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사건과 관련,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발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귀국했다. 호주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이 대사는 "방위산업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임시 귀국"이라며 “체류하는 동안 공수처와 일정 조율이 잘돼서 조사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이종섭은 사퇴하고, 공수처는 신속히 결론 내라)에서 “내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을 이유로 들어왔다지만, 총선을 앞두고 도피성 부임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커지자 서둘러 귀국했을 것”이라고 했다.

사설은 “공수처는 이번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보다 신속히 수사해 가능한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공수처가 이 사건을 쥐고 반 년이 지나도록 진척 없이 꾸물거렸기에 이 대사가 해외로 나갈 빌미를 준 측면이 있다‘며 ”이 대사가 국내 머무는 동안 어떤 조사도 받지 않고 또다시 해외로 나간다면 공수처도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도 사설(이종섭 위해 공관장회의 ‘급조’… 무리수가 무리수 낳는다)에서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시절의 해병대원 순직 사건이 수사단장의 항명 사건으로, 수사외압 사건으로 번지게 만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사로 임명했다. 그렇게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도 출국금지를 해제시켜 속전속결로 출국시키는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제 다시 총선의 최대 악재로 부상하자 예정에 없던 회의까지 만들어 귀국시켰다“며 ”누가 봐도 정치적 조치로 보일 수밖에 없는 무리수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잘못 끼운 첫 단추부터 살펴볼 때“라고 주문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국민일보]

...벌써부터 ‘총선용 일시 귀국’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 대사는 본인이 체류하는 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이 조사 시기를 가급적 본인 체류 스케줄에 맞춰 달라는 것인데, 일반 국민들로선 엄두도 못낼 주문이다.

이 대사가 귀국했다고 외압 논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의혹 규명의 시작일 뿐이다. 젊은 군인이 임무 수행 도중 안타깝게 숨진 사건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규명돼야 하고, 특히 수사 외압이 있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 관계자가 해외로 들락거리는 상태로 조사가 이뤄진다면 조사가 제때에, 충분히 이뤄지긴 어렵다. 대사가 수시로 귀국해 조사받으러 다니면 주재국도 좋아할 리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이 대사가 직을 내려놓고 국내에 머물며 조사받는 게 가장 합당하다. 애초 의혹의 핵심 당사자를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내보낸 것 자체가 오해를 살 만한 일이었다. 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사 사퇴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해외를 오가며 조사받으면 국민들이 결과를 신뢰하지 않을 개연성도 높다. 또 나중에 기소라도 된다면 재판받을 때마다 귀국할 수도 없지 않은가. 기왕 이 대사를 귀국시켰으면 더는 도피니 아니니 하는 논란이 없도록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사를 경질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동아일보]

...대통령실 측은 “이젠 공수처가 답변해야 한다”며 이 대사에 대한 공수처의 조기 소환 조사를 압박했다.

이번 귀국 조치는 이 대사 임명과 출국을 놓고 사실상 해외 도피가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거세진 데 따른 정부의 궁여지책일 것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민심 악화로 여당과 대통령 간 충돌 국면에까지 이르자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여권의 속내가 엿보인다. 방산 관련 공관장회의도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내달 말 모든 공관장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리는데도 정부는 6개국 대사만 따로 참석시키는 회의를 연다고 이 대사 귀국 전날 발표했다. 이러니 정부 안에서 “이 대사 때문에 다른 대사들도 귀국시킨 것”이란 얘기가 나올 만하다.

여권은 이 대사가 귀국한 만큼 공수처가 조속히 이 대사를 수사해 마무리지어야 한다며 역공을 펴고 나섰다. 하지만 공수처는 아직 압수수색물 분석조차 끝내지 못한 처지여서 이 대사를 조사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한다. 별도의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사 해임을 촉구하며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결국 이 대사는 이런 정치적 논란의 한복판에서 사실상 소환 대기 상태로 국내에 장기 체류할 가능성이 높다.

[신문 사설제목](22일)

▲ 경향신문 = 성폭력 '2차 가해' 변호사를 국회의원 후보 만든 민주당/의대 정원 몰아주기만으론 지역의료 못 살린다/현실화한 '피의자 대사' 리스크, 외교에도 부담 주는 이종섭

▲ 국민일보 = 정부는 확대된 증원 맞춰 충실한 의대 교육 담보해야/이종섭은 사퇴하고, 공수처는 신속히 결론 내라/가산점까지 주면서 성범죄 옹호한 변호사 공천했나

▲ 동아일보 = 美-日-EU-中-印 반도체 보조금 무한경쟁… 입도 못 뗀 韓/이종섭 위해 공관장회의 ‘급조’… 무리수가 무리수 낳는다/은행 신규 부실 석 달간 5.7조, 카드론 잔액은 역대 최대

▲ 서울신문 = 불안한 중장년 고용, 노동개혁 속도 높여야/美, 인텔 파격 지원… 반도체 전쟁 총력 대응을/막 오른 총선,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이 국운 가른다

▲ 세계일보 = "200석 얻어 탄핵 추진", '코인 의원' 복당… 野 오만 도 넘었다/ILO가 외면한 전공의, 명분 없는 집단행동 접고 복귀해야/이종섭 귀국했지만 수사 준비도 안 된 '식물 공수처'

▲ 조선일보 = '다 퍼주기' 이 대표가 "아르헨티나 된다" 걱정한다니/성범죄자들 전문 변호인을 '인권 변호사'라며 공천한 민주당/의료계서 나온 대화 단초, 정부가 사태 해결 계기 만들 수 있다

▲ 중앙일보 = 선진국은 정부 주도 산업정책 올인, 우리도 뒤처지지 말아야/'이종섭 구하기' 공관장 회의 급조 과연 옳은 일인가

▲ 한겨레 = 여성단체 사퇴 촉구, 조수진 후보와 민주당 무겁게 들어야/부의 대물림 구멍 뚫은 '가업 상속 공제' 이미 넘쳐난다/'이종섭 귀국용' 회의 급조, 나라망신·세금낭비

▲ 한국일보 = 아동 성폭행에 통념 벗어난 변론… 조수진, 의원 자격 있나/인텔에 26조 지원 미국… '팀코리아'로 K반도체 지켜야/공수처, 이종섭 수사 외풍에 떠밀리면 안 된다

▲ 매일경제 = 성범죄자 전문변호사 공천한 뻔뻔한 민주당/ILO의 퇴짜…무모함 드러난 전공의들의 '정부 압박' 기도/AI 무료법률상담에 제동 건 변협, 혁신의 싹 잘라선 안돼

▲ 서울경제 = "北 핵개발 재원 40% 해킹으로 조달"…사이버 국제공조 강화해야/위성정당 '이념 잡탕'에 '몰빵·뷔페' 논쟁, 이런 비례제 필요한가/美 인텔 파격 지원…전방위 속도전으로 '반도체 1위' 되찾아라

▲ 한국경제 = 이재명 "與 이기면 아르헨티나처럼 폭망" … 적반하장도 유분수/의대 증원에 "정권 심판" … 안하무인 특권의식에 찌든 증거/삼성 반도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