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와 관련,수사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 대사)이 어제 전격 출국했다.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지 6일, 출국금지가 해제된 지 이틀 만이다. 출국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을 해외 공관장으로 임명하고, 속전속결로 출국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이종섭 호주대사 출국 강행, 이 난맥의 총체 밝혀야)에서 “수사방해,범죄인 도피라는 들끓는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이 대사를 기어이 내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범죄 혐의를 받는 대사가 이렇게 야반도주하듯 부임하는 것 자체가 국격 추락이요, 외교적 망신”이라며 “이런 사람이 당당하게 나라를 대표해 국익을 챙길 수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 국정의 불통·밀실·무능·무책임이 이 건 하나에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성토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이종섭 ‘대사 임명-약식 조사-출금 해제-전격 출국’ 미스터리)에서 “공수처가 수사상의 필요로 출국을 막아놓은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한 대통령실의 인사부터가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대통령실은 독립적 수사기관인 공수처에 출국금지 여부를 물어볼 수 없어서 몰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이 채 상병 사고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로 오래전부터 지목돼온 상황에서 이 전 장관을 대사에 앉힌 것부터 상식 밖의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 전 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도 의문인 데다, 그런 수사를 통해 내놓은 결과를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호주 대사 임명부터, 약식조사, 출국금지 해제, 전격 출국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종섭 전 장관 출국 규탄하는 민주당@사진 연합뉴스
이종섭 전 장관 출국 규탄하는 민주당@사진 연합뉴스

[경향신문]

...올해 1월 초 이 대사를 출국금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그 사실이 알려진 뒤 지난 7일 부랴부랴 4시간짜리 면피성 약식조사를 했고, 8일 법무부는 그 조사를 명분 삼아 이 대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대사 임명, 공수처 약식조사, 법무부 출금해제, 이 대사 출국까지 엿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속전속결식 출국을 위해 법무부·외교부가 앞장서고 공수처는 거들었다. 의혹투성이 대사 피의자를 이렇게 서둘러 내보내려는 배경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까지 거론되는 ‘수사 외압’ 의혹도 중차대하지만, 그 후 정부의 은폐·축소 행태는 그 자체로 총체적 국정난맥이라고 할 만하다. 전직 국방부 장관인 이 대사는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외압 의혹 당사자다. 윤 대통령은 그런 사람을 호주대사에 임명했다. 이 대사가 출금된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출금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출금을 담당하는 곳도,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하는 곳도 법무부다. 논란 속 인물인 이 대사를 법무부가 검증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출금 사실을 몰랐다는 건가, 알면서 대통령실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법무부의 심각한 무능·직무유기이거나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대사의 출금이 알려진 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대사의 아그레망(당사국 동의)을 미리 받아놓고 외교관 여권까지 발급한 외교부는 이 대사 부임 일정을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이날 내보냈다.

이 대사 임명·출국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사건으로 비화했다. 지척거리는 공수처가 진실을 내놓지 못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밝혀야 할 국민적 의혹이 됐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이 대사 출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는지, 보고하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젊은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을 권력형 사건으로 키우는 것은 윤 대통령이다. 진실 규명을 덮으려고 할수록 의혹·파장이 커진다는 걸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동아일보]

...공수처의 조치도 석연치 않다. 이 전 장관이 5일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며 이의신청을 하자 공수처는 이틀 뒤 이 전 장관을 불러 4시간 동안 약식조사를 했다. 다른 관련자들을 먼저 조사한 뒤 외압 의혹 연루자 중 최고위직인 이 전 장관을 소환하는 것이 통상의 수사 절차인데, 이번에는 거꾸로 된 셈이다. 출국금지 해제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 조사를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공수처의 조사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출국금지를 풀어준 법무부의 결정도 전례가 극히 드문 사례다. 출국금지 당사자가 낸 이의신청은 대부분 기각되고 가족의 경조사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최근 출석 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 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다”는 이유로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다른 피의자들도 이런 기준에 따라 출국금지를 풀어줄 것인지 의문이다.

수해 실종자 수색에 나선 해병대원이 목숨을 잃은 사고 수사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은 투명한 수사를 통해서 결론을 내야 할 일이다.

[신문 사설제목 ](11일)

▲ 경향신문 = 말 많은 여야 비례대표 공천, 또 밀실서 나눠먹기 할 텐가/의료대란 중대 고비, 결국 출구는 의·정 대화로 열어야/이종섭 호주대사 출국 강행, 이 난맥의 총체 밝혀야

▲ 국민일보 = 총선 D-30 공천 혁신 못한 여야, 정책 선거라도 하라/의료체계 고질병 '대형병원 쏠림' 이참에 과감히 수술해야

▲ 동아일보 = 총선 앞 개발 정책에 ‘떴다방’ 기승… 사기·투기 철저히 막아야/이종섭 ‘대사 임명-약식 조사-출금 해제-전격 출국’ 미스터리/국민연금 기금 고갈 7, 8년 늦추는 걸 개혁안이라고 내미나

▲ 서울신문 = 우려되는 총선 정치테러, 무관용으로 대응해야/'현역우대' '친명횡재'… 국민 무섭지 않은 여야/'9전 9승' 의사 불패 끊는 정부 되길

▲ 세계일보 = '사면초가' K반도체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로 대응해야/"버티면 이긴다"는 오만에 동료 의사 겁박하고 복귀 막나/정치 혐오 낳는 '후진 공천', 유권자에 검증 떠넘긴 셈

▲ 조선일보 = 기대 이하 여야 공천, 비례대표라도 제대로 내놔야 한다/문신·보톡스·드레싱, 의사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풀어야/종북 세력 국회 진입으로 더욱 시급해진 대공수사권 복원

▲ 중앙일보 = 의료 공백 방치하는 의·정 대치 … 대화 물꼬부터 터야/총선 D-30, 네거티브 올인 접고 입법 공약 내놓으라

▲ 한겨레 = '5·18 북한 개입' 후보를 "다양성"이라 하는 국민의힘/기어이 이종섭 해외 빼돌린 윤석열 정부, 제 발 저리나/'급행철도'는 "반드시 추진", '민생 물가'엔 "개선 기대"

▲ 한국일보 = 한국행 바라는 권도형, 범죄자들이 원하는 나라라니/미국 우선 우려 '칩스법', 외교 총동원해 불이익 최소화를/총선 한 달 격해지는 공방, 도 넘는 언행 경계해야

▲ 매일경제 = 의료붕괴 경고 '시국선언', 파국 피하려면 의사들 복귀부터/국민 66% "노인 기준 상향" … 연금·고용 틀 바꿀 묘수 찾아야/총선 D-30, 범죄자·종북·방탄 공천에 22대 국회도 걱정크다

▲ 서울경제 = 세계의사회도 "환자 최우선"…교수들이 전공의 복귀 설득해야/中도 사상 최대 반도체 펀드…세액공제 연장으로 지원 의지 보여라/총선 D-30, 無정책·몰상식 선거 합리적 유권자가 심판해야

▲ 한국경제 = '설마 2찍'에 드러난 李대표의 저급한 정치 인식/제자들 말려야 할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이라니/역대급 세금 불복 … 조세 신뢰 떨어뜨리는 '누더기 세제'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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