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꽃이 피고 있나 보다.

온 몸이 아프다“

이호준 시인이 페북에 올린 글귀다. 짧지만 정곡을 찌른다.

얼마 전 ’삶,그깟‘이란 시집을 펴낸 시인이 말한 ’꽃‘은 벚꽃일 수도 있겠다.‘그깟, 꽃때문에 아파?'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에 한표를 주고 싶다.

정도 차는 있지만 꽃이 필 무렵이면 상사병처럼 앓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진 동이
사진 동이

 ’그 증세의 심각성‘은 쌍계사 십리벚꽃길 여행상품만 봐도 알 수 있다. 선남선녀들이 천리 먼길을 새벽에 떠나 당일 저녁에 돌아오는 고행(?)을 마다 않는다. 꽃만 보고 바로 와도 왕복 10시간내외 거리.여기에 교통체증까지 더해지면 ‘별보기 여행’으로 마무리된다.

늘어선 관광버스에서 내려 도보행진하는 모습들은 벚꽃철 쌍계사 계곡에선 흔한 풍경이다.

지인 한분도 매년 이맘 때면 만사 제쳐두고 남녘으로 달려간다.승용차로,때론 관광버스로 혼자라도 갔다 온다.그래야 가슴앓이가 풀린다고 했다. 올해도 일찍이 필자에게 동행초청을 해왔다.

벚꽃 개화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전문가(?)도 혀를 내두른다.올해만해도 변화무쌍한 날씨로 '벚꽃없는 벚꽃축제'가 한창이다.언제부턴가 개화시기가 들쭉날쭉이 됐다. 화개장터 벚꽃축제만해도 지난 3월 22~24일을 축제기간으로 정했지만 정작 벚꽃은 축제기간이 지나서야 피기 시작했다.

물론 꽃이 다는 아니다. 그래도~이왕지사 다홍치마(同價紅裳) 아니겠는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벚꽃터널의 장관을 볼 요량이라면 하동군이 홈피에 실시간 중계해주는 '벚꽃개화상황'을 참고하는 게 좋다.쌍계사 계곡 3곳에 CCTV를 설치해 밤낮으로 벚나무를 비춰주고 있다.

어쨌거나 예쁘지만 그닥 향도 없는 벚꽃에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뭘까? 한동안 스스로도 궁금했다.

이른 봄에 피는 예쁜 꽃?   화사하게 피어서?

이른 봄에 화려하게 피는 꽃이 어디 벚꽃 뿐인가.산수유도,매화도,유채도,수선화도 일찍 피고 모두 예쁘다.

굳이 벚꽃만의 이유을 찾자면 군집성과 짧은 개화기가 아닐까 싶다. 나무 전체를 뒤덮는 꽃들이 일순 활짝 피었다가 남김없이 지고 마는,‘애절의 미’같은 게 벚꽃에겐 있다. 바람만 불어도 꽃비가 되어 흩어지는,짧은 절정의 반짝사랑이 벚꽃팬덤을 만든 게 아닐까.

사진 하동군청 홈피 캡쳐
사진 하동군청 홈피 캡쳐

'그대는 핑크빛 꽃 몽우리를 본 적이 있는가? 젖빛 이파리들을 활짝 펼치고 달빛 아래 야화(夜花)로 피어나는 벚꽃 말이다'

밤 벚꽃은 더 가슴 벅차 오르게 해준다.

그래서 일찍이 그곳을 화개라 했으리라.

'경남 하동사람,전남 구례사람이 만나 영호남 화합을 다진다'는 화개장터로 음풍농월하며 벚꽃여행을 떠나보자!

지금 그곳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의 낮과 밤을~

#하동 십리벚꽃길=”섬진강 벚꽃길 백리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십리벚꽃길이 있다. 이 길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들어가는 6㎞의 구간. 섬진강과 합류하는 화개동천을 따라 50~100년 수령을 자랑하는 1,100여 그루의 벚나무가 도로 양편에서 자라 하얀 벚꽃터널을 이루고 있다.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걸으면 부부로 맺어져 백년해로 한다 해서 일명 ‘혼례길’로도 불린다. 벚꽃 필 무렵엔 섬진강 대표 음식인 은어회와 재첩국, 참게탕 등 먹거리와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하동군 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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