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

’살아서는 진천이요,죽어서는 용인 땅‘이라는,예부터 내려오는 풍수어다.

며칠 전 지인과 '살기 좋다는' 진천을 찾아가봤다.중부고속도로 진천IC를 빠져나가자 마자 마추치는 문구가 '생거진천'이다. 읍내를 다니는 버스 앞머리에 표출되는 글자도 생거진천,지역특산물 브랜드도 생거진천이다.

'진천인구가 9만을 돌파했다'는 자축 현수막도 보인다.

”진천의 인구 증가가 시작된 건 2014년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 일대에 충북혁신도시(면적 6.9㎢)가 들어서면서부터다.

한국고용정보원 등 공공기관 11곳이 이전하고,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주택 공급, 정주 여건 확충, 기업 유치와 좋은 일자리 증가 등 선순환 구조가 잘 작동해 인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진천은 2016년 이후 7년 동안 해마다 1조원 넘게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누적 유치액은 11조원에 육박한다. 씨제이(CJ)제일제당, 현대모비스, 한화솔루션 등 기업 70여곳이 진천에 둥지를 틀었다. 박근환 진천군 투자전략실장은 ‘수도권과 연접한데다 교통 여건이 좋아 진천 세일즈가 잘 먹히고 있다’고 했다“(비수도권 유일 100개월 연속 인구 증가…진천군에 무슨 일이?/2022년 12월 한겨레)

1년 전 기사다. 

진천은 '물 좋고 산이 좋아' 일찍이 멸종위기 황새들이 둥지를 틀었던 고장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진천 황새' '생거진천' 후광을 톡톡히 보는 듯하다.

쌀쌀한 날씨에도 관광지 미호천 농다리,초평호 하늘다리,나무둘레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미호천과 인공폭포,그리고 폭포 위에 세워진 '생거진천' 표지@동이
미호천과 인공폭포,그리고 폭포 위에 세워진 '생거진천' 표지@동이

진천엘 가면 '안 건너면 안되는' 다리가 있다. 바로 농다리다.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농다리는 천년 전에 만들어 졌다는데, '위풍이 가히 당당'하기 이를 데 없다.

"어떻게~ 저렇게~ 큰 돌들을 쌓아 다리를 놓을 생각을 했을까?"

"기중기조차 없던 시절에  어떻게~ 큰 돌들을 다리 상판으로 올려놓았을까..."

지네 형상이라는 농다리는 구조측면에서도 매우 기하학적이다. 돌탑기둥을 쌓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거대한 상판돌을 짜맞춰 나갔다.28칸 교각에 길이 93m,폭 3.6m,다리높이 1.2m... 시멘트조차 없던 그 옛날 석회조차 사용않고 강한 물살에도 흔들림이 없도록 단단하게,그리고 평평하게  축조해놨다.

지네 형상의 진천 농다리@동이
지네 형상의 진천 농다리@동이

천년동안 거센 물살에도 떠내려간 적이 없다고 하니...그저 놀라울 뿐이다. 

다리를 건너노라니  물길 속에 천년전 다리놓던 선인들 모습이 어른대는 듯 했다.

동이
동이

아래 사진은 농다리 인근 초평호 낚시터.

밤에도 꾼들이 불밝히며 찌질을 해대는 곳이다.낚시터라기 보다는 선상펜션이다.낚시 안 해도 하룻밤 묵고 싶은 호수 뷰다.

볼 것 없을 것같은 내륙 진천엔 이렇게 ‘만만디 여유’와 재미진 구석들이 숨어있다.

아래 사진은 초평호 둘레길에서 만난 음식점 광고판과 글귀. 읽다가 빵~터졌다.

동이
동이
동이
동이

음식점 주인장은  관광객이 오가며 안볼 수 없게도 적어놨다. 충청도 말씨로 쓰여진 글투도 정겹기 그지없다.

45년된 가게라고 하니 한번 찾고 픈 마음이 든다.  '다음을 기약해야지~'하며 나무둘레길로 하늘다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니 마침 그 집에서 음식을 먹고 배타고 돌아오는 이들이 보인다.

동이
동이

광고 글귀대로 채 2분이 안걸리는 쾌속보트다.  내리는 손님에게 물어봤다.(주인장은 벌써 배를 몰고 호수 가운데쯤 돌아가고 있으니 객관적 평가를 기대하며...)

"맛은 어떤 가요?”

“닭볶음탕과 민물새우탕을 시켜 먹었는데 둘다 맛있습니다~~~"

통상적 멘트보다는 어조가 좀 강하다. 맛 평가도 괜찮고,직접 가꾸고 담근 걸로 만들고 음식 갖고 장난 안친다 했으니 다음에 동행인을 구해 가볼까 싶다.경제도 어렵다는 데,생거진천 인구 팍팍 늘고 쥐꼬리명당을 비롯한 관내 식당들 모두 대박나길...

돌아오는 길에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해서 전망대로 차를 몰았다. 가볍게 봤으나 의외로 가팔랐다.전망대에 오르니  초평호가 둘러싼 지형이 한반도를 빼 닮았다.강원 영월에 있는 한반도 지형과도 흡사하다.

초평호가 품고 있는 한반도 지형(사진 가운데 부분)@동이
초평호가 품고 있는 한반도 지형(사진 가운데 부분)@동이

K한류 탓인가?

이즈음 반도의 물줄기들도 곳곳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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