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박선우] 선과 악의 경계가 분명한 소설은 지루하다. 선한 건 좋은거고 악한 건 나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우리의 인생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책은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프란츠 카프카좋은 소설은 당연하게 여겨져 온 것들의 이면을 끈질기게 파헤친다. 좋게만 믿어지던 것들의 위선을 깨고 천대 받던 것들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하는 것이다.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깬다는 카프카의 선언은 그런 의미다. 책에 대한 카프카의 정의에 동의한다
“우리가 취업을 했으면 안 이랬겠지?”“... 그랬겠지?”이 말을 끝으로 동생과 나 사이엔 침묵이 감돌았다. 봉천역 3번 출구를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생각보다 길었다. 그 가격에 구할 수 있는 방은 없다는 말을 들은 게 오늘만 5번째인지 6번째인지 헷갈렸다. 정말 취업에만 성공했으면 달랐을까. 그동안 난 뭘 한걸까. 누군가 어깨를 치고 지나가듯 현기증이 일었다. 신림역과 낙성대역에서 돌아야 할 공인중개 사무소가 총 7곳이었고, 부모님은 두 분 모두 밭에 나가계실 시간이었다. 우리는 힘을 내야 했다.봉천, 신촌, 이대, 상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