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가 13일 서울에서 첫 '데브데이'(DevDay)를 열고 국내 개발자들과 교류했다.@사진 연합뉴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13일 서울에서 첫 '데브데이'(DevDay)를 열고 국내 개발자들과 교류했다.@사진 연합뉴스

요즘 부쩍 챗GPT가 나의 일상을 침투하고 있다고 느낀다. 바로 민원인과 대화를 할 때다. 우리 기관에 방문한 민원인이 담당자인 나보다 챗GPT를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A를 신청하려면 B를 제출하셔야 해요."라고 설명하면 "챗GPT는 C만 있으면 된다고 하던데요?"라고 답하는 식이다.

예전에는 5분이면 끝날 일이 10분, 20분이나 걸리는 이유다. 챗GPT로부터 잘못 안내받은 내용을 하나하나 정정해주느라 불필요한 시간소모가 늘었다. 나를 못 믿겠다며 눈앞에서 챗GPT에게 다시 질문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오픈AI CEO를 찾아가 "챗GPT 똑바로 교육시켜!"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가 100% 정확한 답변을 하게 된다면 말이다. 당장 나부터 궁금한 게 생기면 사람이 아닌 AI에게 물어볼 것 같다. 인간은 가끔 실수를 하니까.

질문에 답하는 건 AI의 기능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반복적인 사무업무를 자동화하고, 통계자료를 정리해 시각화하는 작업도 몇 초면 해낸다.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이나 이미지, 음악도 뚝딱 만들어낸다. 일이 편해진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만큼 나의 쓸모도 줄어든다.

미국 글로벌기업 아마존은 2030년까지 무려 60만 명의 일자리를 AI와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고에서 물건을 나르고 분류하는 업무는 물론 고객응대, 재고관리, 심지어 마케팅까지 AI가 수행할 예정이다.

미국 내 아마존 인력이 약 158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40%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AI를 관리하는 인력이 늘긴 하겠지만 60만 명이나 될 리는 없다. 결국, 나를 비롯한 평범한 개인은 AI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생존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말한다. AI에 대체되지 않을만한 핵심역량을 계발하라! 하지만 그 핵심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저마다 답변이 다르다. 감성서비스 역량, 창의성, 인문학적 사고력 등등. 수능을 잘 보기 위해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된다고 답변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세계이기 때문에 원론적인 이야기뿐이다.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은 주식을 사라는 이야기다. 직원이 줄어도 기업은 성장할 수 있다. AI가 정말 대세가 된다면 그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도 계속 성장할 거다. 오픈AI를 비롯한 AI개발사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력생산, 냉각시스템, 로봇, 자율주행 등 관련 분야는 넓고 많다.

물론 AI 거품론이 대두되는 상황에 옥석을 고르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회사에선 AI에 대체되지 않을 핵심역량을 계발하랴, 퇴근 후에는 AI 관련주를 공부하랴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상이 예상된다.

그래도 어쩌겠나. 산업혁명은 결과적으로 인류의 일자리를 빠앗지 않았지만, AI혁명의 결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라이벌이 될지 기회가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AI에 대한 공부는 피할 수 없다. AI가 PPT를 대신 만들어준 덕에 아낀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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