이 영월 장날이어서 "영월을 들러 가자"는 동행인의 강권에  텃밭에서 키운 옥수수 알갱이들을 챙겨 뻥튀기도 할 겸 영월-평창코스를 택했다.
"육백마지기 올라가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구간도 긴데다 정상부근에서 비포장 도로로 바뀌고 교행도 어렵다"는 SNS 글을 본 탓에 해지기 전에 도착해야겠다는 심산을 해놓았다.

그렇게 찾아간 육백마지기는 세평대로였다.사방으로 확~펼쳐진 산등성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산꼭대기라 벼농사는 어려웠겠지만, 논이라면 볍씨 ‘육백말을 뿌리고도 남을 만한 크기’(육백마지기)로 손색없어 보였다.
금요일 오후여서 인지 차박성지 답게 육백마지기 정상 주차장은 만원사례였다. 주차가 마땅치 않자 주행도로 여기저기 차를 세워놓고 차박을 준비하는 이들도 많았다. 마침 차 한대가 빠져나가 정상 주차장,드넓은 조망이 펼쳐지는 곳에 차를 대는 행운을 잡았다.

뒷 트렁크는 언제 열어보나?

90도로 트렁크를 열어제친 채 차박하는 호사를 누려봤다.

새벽 녘 잠결에 눈을 뜨니 운무 가득한 연봉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다들 이 맛에 불원천리 비포장 산길을 달려왔으리라. 차량 감가야 빨리 진행되겠지만서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차박이었다.
육백마지기 정상에선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고 1톤 이상 캠핑카 출입이 제한된다.스텔스 차박과 함께 간이 의자와 탁자를 놓고 야외에서 풍광을 즐기는 것까지는 허용된다. 그러니 식사는 차안에서 해결하는 게 매너이자 에티켓.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그런가.밤이 이슥해지자 차 밖에서 취사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대체로 캠핑카가 아닌,승용차와 SUV 차량을 갖고 온 차박러들이어서 차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기가 쉽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지럽고 지저분한 노지캠핑장이 돼버리면 결국 뒤 이어 오는 이들의 불편으로 돌아가게 돼있다.

토요일 아침이 되자 밤새 야간운행 끝에 도착한 차박러들까지 밀고 들어와 혼잡도가 극에 달했다.차가 빠질 때까지 주차장을 빙빙도는 차량,도로 한켠에 줄지어 서있는 차량들 등등...

하룻 밤을 보냈으니 다음 사람을 위해서라도 움직여야 했다. 간단히 누룽지로 조식 해결하고 서둘러 빠져 나왔다.

각설하고~ 육백마지기는 차박 핫플답게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다.정선 양떼목장이나 함백산 만항재와는 또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하겠다.

#교통

육백마지기 정상 주차장은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회동리 1-18로 검색된다. '육백마지기 주차장'으로 검색해도 된다.

초행이면 육백마지기 정상을 오르내릴 때 각별히 조심할  대목이 있다.

우선 오르막 경사도로가 길다는 점이다. 차량 마일리지로 필자가 측정해보니 청옥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무려 13km 가량이나 됐다.구불구불한 경사 길을 계속 완속으로 올라가야 하기에 차에 무리가 올 수 있다는 점,유념해야 한다.

대부분 구간에서 교행이 가능하지만 산 정상을 앞두고 1.5km정도가 비포장길이다.게다가 이 구간은 도로 폭마저 좁아져 서행/안전운전이 필수. 동이가 찾았을 때 정상 가까이 비포장길 구간 일부가 차량통행으로 깊게 파여져 차체 하부가 낮은 차량은 매우 위험해 보였다.특히 야간에는 도로가 파인 부분이 잘 안보여 사고 위험이 높다는 점 명심하시길...

아울러 긴 오르막 길을 저단 주행하기에 자동변속 차량도 엔진과 미션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특히 하산길은 브레이크가 과열되지 않도록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  ‘밑줄 쫙~!“이다.

올라가든,내려가든 중간지점에서 한 20~30분 쉬며 풍광을 감상한 뒤 운행하는 것이 팁. 브레이크 과열로 육백마지기 내려올 때 고생했다는 유튜브 영상들이 많다는 점 꼭 참고하시길...

청옥산 정상 육백마지기 주차장@동이
청옥산 정상 육백마지기 주차장@동이

#주차장 등 편의시설
정상의 주차공간이 협소해 자칫 문콕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캠퍼들이 의자와 간이탁자들을 좁은 공간에 놓고 있어 더욱 협소하다. 옆 차에서 나는 작은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여서 방해받지 않고 차박을 즐길 생각이라면 잠시 머물다 내려가는 걸 추천한다.
정상에 편의점은 없다.휴가철엔 미탄마을 사람들이 장터를 운영한다고 하나,동이가 찾았을 땐 볼 수 없었다. 도회지와 달리 농촌엔 편의점도 드문드문 있어 챙겨오지 않으면 물 한모금 먹기 쉽지 않다는 사실!   유비무환이다.화장실은 정상 주차장에만 있다. 관리는 깔끔한 편이고...

#날씨 등

고지대여서 평지보다 기온이 매우 낮다.초가을이라면 아침 저녁으로 늦가을이나 초겨울 날씨라 생각하고 준비해가는 게 좋다. 맑은 날씨엔 아래 사진같은 풍광들이 나온다.

제대로 즐기려면 주말보다는 가급적 평일에 갈 것을 추천드린다.

사진 동이
사진 동이
사진 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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