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타는 승객들@자료사진 연합뉴스
열차타는 승객들@자료사진 연합뉴스

가끔 열차를 탄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영월을 지나 동해나 정선으로 가고 오는 열차다.목적지 영월역까지는 무궁화호든,itx 새마을호든,정선 아리랑열차든 대략 주파시간이 2시간 남짓이어서 피로감없이 다니기에 좋다.교통체증 걱정할 필요 없고 예약앱이 워낙 잘 돼있어 변경,취소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것도 장점이다.

열차여행은 사실 차창 밖이 한 풍경이다.대체로 차창을 선호하는 까닭이다.헌데 간혹 이용객의 비매너가 여행감성을 떨어뜨리곤 한다.통로측을 예약한 이가 차창쪽 자리를 선점,선글라스에 이어폰까지 낀 채 비스듬이 누워있는가 하면,아예 신발을 벗고 양다리를 좌석 두개에 걸치고 숙면을 취하는 ‘작자’도 있다.

처음엔 차창 쪽을 예약했지만 자리 비켜달라기가 뭐해(2시간 정도 여행길이니 그냥 가지 뭐...) 옆좌석(통로쪽)에 앉아 갔다.그러나 그게 잘못된 처신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됐다.그건 양보도, 배려도 아니었고 그저 눈앞의 무질서를 방기하는 ‘민주시민의 무책임’이라는 사실을...애초 일어서게 했어야 했다.그것이 재발을 줄이고 열차내 좌석질서를 잡아주는 나름의 기제였다는 걸 잘 몰랐다.

얼마 전에도 유사하면서 다소 모호한 상황을 겪었다.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창가 예약석에 앉으려는 데 중년여성이 "자리 좀 바꾸면 안되냐"고 한다."동행하는 친구가 앞쪽(알고보니 통로쪽)인데 같이 얘기 좀 하면서 갈려고 그런다"고 했다.미안해하는 기색은 별로 없었다.외려 당당한 표정으로 요청 아닌,요구를 해왔다.

잠시 고민하다 그러시라고 했다.그냥 앉겠다고 고집했다면 중년여성이 내내 고까운 시선으로 바라봤을 터라 나름 쿨(?)하게 바꿔준 것이다.

여성 둘은 영월 전전역인 원주에서 내렸다.그들이 내렸는 지는 입석승객이 원주부터는 “자기가 앉아야 할 자리”라며 내가 앉은 자리로 와서 얘기해 알게 됐다.본래 예약석으로 가서 앉긴 했지만,‘무례한 자들’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덕분에 잘 왔습니다!” 정도는 얘기하고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나 이 또한 애초 나의 ‘잘못된 결정’ 탓이었다.

예약석에 앉아가는 게 상식이고 합리다.그까짓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에서의 일탈은 우리를 영원히 문화후진국에 머물게 할 뿐이다.물론 나 역시 공범이었다.

열차 예약시스템은 선진반열에 올라섰지만 고객마인드는 아직이다.무례한 습성들이 DNA로 배어있는 한 KTX를 탄들 ‘갓쓰고 자전거 타는 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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