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 문주리에 있는 수주팔봉.

'한겨울 핫플 차박지'로 SNS에서 들썩들썩하는 곳이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날씨 탓 해서야~ 금요일 오전 행장을 꾸렸다.오후가 되면 주말모드라 자리잡기가 어렵다고 하니.

다행히 낮 12시쯤 강변에 도착,수주팔봉이 보이는 곳에 자리잡는 행운을 누렸다.출발전 들었던 궁금증은 도착 순간 풀렸다. 

잔설이 덮힌 팔봉을 병풍삼아 유려하게 흐르는 달천과 절벽 위 출렁다리,그리고 그 옆의 정자.

한폭의 산수화가 필자를 맞았다.

수주팔봉 야영지에서 본 달천 강변과 출렁다리,정자@사진 동이
수주팔봉 야영지에서 본 달천 강변과 출렁다리,정자@사진 동이

차박하고 떠나는 캠퍼,이제 막 들어오는 차박러들로 야영지는 부산했다.

오후가 되자 예의 강변은 꽉 찼다.캠핑카와 차박용 차량,쉘터들이 모래자갈밭에 죽~늘어선 모습이 야외 캠핑박람회장을 방불케 했다.

차박 준비를 마치고 다종다양한 캠핑차량이 들어찬 강변을 한바퀴 돌아봤다.

아이와 함께 온 부부는 이제 막 쉘터를 치는 중이다.바로 옆 소형 SUV는 차 뒷자리는 물론 트렁크까지 캠핑용품이 빼곡히 차있다.지붕 위엔 루프박스까지 얹혀져 있고...한 무리 청년들은 텐트 밖으로 연통을 빼놓고 안에서 벌써 삼겹살 파티 중이다.혹한에도 강변에 야외탁자를 펴놓고 물멍하는 이,블루투스 음악스피커를 틀어놓은 채 팔봉 산야를 감상하는 청춘들,반려견과 산책하는 어르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캠핑을 즐기고 있었다.

수주팔동 야영지의 낮@사진 동이
수주팔동 야영지의 낮@사진 동이
수주팔봉 야영지의 밤@사진 동이
수주팔봉 야영지의 밤@사진 동이

탁트임 해방감이 이들을 이곳에 끌어들였으리라.

소꿉장난하듯 저녁을 차려먹고 달천 강가를 다시 한번 돌았다.캠핑박람회장 같던 야영지는 어느새 화려한 불꽃캠프들로 바뀌어 있었다.팔봉 하늘 위로는 별들도 총총 들어서고.

그렇게 밤을 맞아 긴 겨울밤 숙면하는 호사까지 누렸으니 부러울 게 없다.겨울캠핑이 주는 고마움이요,낙(樂)이다.일상에서 밤잠을 설치는 편이라면 야외 캠핑을 시도해보시라~.숙면 뒤의 아침 기분이야  ‘일러 무삼하리요’.

바깥 아침 기온 영하 9도. 차박 차량과 텐트에서 하나둘 어둠을 털고 일어선다.

#차박성지 비결?

풍광만으로 '핫플' 차박지를 설명하긴 어렵다.필요조건이랄까,중요한 건 편의시설이다.유료든 무료든 일상의 '앞처리와 뒷처리'가 불편해선 차박성지 반열에 오를 수 없다.

수주팔봉 야영지는 그 점에서 합격점이다.편의시설이 아주 잘 돼있다.관리도 굿!  수세식 화장실엔 난방, 온수에 음악도 흐른다.쓰레기분리 수거시설과 음식물 버리는 곳까지 있다.개수대는 겨울이라 비가동이었지만 봄되면 가동된다고 하니 차박지로 갖출 건 다 갖췄다 할 수 있다.

#농지개량사업이 준 선물

수주팔봉은 달천 건너 산 정상에서 강기슭까지 여덟개 봉우리가 떠올랐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물맛이 달아 달천으로 불렸다지만,경관도 뛰어나 일찍이 팔봉서원(1582년 건립)이 자리한 곳이다.

이곳 경관의 핵심포인트 중 하나가 달천 강 위 절벽의 출렁다리. 벼랑 양쪽 끝을 연결한 출렁다리는 그 옆 정자와 썩 잘 어울린다.벼랑 위에 걸쳐진 출렁다리는 야간엔 조명까지 더해져  불멍~ 산멍~하며 감성캠핑하기 딱이다.연봉과 능선,그 아래 흐르는 강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을진대,작은 폭포에다 하늘다리까지 있으니...

흥미로운 건 다리와 폭포가 역설적이게도 60년 전 농지개량사업이 가져다 준 ‘선물’이라는 점이다. 기록을 보면 1963년 식량자급책으로 농지개량사업이 추진되면서 수주팔봉의 칼바위 능선 중간이 잘려나간다.팔봉 너머로 유장하게 흘러 먼 길을 돌아 달천과 합류하던 오가천(석문동천) 물길이 팔봉마을쪽 달천으로 바로 떨어지게 됐고 오가천이 흐르던 아래 쪽에 드넓은 농지가 새로 만들어졌다.

요즘같으면 ‘환경훼손 반대’ 여론에 부딪쳤을 만한 사안이지만,보리고개를 넘어야 했던 당시로선 절박했던 농정이었다.그렇게 능선 중간허리가 잘리고 세월이 흘러 그 자리에 인공폭포와 출렁다리가 만들어졌으니 바위능선 절단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본래 물길(파란색 화살표)을 막고 수주팔봉 능선을 잘라 새로운 물길(빨간색 화살표)를 내 지금에 이른다@사진 동이
본래 물길(파란색 화살표)을 막고 수주팔봉 능선을 잘라 새로운 물길(빨간색 화살표)를 내 지금에 이른다@사진 동이

#제2, 제3의 수주팔봉을 기대하며

수주팔봉 야영지서 이틀간 차박을 하며 강변을 뛰노는 아이들을 보았다.

추위 아랑곳않고 깡총대는 아이들을 보니 자녀 셋을 키우며 차박을 다닌다는 후배가 떠올랐다.그는  "펜션이나 콘도는 숙박비가 많이 들어 엄두를 못내고 차박캠핑을 주로 다닌다"고 했다.

후배 처럼 박봉에 어린 자녀를 키우는 청춘들이 감성만 좇는 건 아니다.물가는 천정부지고, 움직이면 돈이다.차박캠핑이 팍팍한 살림살이에 가성비 높은 '작은 행복'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들이 갈만한 차박지는 많지 않다.있더라도 편의시설이 제대로 안돼있거나 관리가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민심까지 사나워 다시는 가고싶지 않은 곳도 생겨난다.

정치가 뭔가,국민 행복지수 높여주는 일 아닌가.

공급자 시각에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우리고장 찾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 지자체도 고민해본다면 수주팔봉 차박지같은 곳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이런 것들이 확장되면 그게 바로 지방행정이요,나라 정책이다.

편의시설을 갖춰놓고 '지켜달라는 것'과 '지키는 것'이 균형을 이룬다면 풍광과 함께 멋진 차박지가 곳곳에 생겨날 것이다.

수주팔봉 야영지 편의시설동@사진 동이
수주팔봉 야영지 편의시설동@사진 동이

#팁:야영지 입구 등에 '차량 빠짐 주의'라고 크게 써붙였다.강변 쪽으로 내려갈 수록 덜 다져진 모래와 자갈이 있어 바퀴가 빠지기 십상이다. 특히 야간엔 ‘차빠짐 주의’ 현수막이 잘 안보이는 데다 지면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워 강가 가까이 내려갔다간 낭패보기 쉽다.  렉카가 부지런히 다니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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