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뜻 밖의 선물’을 만나기도 한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새롭게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들 말이다. 인생 중반을 넘겼음에도 '세상엔 여전히 배울 게 차고 넘친다'.

6.25전쟁 당시 장사상륙작전도 필자에겐 그런 류의 ‘선물’이었다.잔잔한 감동과 함께...

물론 어디까지나 ‘전사에 따른다면~’이 전제다.

인천상륙작전은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장사상륙작전은 사실 낯설다. 당시 유사한 작전이 동해에서 있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전해져 알 뿐이다.

얼마 전 경북 영덕의  장사해변이 '차박성지'라고 해서 찾아 가봤다.

도착해보니 해변에 웬 군함이 한척 정박해 있어 호기심에 다가가 봤다. 파도 넘실대는 해변에 태극기를 단 군함이 우람한 위용으로 우리를 맞고 있는 게 아닌가?

장사해변의 문산호@사진 동이
장사해변의 문산호@사진 동이

군함은 6.25전쟁 때 장사상륙작전에 동원됐던 LST 문산호다.

당시 작전 중 좌초됐던 함정을 복원시켜 전승기념관으로 개방하고 있었다. 모래사장엔 그때의 상륙작전을 재현한 전사들 동상과 충혼탑이 호국영웅의 얼을 기리고 있고...

장사상륙작전을 재현한 전사들 동상(왼쪽)과 충혼탑(오른쪽)@사진 동이
장사상륙작전을 재현한 전사들 동상(왼쪽)과 충혼탑(오른쪽)@사진 동이

#장사상륙작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맥없이 밀려난 군이 낙동강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1950년 9월.  연합군은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하며 총반격에 나선다.

인천상륙작전(9월 15일) 바로 이틀 전인, 9월 13일.  육본직할 독립 제1유격대대 대원 772명을 태운 2700톤급 전함 LST문산호가 부산항을 출발한다. 목적지는 동해안 영덕의 장사해변.

”당시 북한군의 기습공격으로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까지 밀려 최후 방어선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에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기만으로 적을 분산시키기 위해 동해안 장사에서 양동작전으로 시작되었다...장사해안에서 상륙작전을 전개해 북한 군 제2군단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적의 후방을 교란시키는 것이었다...“

6.25 전황을 뒤엎을 반격작전의 시발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산호는 상륙작전 중  태풍에 밀려 자초하고 만다.작전이 큰 위기를 맞은 것.

퇴로가 막힌 대원들은 악조건에서 장사해변으로의 상륙을 시도했고,그 과정에서 북한군(300여명)의 공격을 받아 139명이 전사하고 92명이 부상을 입는다.그러나 살아남은 학도병들은 마침내 인민군 보급로인 7번국도를 차단하는 데 성공한다. 이튿날엔 전방 200고지를 점령한뒤 북한군과 6일간의 치열한 교전을 치르며  270명을 사살하고 학살 직전의 애국청년 10여명을 구출하는 전과(전사기록)를 올렸다.

장사상륙작전은 적의 시선을 동해로 돌리고,한편으론 보급로를 끊음으로써 대반격의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 

양동작전도 놀랍지만,더 놀라운 건 전투원 대부분이 정규군이 아닌,학도의용군이었다는 사실.작전에 동원된 학도병들은 대구에서 결성된 일명 '명부대' 원이었다. 

문산호가 좌초하자  군은 구조함 LST 조치원호를 장사해변에 급파,철수작전에 돌입했으나 미처 39명의 대원을 구하지 못한 채 장사해변을 떠나야 했다. 남겨진 대원들은 전사하거나 실종됐고 바다 가운데 묻혀있던 문산호는 이듬해인 51년 3월에야 발견됐다.

앳된 소년학도병들이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유격상륙작전에 투입됐다는 전사도 뭉클했지만, 철수 당시 대원들을 적진에 남겨두고 떠나야 했던 당시 전황이 가슴 한편을 아리게 했다.

”6.25 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 뒤에는 학도병으로 이뤄진 장사상륙작전의 희생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전함 문산호는 그때의 위용으로 장사해변에 우뚝 서있다.

모래사장 한켠,백척간두에 선 조국을 위해 초개처럼 몸을 던진 전사들의 동상과 추모공간은 숙연함을 더해주고...

장사해수욕장 해변@사진 동이
장사해수욕장 해변@사진 동이

장사해변은 풍광이 뛰어나고 이국적 정취마저 물씬 풍겨준다.  차박성지로 불리는 까닭이다.

차박성지의 고즈넉함과 평온이 70여년 전 전사들의 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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