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하고 오랜만에 대학교에 들렀다. 학교는 예전 그대로였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중·고등학교 6년을 고향에서 보내고 대학 기숙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날 밤 느꼈던 낯설음이 생각났다. 돌아보면 스무 살 이후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짧은 기간 동안 새로운 인연과 새 장소에서 시간을 함께 보냈다.이제 인턴 생활을 하며 또래보다 늦은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직장에 들어와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하다 보니 예전에 친했던 사람들은 연락이 뜸해졌다. 그러고보면 관계맺기에 있어 함께 머무르는 공간은 참 중요하다. 그동안 나의 우정은 공간에 의해
‘혼술남녀’, ‘8시에 만나’ 등 나홀로족을 겨냥한 방송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 이는 기존 ‘나 혼자 산다’의 성공과 궤를 같이 하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나 혼자 산다’가 1인 가구 급증이라는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비롯됐다면, 나머지 두 방송의 흥행은 식당에서 밥이나 술을 혼자 먹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혼밥’, ‘혼술’, ‘혼영’ 등으로 대표되는 신조어들이 젊은 층에서 회자되고 있다. 특히 수업이나 대외활동, 휴학 등으로 변칙적인 식사 시간 때문에 같이 밥 먹을 친구를 찾기 힘든 대학생들 사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줬다. 불은 인간 문명을 풍족하게 했지만, 인간이 제우스 눈 밖에 나는 계기가 됐다. 분노한 제우스는 지상에 판도라의 상자를 보내 인간들을 질병과 질투, 원한 속에 살도록 했다.이제 인간들은 자연의 불꽃을 넘어 인공적으로 만든 불빛을 누리고 있다. 인공 불빛은 인간이 밤에도 사물을 인식하고, 활발히 활동하게 만든다. 도심의 밤은 상점의 화려한 네온사인들로 대낮처럼 빛난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의 불로 인해 인간이 벌을 받았던 신화의 내용처럼, 인간의 욕망이 만든
올해 공무원 9급 응시자수는 22만명, 7급은 6만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공무원 시험은 비일반적인 사교육 시장을 만들었다. 공무원 기숙학원이 바로 그것이다.고등학생과 달리 외부 통제를 받지 않는 성인이 본인의 자제력만으로 공부에만 매진하기는 쉽지 않다. 공무원 기숙학원은 그 점을 포착했다. 기숙학원은 학생들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을 대신해준다. 사소하게 낭비되는 시간까지 모두 통제해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그 대가로 학생들은 비싼 학원비를 지불한다. 기숙학원은 시험이라는 목표에
‘최순실 게이트’가 국민들 가슴에 불을 지폈다. 이른 한파와 비바람, 급기야 폭설까지 내렸던 11월은 물론 12월의 칼바람도 촛불민심을 막을 수 없었다. 촛불집회에서 대학생 스태프를 하는 동기는 “날씨가 추워져서 사람들이 많이 안 오면 어쩌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가 됐다. 광화문에 모인 국민들의 분노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들어 올린 촛불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옷을 껴입고, 우비를 입으며 기꺼이 시위를
때 이른 추위와 함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가적 혼란이 대한민국을 덮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실망이 정치 성향, 세대, 계층을 불문하고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층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4일 발표한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인 5%까지 내려갔다. 이중 20·30세대의 지지율은 1%였다. 사실상 ‘제로’라는 뜻이다. 대학로에는 분노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각 대학들은 연이어 시국선언을 하고 있으며, 캠퍼스
내가 중학생 시절 ‘중2병’이라는 단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중2병은 일본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사용된 단어로, 중학교 2학년 정도 나이의 청소년들이 사춘기 자아형성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혼란을 의미한다. 중2병에 걸린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자신감이 충만해지며 우월의식, 허세 등의 증세를 보인다.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대부분 청소년들이 중2병 시기를 경험한다. 보통 중2병은 사춘기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치료된다. 필자 역시 중2병 시기를 거쳤고 치유됐다.하지만 대학교에서 또 다른 신종 병명을 접했으니 바로 ‘대2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