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카이스트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도중 '부자감세 중단하고, R&D 예산 복원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R&D 예산 복원하라"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다 대통령 경호처로부터 강제퇴장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직원들이 이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밖으로 내보내 과잉경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경호처는 지난달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국정 기조를 바꿔달라'고 요구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강제로 끌고 나가 같은 논란이 일었었다.

경향신문은 사설(한국 이공계의 어두운 미래 보여준 카이스트 ‘입틀막 사태’)에서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태’는 1970~1980년대 독재 시절로 돌아간 듯한 충격적인 광경”이라며 “대통령실은 끌려나간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당원이라며 순수한 행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했지만 가당찮다”고 성토했다.

사설은 “대통령이 연설하는 식장의 맨 뒤에서 손팻말을 들고 발언한 것이 전부였는데 경호팀이 사전 경고 없이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비판 목소리는 안 듣나)에서 “윤 대통령은 자기 귀에 거슬리는 국민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결심이라도 한 것인가”라며 “대통령실은 이번에도 ‘경호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단지 행사장 소란을 이유로 졸업식의 주인공인 졸업생을 가차 없이 내쳐야만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오바마가 이민정책 개혁 방향을 설명하던 중 연단 바로 뒤에 있던 한국계 청년이 ‘추방 중단’을 외치며 연설을 방해하자 경호원들이 나섰다. 하지만 오바마는 오히려 경호원들을 제지하고 청년의 말을 듣고 난 뒤 연설을 마무리했다”며 “우리 대통령에게 이런 여유와 관대함을 기대하긴 어려운가”라고 꼬집었다.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경향신문]

...윤 대통령이 모를까봐 다시 한번 적는다.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려 쫓겨나는 상황에서도 카이스트 졸업생이 윤 대통령에게 하려던 말은 “연구·개발(R&D) 예산 복원하십시오”였다.

국민은 지난해 여름 윤 대통령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28일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R&D 카르텔’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 한마디에 1998년 외환위기 때도 줄지 않았던 과학기술 예산이 4조6000억원이나 삭감됐다. 그래놓고도 윤 대통령은 지난달 초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재임 중 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14.7% 삭감해놓고 재임 중 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니, 본인이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건가.

설 연휴 전인 지난 7일 밤 공개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나온 윤 대통령 발언도 듣는 귀를 의심케 했다.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사회자 질문에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서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전일제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석사는 매월 최소 80만원, 박사는 매월 110만원을 빠짐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이미 국가 프로젝트를 하는 대학 석박사들은 한 달에 100만원 이상 지원을 받았다.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 연구실마다 연구를 중단하고 인건비를 줄이느라 뒤숭숭하다. ‘닥치고’ 예산 삭감으로 과학기술 인재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말살되고 있다. 카이스트 ‘입틀막’ 사태는 과학기술계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카이스트 졸업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한겨레]

...지난 16일 카이스트 졸업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졸업생들 앞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다”고 말했다.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한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장밋빛 ‘공약’도 내놨다. 지난해 뜬금없이 ‘연구비 카르텔’을 운운하며 외환위기 때도 깎지 않았던 연구개발 예산을 14%나 삭감해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누가 들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연구비 삭감으로 당장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졸업생들로서는 대통령의 발언이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대통령 축사 도중 ‘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해달라’고 외친 졸업생의 태도가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도 대통령 경호원들이 떼로 달려들어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고 팔다리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내쫓아버렸다. 대통령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안전을 위협한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

국민의힘은 이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란 이유로 ‘고의적인 정치행위’라고 비난한다. 헌법에 ‘정당 가입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이 무슨 궤변인지 알 수가 없다. 야당 당적을 갖고 있으면 대통령에게 항의도 못 하는가.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의 외침이 당적과 무슨 관계가 있나. 

[신문 사설제목](19일)

▲ 경향신문 = '피의자' 유병호 감사위원 임명, 정권보위 감사 계속하란 뜻/직업윤리 망각한 전공의 집단행동, 윤 정부 물러서지 말아야/한국 이공계의 어두운 미래 보여준 카이스트 '입틀막 사태'

▲ 국민일보 = 해외 부동산 투자액 55조원… 위험관리 하고 있나/이재명의 '사심 공천' 계속되면 민주당은 총선 필패다

▲ 동아일보 = 공공임대 착공 1년새 반 토막…무너지는 서민 주거안전망/환자 떠나는 의사 무책임하지만 이것 막는 것도 정부 일/R&D 예산 깎곤 대학원생 장학금… ‘정책 덧칠’로 오류 덮어질까

▲ 서울신문 = '법관 300명 증원' 조희대法, 조속 추진을/친북세력 위성정당 참여, 민주당에 독 될 뿐/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

▲ 세계일보 = 883일 만의 간첩단 1심 유죄, 재판 지연 막을 방도 절실/선거구도 안 정하고 후보자부터 발표하는 정치권 코미디/"의사 못 이긴다"는 의료계 오만… 이번엔 용납 안 될 것

▲ 조선일보 = 의대 정원 늘린다고 파업하는 유일한 나라, 한국/'민주·개혁·진보' 내걸고 벌이는 의원수 나눠 먹기 샅바 싸움/'범죄 의원' 9명 임기 30개월 누려, 17명은 아직도 재판 중

▲ 중앙일보 = 교사가 '방검복'까지 입고 출근해야 하는 교육 현장/개혁신당, 이런 식으론 중도 표심 못 잡는다

▲ 한겨레 =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비판 목소리는 안 듣나/총선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 언제까지 미룰 건가/"의료 대재앙" 위협한 의협,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 한국일보 = 국내 PF 부실에 미 상업용 부동산 위기, 리스크 심상찮다/'총선용 이합집산' 오명 부르는 개혁신당 주도권 다툼/말기암 수술도 연기… 이러면서 국민과 환자 위하는 척하나

▲ 매일경제 = 판사 증원 호소한 대법원장, 빠른 재판 위해 제도 개선도 추진을/통진당 잔당과 손잡으면서 이승만 깎아내리는 민주당의 정체성/서울 아파트 40%가 상속세 대상, 서민 세금될 판

▲ 서울경제 = 21대 마지막 임시국회, 경제 법안과 선거룰 조속히 처리하라/환자 떠나는 의사 지지할 국민 없다…정부·여야·의협 머리 맞대라/주주환원과 미래 성장 투자 함께 고려하는 '밸류업'이 답이다

▲ 한국경제 = "美, 인텔에 13조 보조금" … 반도체는 국가 대항전/'야만적 독재' 본성 또 드러낸 러시아 나발니 의문사/의사들은 명분 없는 투쟁으로 국민에 맞서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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