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쿠바가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25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한국과 쿠바의 주유엔대표부가 미국 뉴욕에서 외교공한 교환 형식으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최종 합의했다고 한다. 물밑 합의가 이뤄진 건 지난 설 연휴 때였고, 곧장 대통령에게 보고되면서 13일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올라 의결됐다. 

동아일보는 사설(한-쿠바 전격 수교… ‘北 형제국’의 실용주의 변심)에서 “북한의 오랜 우방 쿠바가 한국과 수교한 것은 이념보다 경제협력을 우선시하겠다는 실용주의적 결단으로 풀이된다”며 “‘혁명의 나라’로 유명한 쿠바는 그간 북한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 간 유대를 기반으로 반미 반제국주의 노선에 한목소리를 냈다”고 했다.

사설은 “북한이 불법 핵 개발로 갈수록 고립돼 가던 와중에도 쿠바는 꾸준히 호의적 태도를 유지했다”며 “하지만 한국-쿠바 간 경제협력이 커지고 한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쿠바 내에 널리 퍼진 한류의 현실을 보면서 이념적 의리가 아닌 경제적 실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외교지평 넓힌 쿠바 수교, 남북관계 복원 가교로 이어지길)에서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는 20년 이상 계속된 외교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쾌거가 아닐 수 없다”며 “냉전 당시 ‘남북 외교전쟁’ 시대는 지났지만 쿠바가 북한에는 중국·러시아 다음 가는 우호국이란 점에서 한국 외교의 상징적 성과로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한-쿠바 수교가 ‘북한 외톨이 만들기’나 대북압박 효과를 넘어 한반도 상황에 돌파구로 작용할지는 우리가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문했다.

사진 연합뉴스TV  관련화면 캡쳐
사진 연합뉴스TV  관련화면 캡쳐

[동아일보]

...쿠바는 북한의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불리며, 한국과는 공식 외교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이번 수교는 이달 초 쿠바 측의 깜짝 제안에 따른 것으로 양국은 극비 접촉을 통해 신속한 합의를 이뤘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수교를 방해해 왔던 만큼 물밑 접촉을 거쳐 전격적으로 빨리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으로,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됐다.

...쿠바의 수교 결정은 냉전 종식 이래 우리 정부가 쿠바와 각종 교류 협력을 확대하며 끊임없이 문을 두드린 데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한 쿠바는 우리의 수교 제안에 줄곧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경제난에 시달리는 쿠바로서는 만성 기근의 나라보다는 눈부신 발전의 나라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의 관계도 변수로 작용한 듯하다.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며 강경책을 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말 대선에서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쿠바의 현실주의적 결단을 앞당기는 요인이 됐을 것이다.

한국-쿠바 수교는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을 거듭 확인해줬다. 최근까지도 고위급 방문 등 쿠바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북한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을 받을 게 뻔하다.

[한국일보]

... 쿠바와 북한은 그동안 김일성 주석과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유대를 기반으로 ‘반미 형제국가’로 지내왔다. 쿠바가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과 해빙무드에 들어가면서도 북한과 우방관계를 외면하진 않았다. 결국 이번 일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북한의 외교고립 심화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우리로선 중남미의 새로운 거점을 통해 외교 지평을 넓힌 의미가 크다. 관광, 에너지, 기후변화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의 파이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전략적 성과로 작용하려면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현안 해결에 실질적 도움이 돼야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고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에 이른바 ‘국경선’을 그어 군사태세를 강화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한국-쿠바 수교가 북한을 어느 수준으로 자극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북한이 당장 쿠바에 적대적으로 돌아설 처지가 아닌 데다, 쿠바로선 일종의 실용외교 실천이다. 우리가 외교적 현상변경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문 사설제목](16일)

▲ 경향신문 = 쿠팡 '노동자 블랙리스트' 의혹, 정부 즉시 근로감독하라/'세금 낭비' 용인경전철 배상 판결, 허술한 예타 되짚어야/한·쿠바 수교, 양국 교류·국익 외교 넓히는 전기로

▲ 국민일보 = 조국·노웅래·이성윤·유동규… 총선 희화화 '블랙 코미디'/25년 만에 일본에 뒤처진 성장률, 총선 후가 더 걱정이다/쿠바가 국민 위해 南과 수교할 때 NLL 도발 위협한 北

▲ 동아일보 = 한-쿠바 전격 수교…‘北 형제국’의 실용주의 변심/고금리 위기 中企에 76조 지원… ‘좀비기업 연명줄’ 안 돼야/멱살잡이, 주먹질, 무책임… “차라리 지길 잘했다”

▲ 서울신문 = 법정 농락하다 망명 신청한 친북 간첩들/'尹心' '李心' 앞 갈라지는 여야 공천/한·쿠바 수교… 北, 형제국도 등 돌린 현실 직시해야

▲ 세계일보 = 세금 낭비 지자체장에 경종 울린 '용인경전철 배상' 판결/65년 만에 한·쿠바 수교, 北 고립 자초 행태 돌아봐야/의대생 집단 휴학, 전공의 사직은 사태만 악화시킬 뿐

▲ 조선일보 = 민주당, 소상공인 위한다면 중대재해법 유예 먼저 하길/경력 끝난 지 14년 된 비전문가가 무역협회장, 이유는 '캠프' 출신/경기장 없이 선수 선발, 한국 정치에선 별일도 아니다

▲ 중앙일보 = 대통령의 동선이 북한에 해킹당하다니…/'적대국 한국' 손잡은 쿠바의 선택과 실용, 북한도 성찰하길

▲ 한겨레 = 용인경전철 주민승소, 세금낭비사업 근절 계기 돼야/법무장관 후보, '배우자 탈세' 의혹 해소되지 않았다/정권 보위 앞장선 '피의자' 유병호가 감사위원이라니

▲ 한국일보 = 의대생 동맹휴학, 전공의 사직… 사회적 비난 자초할 것/외교지평 넓힌 쿠바 수교, 남북관계 복원 가교로 이어지길/친명과 심야 공천 논의한 이재명… 이게 시스템 공천인가

▲ 매일경제 = 기업 밸류업 속도내면 美처럼 연금 부자 대폭 늘 것/'경제가 우선' 한국과 수교 택한 쿠바, 북한은 느끼는 게 없나/의사 파업 우려에 정부 "비대면진료 확대"…이참에 규제 확 풀어야

▲ 서울경제 = 韓·쿠바 수교…외교 지평 확대와 시장 다변화 촉진 계기 삼아라/日에도 뒤진 성장률…구조 개혁으로 신성장엔진 점화하라/집단행동 돌입 의사들, 전체 국민 관점에서 의대 증원 협조해야

▲ 한국경제 = 중국 e커머스의 공습 … 기울어진 운동장 확실히 고쳐야/'기업 밸류업' 바람에 편승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상장사 공격/'北 형제국' 쿠바와 수교 … 경제성장·국력신장의 당연한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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