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금융위원회가 최근 권한 밖의 일인데도 생명보험회사의 일탈회계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특정기업 봐주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13일 논평을 보험회사 등 회계처리기준의 해석과 질의회신은 회계기준원이 결정한다면 금융위에 생보사 일탈회계문제에 일체 관여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이하 경개연)논평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생명보험사 일탈회계 관련 간담회’를 추진하다가 권한침해 등의 논란이 일자 계획했던 간담회를 취고 하고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보도됐다.
금융위는 유배당 계약자 보호와 회계⋅감독 체계의 조화를 점검하기 위한 의견수렴 과정의 일환으로 이 간단회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권한이 없는 금융위가 생명보험사의 일탈회계 관련 간담회 개최를 계획한 것은 특정 기업에 적용될 회계기준의 해석에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금융위는 “일탈회계 문제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생보사에서 일탈회계(逸脫會計)는 무엇인가. 보험회계기준(특히 IFRS17)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오히려 재무제표 이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예외적으로 사용하는 회계 처리 방식을 말한다. 즉, 보험사가 회계 기준의 원칙에서 잠시 벗어난(일탈한) 방식으로 특정 계정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생보사 일탈회계 논란의 핵심은 유배당보험 관련 항목인 계약자지분조정을 회계 장부에서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계약자지분조정은 과거 판매된 유배당보험과 관련된 자산과 부채를 조정하는 항목을 말한다. 유배당보험은 보험사가 운용을 통해 얻은 이익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을 일컫는다.
논쟁의 핵심은 계약자지분조정이다. 이를 자본(Equity)으로 봐야 하는지, 또는 부채(Liability)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 차이다. 일부 생보사들은 이 IFRS17 회계기준을 엄격히 따를 경우 회계 상 이익이 크게 줄어들거나, 재무제표가 기존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회계 기준원이 제시하는 원칙을 벗어난 '일탈회계' 방식을 적용해 왔다.
삼성생명의 경우를 보면 고객의 돈으로 산 삼성전자 등의 지분을 회계 상 어떻게 처리할지와 관련하여 이 '계약자지분조정'의 규모가 매우 커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줄곧 논란이 일었다.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일탈회계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금융위가 회계처리기준에 따른 ‘해석’이나 ‘적용’, ‘질의회신’에 관해서는 보고만 받을 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법령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나 금융당국이 정책이나 감독 목적으로 회계기준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금융위는 이해관계인 보호, 국제적 회계처리기준과의 합치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회계기준제정기관에 회계처리기준의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외부감사법 제5조 제5항).
민간회계기준제정기구인 회계기준원이 회계기준의 제·개정, 해석, 질의회신 및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회계기준원은 금융감독원과 체결한 ‘K-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합의서’(MOU)에 따라 K-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 논의를 거쳐 회신한다.
그런데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생명 일탈회계와 관련해 국제 회계기준과 원칙에 맞춰 정비한다는 기본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전문가나 이해관계인,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있기 때문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자가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업무라는 입장을 덧붙였다.
경개연은 이 위원장의 발언은 일탈회계 문제에 대한 관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삼성생명을 비롯한 생명보험사의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 문제는 금융위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더욱이 조만간 질의회신 연석회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금융위가 그에 앞서 간담회를 연다면 당연히 연석회의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개연은 지적했다.
경개연은 연기되기는 했지만 금융위 간담회의 참석자 구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간담회 참석자 중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 회계처리를 지지하거나 일탈회계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인사들로 구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개연은 이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간담회의 목적이라는 금융위원장의 주장과는 상당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경개연은 “특정기업의 회계처리기준 해석 문제에 금융위가 개입한다면 회계투명성에 역행하는 것이며, 한국회계기준원의 설립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금융위는스스로가 회계처리기준 해석에 혼란을 초래하고, 나아가 감독정책의 신뢰마저 훼손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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