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대학에서 학생 주도로 지속가능성 과제를 기획하고 시행하는 수업을 맡았다.필자의 전문은 ‘사회적기업 창업 지도’이지만, 수강하는 학생들이 당장 창업을 준비하는 건 아니어서 마케팅 같은 창업 도구를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기업가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인가에 대해 잠시나마 직접적으로 경험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실 꼭 창업하지 않더라도 사회에서의 삶이라는 것은 創(비롯할 창, 시작할 창)업의 연속이라고 학생을 설득한다. 마침 요새 대학에서도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인재 양성을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어 꾸준히 수업이 개설된다.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트럼프가 관세를 남발하고, 연방정부 조직과 인원을 감축하는 등 미국 안팎에서 난리법석을 일으키며 뉴스를 전세낸 듯하다.세계 정치·경제질서의 과감한 재편, 혁명적 정부 혁신 등 각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도 있지만, 속내를 보면 다 트럼프의 감세정책과 엮여 있다. 관세로 세수를 늘리고, 정부 지출 축소로 여유를 만들어 감세의 재원으로 쓴다는 구상이다. 감세를 통해 큰 부자(억만장자)와 서민층 모두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면 트럼프가 대선을 앞두고 주창해온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는(MAGA) 결과로 이어진다
오래전 1974년에 필자가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 M.) 대학에서 근무할 때 일입니다. 피부과 병원을 찾아온 독일 태생 미국 교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국에서 살면서, 고향인 독일 사회와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으신지요?”라고 필자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교수는 “미국은 학자(교수)에 대한 개념이나 존경심이 없는 사회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식당에서 웨이터에게 팁을 두둑이 주는 고객에게 ‘Sir, Sir’를 붙이며 극진히 대하지요, 그러나 내가 교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에서는 식당이나 다른 자리에서
1890년 미국 인구통계청은 전국 인구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인구 밀도가 1평방 마일당 거주하는 사람이 두 명이 되지 못하는 지역을 프런티어로 정의하고, 미국에 더는 프런티어 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1890년에 이르러 더 이상 개척해야 할 서부가 없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 23년 전인 1867년에 알래스카가 미국 땅이 되면서 다시 미국의 새로운 프런티어가 되었다. 당시 미국이 러시아에 지불한 땅값은 720만 달러, 153만694㎢로 한반도의 7배 크기에 이르는 이 땅의 매입을 주도한 미국의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
이화여대 정문을 들어서면 사람들이 북적대는 포토존이 있다. 그곳에 서면 사진 중앙에는 오랜 역사가 담긴 본관 석조건물이 담기고 양옆으로 포스트모던한 아름다움을 구현한 지하캠퍼스 ECC(이화 캠퍼스 콤플렉스)가 한 컷에 들어온다. 신기한 건 그 자리에서 본관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까지의 거리가 실제보다 훨씬 아득하게 멀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물론 착시(錯視) 현상 때문이다. ECC를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우리네 감각의 한계라 할 착시를 절묘하게 활용해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어낸 셈이다.한데 착시는 물리적 현상뿐
일부 인사들이 2020년 총선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한 이후 5년이 지났으나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더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의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헌재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는 “6월 3일 대선에서 부정선거가 없으면 이긴다”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선관위를 불신하고 있다.2014년부터 2020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을 지낸 필자는 그동안 이러한 부정선거 의혹 주장을 자세히 검토하였으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물질적으로 잘살고, 도덕적으로 잘 살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이 잘살고 잘 살 수 있도록, 우리는 좋은 것을 물려주려 애씁니다. 그중 정말 물려줘야 할 건 ‘좋은 버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넉넉한 재산을 물려준들 좋은 버릇이 없으면 재산을 지키지 못합니다. 잘 살 수 없지요.“3대 가는 부자 없다”라는 속담은 재산보다 좋은 버릇 물려주라는 것이지요. 아껴 쓰는 버릇, 부지런한 버릇은 물려받지 못하고, 대신 게을리 살면서 흥청망청 써버리는 버릇이 들면, 그런 후손이 나오는 집안은 3대는커녕 2대도 가지 못합니다. 구운
지난 3월 29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봉인사(奉仁寺)로 들어서는데 눈발이 날렸다.오전 11시, 박희진 시인 10주기 추모식을 거행하려 할 즈음엔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제자와 지인, 문인들이 선생님이 좋아하셨던 장미와 와인을 바치고, 돌아가며 그리워하는 한 말씀씩을 드렸다.선생님이 생전에 남기셨다는 묘비명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이 몸은 생전에도 보이지 않게살기를 원했고 그렇게 살았으니나의 시행(詩行)과 시행의 사이해와 달 별들이 보이면 그뿐!추모식이 끝나갈 무렵 세상은 온통 눈으로 덮인 설산인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해가 나고
우리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여성박물관이 생겼으면 하는 꿈! 우리가 모델로 삼을 만한 박물관이 있는가 살펴보려고 세계 곳곳의 여성박물관을 찾아 나선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박물관은 인간이 역사 속에서 이루어낸 유형・무형의 유물을 수집하며, 연구하고, 전시해 알리며, 교육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변화시키는 기능이 있다.그러나 여성박물관은 전통적인 박물관의 그러한 기능을 넘어서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여성박물관은 여성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오랜 세월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빈 공백으로 남아있는 역사를 채우
콘크리트, ‘공구리’(공구리는 concrete의 일본 발음 ‘콘쿠리토’에서 온 명칭)라고 하면 사람들(특히 50세 이상 남자들)은 무엇을 연상할까? 거칠게 마감한 표면, 양회(洋灰, 시멘트) 냄새가 풍기는 지저분한 공사현장이 떠오르지 않을까? 요즘은 레미콘이라는 기계로 모래 자갈 등 골재와 적정 비율로 섞어 강도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배달되어 제법 깨끗하게 되었다.그러나, 작은 현장이나 집수리 등에서는 지금도 개인들이 시멘트 몇 포대 사다 모래나 자갈 좀 보태서 삽으로 비벼 이곳저곳 필요한 곳에 ‘공구리 쳐서’ 쓰기도 하는 아주 편리
3월도 중순이 지나가는 어느 날 문득, ’어머니 기일이 다가오지‘ 하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답이 없어 다시 물어보니, 생각이 나지 않아 찾아보고 있단다. 시어머니 제삿날도 모른다고 큰 소리 내려다 가만히 생각하니, 어머니 제삿날도 모르는 아들놈이 더 가관이다.지난해 달력·수첩·휴대폰 메모 등을 뒤지다가 한참 만에 어머니 산소에서 찍은 사진 속 묘비에서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아직 시간 여유가 있어 성당에 연미사를 신청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달력에 제삿날, 생일을 표시해 놓는데 어떻게 올해는 그냥 지
1901년 에게해의 안티키테라섬 근처 난파선에서 기원전 150~기원전 10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안티키테라 기계(Antikythera Mechanism)’가 인양되었다. 이 기계는 발견 후 100년 이상이 지난 2008년에야 과학자들이 그 내부를 첨단 장비로 관찰해서, 우주를 시뮬레이션하는 최초의 도구이자 기계의 연속 동작으로 계산하는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컴퓨터’라는 것을 밝혔다.인류는 이렇게 고대 그리스 이래 지난 2000년이 넘는 동안 우주로부터 원자에 이르기까지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노력을 경주해 왔다. 왜 그
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다.수질이 나빠져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1992년 UN이 선포한 국제기념일이다. 다른 환경기념일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환경부 주도로 매년 기념식을 열고 물관리 분야 유공자를 표창한다.국내에서는 1995년부터 물의 날 맞이 실천 활동을 장려하는데, 30년 동안 진행한 결과 주로 하천 청소에 집중하던 활동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이 가정에서 물을 직접 사용하는 세탁, 양치, 설거지, 샤워에서의 물 절약
관세는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 하나로 전 세계 뉴스에 고정 출연하다시피 하고 있다.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주요국들에게 트럼프가 들먹이는 관세의 내용은 중요한 관심사이고 뉴스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아마 제일 큰 뉴스는 과거 반세기 넘게 국제무역에서 관세와 같은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데 앞장섰던 미국이 이제는 관세부과 선봉장이라는 씁쓸한 역사적 반전일 것이다.‘미국을 다시 위대한 국가로 만든다(MAGA)’는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창했
근 20여 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시내를 거니는데 전에 보지 못했던 상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로 고급 패션 상점이 즐비하고, 음식점이나 커피숍이 있는 거리에서 생뚱맞은 느낌의 상점이 하나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가게 안에는 크고 작은 페르시안 카펫, 화려한 금속 촛대, 고급 식기와 더불어 그랜드 피아노 등등이 어수선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오후 4시면, 그곳에서 옥션(Auction, 경매)이 진행된다고 하였습니다.그 가운데서 아프리카 목각이 하나 필자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필자가 “여행 중이라 경매 시간에
14억 중국인들은 음력 1월 1일 춘제(春節)의 하루 전날 저녁 중국 CCTV가 방송하는 '춘완(春晩·春節聯歡晩會)'이라는 대형 생방송 쇼를 대부분이 함께 보았다.지난 1월 28일 이 방송에는 중국 농민의 의상을 걸친 AI로봇 16대가 무대 전면에 나와 중국 여성 무용수와 전통의 모내기춤을 선보였다. 중국 로봇업체 유니트리(宇樹科技)가 제작한 이 로봇들은 사람처럼 무대를 누비며 다양한 춤 동작과 함께 손수건을 돌리는 등 매우 정교한 동작을 자유자재로 선보여 중국인들의 절찬을 받았다.곧이어 인민일보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즈위안신촹(智
변호사가 제일 싫어하는 건 ‘법 없이도 살 사람’, 치과 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건 ‘이 대신 잇몸’, 한의사가 제일 싫어하는 건 ‘밥이 보약’이라 했던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탄핵 심판대에 오른 심각한 비상 상황에서 뜬금없이 낡은 유머가 떠오른 이유가 나 자신도 궁금하다.헌법재판관을 지낸 변호사가 사석에서 건넨 재치 만점 유머도 생각난다. 한국 사람들은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 싶으면 “법대로 해!”를 외치고, 불리하다 싶으면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핏대를 올린단다. 매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건수가 이웃 나라 일본의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을 상대로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매우 처절해 보였다. 50분간 언론에 공개된 회담에서 초반은 분위기가 좋았으나 마지막 10분간 파국을 맞았다.시작은 밴스 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는 “좋은 나라를 만들려면 외교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러시아가 시작한 종전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결국 러시아의 침공을 막지 못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편파적 보도 때문에 TV를 더 안 보고 있지만, 가끔 아내가 켜 놓은 화면이 눈길을 확 잡아끌 때가 있습니다. 젊고 예쁘고 늘씬하면서도 예쁜 티 착한 티 아는 티 성공한 티 고생한 티 전혀 안 내고 진솔하게 구김 없이 활짝 웃으며 말도 재미나게 잘하는 여자가 나올 때 특히 그렇습니다. 줄이면, 시청자에게 아무런 부담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감동과 힐링에 듬뿍 젖게 해주는 출연자라 하겠습니다. (‘젊고 예쁘고 늘씬함’을 강조한 건 내 나이 탓이겠지요.)엊그제도 그랬는데, 국민MC 유재석 씨와 개그맨 조세호 씨가
부고가 날아든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본인 사망이나 배우자 사망 소식도 적지 않다. 노환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지만 낙상 후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분도 있고 암으로 사망한 사람도 많다. 암 진단을 받고 충격에 빠져 길고 긴 치료 과정을 버텨내야 하는 환자가 가장 고통스럽겠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간병해야 하는 가족의 고통도 극심하다.대한암협회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리고 암 치료를 시작할 때 환자와 가족이 알아야 할 수칙 열네 가지를 제시해 눈길이 갔다. 무엇보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심리 상태를 세심히 살펴 정서적인 안정을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