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노? 지금 남쪽엔 매화가 지천으로 피고 있는데...”

봄꽃 소식에 '환청'까지 들렸다.

갑자기 코끝이 간질간질해진다. 남녘 매화 향이 봄바람 타고 천리 먼곳까지 날아온 듯했다.

괜스레 설레고 마음이 실속없이 바빠진다.차박 생각에 이것저것 챙기면서도, 마음은 벌써 남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꽃잎이 피고 또 필 때면~그날이 또 다시 생각 나 못견디겠네~~~”(꽃잎)

몇해 전 섬진강 매화길을 따라가며 들었던 노래가사까지 떠오르고.

‘그래 지금쯤 봄빛 잔뜩 머금은 섬진강 기슭에 매화 꽃이 다투어 피고 있겠지.꽃샘 추위쯤이야~ 생각날 때 떠나야지...’

연휴 낀 3일을 통째로 내 주거지를 이탈했다.출발 전 하동 평사리오토캠핑장 예약상태를 보니 그 많은 사이트들이 거의 차 있다.  그렇다! 사람들은 늘 나보다 앞서 간다. 그래도 혹시~하며 '매의 눈'으로 살피다가 빈 사이트를 하나 발견했다. 오호쾌재라~

그렇게 올해 '매화사냥 베이스캠프'를 평사리오토캠핑장으로 잡았다.

봄꽃들이 예년보다 빨리 피고있다는 소식이니 매화인들 다르겠는가.물론 기후변화가 원흉(?)이다.

진해 벚꽃군항제도 지난해보다 1주일 당겼다고 하니. 일찍 온 화신을 반겨야 할지,지구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지 다소 헷갈리긴 한다.

현실은 그러하나 발동하는 춘심이야 어찌할 수 없는 노릇.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체화된 DNA가 시키는 일이니,이럴 땐 ‘유전자 알고리즘’대로 움직이는 게 답이다.

산동마을 산수유@사진 동이
산동마을 산수유@사진 동이

#봄꽃맞이 코스

광양매화를 보려면 수도권에선 호남고속도로 타고 하동 쪽으로 내려가는 게 좋다.섬진강 물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내려가며 봄 내음도 맡고 운 좋으면 산수유 꽃도 덤으로 볼 수 있다.수도권에선 지름길이기도 하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원ㅡ구례로 들어서자 길가 산수유 나무들이 노오란 꽃망울을 달았다.가는 길이니 산동 산수유마을을 들러보기로 했다.길가 플래카드는 3월 9일부터가 산수유 축제라고 알리고 있지만,산수유들은 축제일정과 무관하게 제 꽃을 피어내고 있다.

군락지 돌담은 산꼭대기인데도 이끼들이 파릇파릇해졌고 물가의 산수유들은 노란 꽃술을 하나둘 맺고 있다.거무칙칙하던  지리산 자락이 잠에서 깨어 물 올리며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산수유마을 돌담을 파릇파릇하게 덮은 이끼@사진 동이
산수유마을 돌담을 파릇파릇하게 덮은 이끼@사진 동이

#평사리 오토캠핑장

산동마을에서 산수유 몇컷 찍고 평사리로 향했다.강바람은 여전히 차지만 강물은 에머랄드 빛이다.강변 풀숲도 연초록 가지들을 밀어올리고 있다.

저녁이 되자 조용하던 강 날씨가 꽃을 시샘하듯 광풍기류로 변한다.새벽 녘엔 텐트가 날아갈 정도로 세차게 불어댔다.‘매화 꽃이 산통을 하는구나~’싶었다. 초록이라고 곡절이 없겠는가.

다행히도 아침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듯 강바람이 잦아들었다.연휴 아침이니 필시 체증이 심할 터.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그러다 화엄사 홍매화가 피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차머리를 구례쪽으로 180도 돌렸다.

예상대로 화엄사 경내에 들어서자 주차장부터 인산인해다.산사도 들르고 홍매화를 볼 겸 몰려든 인파들이다. 절 입구 양지녘에 있는 작은 홍매화가 앙징맞게 꽃망울을 터뜨리며 인사한다.

화엄사 입구에 핀 홍매화@사진 동이
화엄사 입구에 핀 홍매화@사진 동이

천연기념물 각황전 홍매화는 아쉽게도 빨간 봉우리만 맺은 채 아직 잎을 열지 않았다. 화엄사측이 3월 9일부터 ‘홍매화 사진콘테스트’기간을 정한 걸로 보아 그 때쯤 피지 않을까 싶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광양 매화마을로~ ~

광양 매화마을 동산은 백설기를 뿌려놓은 듯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산허리를 덮은 매화들이 탐스러운 꽃망울을 경쟁적으로 달아내고 있었다.

광양 매화마을에서 만난 매화꽃@사진 동이
광양 매화마을에서 만난 매화꽃@사진 동이

‘그래~널 보려고 천리 길을 달려왔구나~~~~’ 

활짝 핀 매화 꽃에 코 끝을 살짝 대봤다. 

‘매향이 나냐?’고 묻는다면... 

“연하게~”라고 말해주고 싶다.

뭐 꼭 매화만이어야 하나.겨우내 움츠렸던 일상에서 탈출해 봄내음 맡고  초록 이파리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남녘으로 내려오며,봄빛 도는 강변 달리며 힐링이 되고도 남았으니, 매화는 덤이다.

그나저나 기후변화가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설 어름에 매화꽃이 피지 않을까.

기우 아닌, 기우로 귀경하는 마음은 좀 무거웠다.

매화마을에서@사진 동이
매화마을에서@사진 동이

 

사진 동이
사진 동이
사진 동이
사진 동이

 #후기

평사리오토캠핑장에서 이틀 보내고 귀경길에 최참판댁과 함께 있는 박경리문학관을 들러봤다.

이곳 문학관은 박경리 선생의 문학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곳.‘토지’의 무대인 너른 악양벌판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봄바람을 맞는 기분이 썩 괜찮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한 선생의 동상과 한컷 찰칵하고~~

화개장터에 들러 참게탕이나 재첩국도 한번들  맛보시길...

사진 동이
사진 동이

[동이의 시간여행/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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