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정치는 우연히 오지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준비되고, 싸워야 하며, 선택되어야만 얻을 수 있다.”
정치의 실패는 곧 공동체의 실패다
한국 정치는 오랜 시간 방치된 고장 난 기계처럼 작동해왔다. 정당은 실종되고, 국회는 무기력하며, 선거는 반복되지만 책임지는 정치인은 없다. 시민의 목소리는 제도 바깥을 맴돌고, 기성 정치는 권력을 위한 자기 보존의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자명하다. 정치가 무너진 자리에 혐오가 자라고, 정책이 사라진 자리에 선동이 판치며, 무능과 무책임이 구조화된 공간에 시민의 냉소만 쌓여간다. 정치는 사회 통합의 중심이어야 하나, 오히려 분열과 증오의 기제가 되고 있다.
이 특별기획은 묻고자 했다. “왜 정치는 실패했는가?”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이제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였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대안의 지도를 그리고, 새로운 판의 설계도를 함께 그려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이 집필은 시작되었다.
낡은 시스템은 더 이상 고쳐 쓸 수 없다
『한국 정치, 새판 짜기』는 제목 그대로, 고치고 수리하는 작업이 아니라 새로 짜는 개혁을 제안했다. 헌 정치판에 덧칠만 하는 개량이 아니라, 근본적인 틀과 방식, 문화와 규범, 제도와 실천의 전면 개편을 주문한 것이다.
1부에서는 정치의 구조적 병리를 직시했다. 정당 해체, 무책임 정치, 계파화, 국회 무력화, 선거 중심 정치의 폐해를 진단하며, 정치의 시스템이 국민을 외면하게 된 근본 원인을 짚었다.
2부에서는 권력 구조의 재설계를 논의했다. 대통령제의 한계를 보완할 분권 개헌, 이원집정부제, 책임총리제 등의 현실적 대안을 살폈고, 청와대, 인사권, 사법기구의 중립성 확보까지 폭넓은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3~5부에서는 정당 개혁, 선거제도 개선, 국회 운영의 혁신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공천 개방, 당내 민주주의, 비례대표제 개혁, 윤리규범 강화, 예산심사 독립화 등 실질적인 변화의 방향을 제시했다.
6~7부에서는 지방과 중앙의 균형, 정치와 행정의 경계 재정립을 통해 자치와 분권을 민주주의의 기초로 삼아야 함을 역설했고, 공공서비스와 국정 조정의 현대화를 강조했다.
8부에서는 정치문화와 시민참여의 재건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양을 복원해야 함을 주장했다. 시민교육, 디지털 민주주의, 청년·소수자 대표성 확대, 혐오 정치 탈피, 품격 있는 언어의 복원 등 문화와 제도의 병행 개혁을 담아냈다.
민주주의는 아직 미완이다
이 특별기획의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정치는 제도이자 문화이며, 구조이자 인간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시민의 감각, 정치인의 의지, 사회의 상상력이 모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유기체다.
우리는 여전히 미완의 민주주의 안에 살고 있다. 정치적 자유는 확대되었지만, 실질적 대표성과 책임성은 확보되지 않았고, 제도는 많아졌지만 시민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선거는 반복되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를 다시 물어야 하고, 더 나은 정치를 ‘설계’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의 위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치 개혁은 미룰 수 있는 선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시민 모두의 책임 있는 행동과 선택의 문제다.
정치, 이제 시민의 손으로 다시 짜야 할 시간
『한국 정치, 새판 짜기』특별기획은 단지 칼럼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에게 보내는 정책 설계서이자, 미래 정치에 대한 선언문이다. 여기 담긴 제안들은 모두 입법과 행정의 의제이자, 동시에 시민이 스스로 요구하고 만들어가야 할 공적 담론이다.
이제 정치의 미래는 정당과 국회, 청와대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시민이 목소리를 내고, 책임 있게 선택하며, 일상의 언어로 정치에 참여할 때, 진짜 정치 혁신은 시작된다.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현실이 절망만은 아닐 수 있다. 판을 짜는 자리에 우리가 서 있다면, 변화는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란, 어떤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일이다. 이제 우리 모두, 한국 정치의 새로운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공동집필 칼럼니스트]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경영학박사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서울시청 근무/행정학 박사
-동국대학교 정치행정학부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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