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논평, 민주당 발의 상법 3차 개정안 자사주 폐단 시정에는 미흡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 원칙 제시했지만, 모호한 경영상 목적 보유 허용 문제

[논객]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위' 가 25일 발의한 자사주(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3차 개정안은 상장사들의 자사주 오남용 폐해를 막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데 너무 미흡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기형 의원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자기주식의 신규 취득의 경우 1년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고, 일정한 목적으로 보유하거나 처분할 경우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기존 자기주식에도 규제가 적용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개정안의 자사주 예외적 보유 및 처분 사유와 절차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경영상 목적 달성 ’등의 예외를 인정해 보유를 허용하고 이 경우 승인 요건을 ‘주주총회 보통결의’로 낮게 설정했다. 이는 사실상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종래의 폐단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이하 경개연)는 26일 논평을 내고 이번 상법 개정안이 법제화된다면 주주환원 목적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필요에 따라 우호주주에게 매각하는 등 사실상 경영권 방어 장치로 활용하는 관행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나 포괄적이고 애매한 내용인 ‘경영상 목적 달성’을 예외 사유로 인정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오른쪽, 왼쪽은 김병기 원내대표)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오른쪽, 왼쪽은 김병기 원내대표)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개연은 '경영 목적'의 모호성과 경영권 방어수단 악용 우려가 이번 개정안의 최대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의 원칙에 대한 예외 사유로 임직원 보상, 합병 외에도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경개연과 전문가들은  이 ‘경영상의 목적 달성’이 현재 신주 제3자 배정 시 적용되는 요건이지만, 지배권 방어 또는 강화 목적과 항상 명확하게 구분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두 목적이 혼재된 경우가 많고, 법률상 경영목적 없이 오로지 지배권 방어 목적만 있다고 평가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판례도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한진칼 지배권 분쟁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KCGI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을 인정하지 않아 기각한 바 있다.

모호한 ‘경영 목적’을 예외 사유로 허용할 경우 지배주주가 자사주를 활용해 사실상 경영권 방어 및 지배력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번 상법 개정안은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격이 됐다고 비판한다.

'보통결의' 요건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거나 처분할 때 요구되는 주주총회 승인 요건이 너무 낮다는 점도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개정안은 정관에 기재된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주주총회 보통결의'만으로 자사주를 보유·처분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현 ESG기준원)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정기 주주총회 기준으로 경영진이 제안한 안건의 가결률은 99.39%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의 평균 내부 지분율이 42.81%에 달하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회사는 보통결의 요건을 어렵지 않게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상법 개정으로 회사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은 생길 수 있지만,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포기할 정도의 실질적인 장애 요인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과 영국 등 선진국은 회사가 자사주를 제3자에게 처분하려면 주주총회 3/4 이상의 특별결의를 얻도록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따라서 이 개정안의 실효성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자사주의 예외적 보유 및 처분을 허용하는 사유 중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는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유를 불가피하게 허용해야 한다면, 자사주 처분계획 승인 요건을 강화해 소수주주 과반결의(MoM)를 통해 승인을 받도록 하든지, 최소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개연은 이번 상법 개정안은 지배 대주주의 이익과 일반주주의 이익이 첨예하게 상충될 수 있는 사안을 보통결의로 승인하도록 허용하고 있어, 주주 보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개정안을 대폭 손질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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