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수의 소설 에는 마법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소설 속 주인공은 고양이로 변하고 싶다는 의뢰인과 함께 유명한 마법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마법사는 마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들을 데리고 술집으로 가 소주만 주야장천 마신다. 결국 주인공은 마법사의 능력을 의심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이 의심받자 마법사는 소주를 물로 바꾸는 마법을 그들에게 몸소 보여준다. 그러면서 자신은 소주를 물로 바꿀 수 있지만, 물을 소주로 바꾸지는 못한다며 안타까워한다.이 모습을 본 주인공이 의뢰인을 고양이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자, 마법사는 삼
야구팬들에게 10월은 잔인한 계절이다.한국에서 부동의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는 이제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프로야구 모든 팬의 바람은 자신의 응원팀이 약 한 달간 진행하는 포스트시즌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10개 팀 가운데 매년 한 개 팀의 팬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다. 그래도 가을에 야구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는 팬들이 있기에 한국 야구의 인기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이런 야구 인기에 또 한몫하는 것은 한국프로야구협회(KBO)의 혁신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다.사실
개인적으로 최고의 예능이라고 꼽을만한 프로그램이 나왔다. ‘무쇠소녀단2’다. 무쇠소녀단은 시즌 1 때부터 눈여겨봤다. 지난해 연말 우연히 저녁 식사를 하다 첫 회를 봤다. 평소 철인 3종 경기에 관심이 있었기에 유심히 관찰했다. 첫 회를 보다 부러움에 괜히 쓸데없는 말부터 입에서 나왔다.“대체 4개월 동안 준비해서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할 수 있는 거야? 무모한데 너무.”입 밖으로 그 말을 하고 나선 혼자 후회했다. 누군가의 땀을 폄훼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저런 말을 내뱉은 이유는 이 프로그램의 끝이 뻔하게 보였기
지금은 고인이 된 노회찬이 꿈꿨던 세상은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였다. 악기를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팍팍하지 않고, 여유를 안다는 뜻일 것이다. 그뿐일까. 악기를 하나쯤 다루면, 분명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많은 성인이 피아노나 기타, 드럼 등의 악기를 배우고 싶어한다.나도 언제부터인가 어렸을 적 악기 하나쯤 배웠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지금도 배우려고 마음만 먹으면 아주 못 배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선뜻 비용과 시간을 지불해 배우려 할 때면 왠지 모르게 '
최근 주변에 결혼 소식을 알리는 지인이 늘고 있다.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서로 말한다. “결혼하기까지 참 쉽지 않았지?” 그렇다. 지금 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결혼을 하기까지 과정이 참으로 지난했다.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놓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씨를 딱 하나 떨어뜨리는 가운데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로 우리는 평생 함께하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야만 한다. 문제는 만난다고 해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로 작은 도서관이 생겼다. 작다고 말했지만, 규모는 생각보다 크다. 생긴 지는 꽤 됐는데, 가볼 생각을 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방문했다. 집 근처에 공립 도서관이 있기도 했고, "아파트 커뮤니티에 생긴 '작은' 도서관에 양질의 책이 얼마나 있겠어"라고 얄팍하게 생각했던 듯싶다.실상은 완전 달랐다. 알음알음 아파트 주민과 지역 사회에서 기부한 책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내가 작은 도서관이 생긴다고 책을 좀 기부하라고 할 때 기부할 걸. 후회가 뒤늦게 몰려왔다.한번 방문한 이후, 도서관의 분위기가 좋아 자꾸만 가게
우리 집에는 빈방이 하나 있다. 그 방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다. 물론 처음부터 비어 있던 것은 아니다. 호기롭게 새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 그 방은 나만의 드레스룸이었다.사실 이 집에 처음 들어올 때, 내심 나는 그 방을 비워두고 싶었다. 아내에게 제안했다. 서재와 드레스룸을 합치고 방 하나를 비워놓자고. 아내는 거부했다. 남는 공간을 굳이 비워놓을 이유가 있냐고 핀잔을 줬다. 그러곤 서재와 드레스룸을 분리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내가 예전 자취할 때부터 가졌던 습관이 싫었던 것이다.강원도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온 나는 어쩔 수
김언수의 소설을 좋아한다. 몇 해 전 김언수의 ‘뜨거운 피’를 원작으로 천명관이 감독을 한 영화가 나왔을 때는 나 홀로 환호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김언수라는 소설가와 천명관이라는 이야기꾼을 더 많이 알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흥행과는 별개로 소설과 달리 영화도 나름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었다. 어쨌든 이 글에서는 김언수의 소설에 대해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사족은 좀 줄이려 한다.김언수를 처음 알게 한 책은 ‘캐비닛’이다. 캐비닛의 에필로그에서 김언수는 자신이 쓰는 글이라는 것이 자장면 한 그릇보다는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자조했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대통령이 있다. 그런 대통령이 없다면, 막연히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물상이라도 있을 것이다. 내게 있어 이상적인 정치인, 일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를 생각하면 항상 2002년 12월 20일, 노란 물결로 물든 광화문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자였다. 사실 서울에 살지도 않았다. 아니 서울은 언감생심, 광화문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강남은 가본 적도 없었던 산골 촌놈이었다그런데 노무현을 좋아했고 지지했다. 아주 열렬하게 말이다. 이유는 모른다. 그 첫 마음
파도 파도 '괴담'이다. 현란한 입담과 입바른 독설을 날렸던 백종원이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들'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이쯤 되면 '백적백'이다.논란의 시작은 '햄'이었다. 백종원은 향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빽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하며 직접 개발한 햄을 자랑했다. 백종원이 그렇게까지 빽햄에 집착했던 것은 빽햄이 더본코리아의 '미래 먹거리'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앞선 말은 그의 말처럼 현실이 됐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더본코리아에서 만든 빽햄은 사실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가격 논란 이전에 홍보에서부터 지나치게 방송을
어렸을 적 저녁 식사 시간에 부모님이 뉴스를 보는 게 싫었다.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왜 하필 뉴스를 보는 것일까. 그땐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없던 시절이다. 당연히 집에 TV는 하나였으니, 꼼짝없이 식사하며 온 가족이 뉴스를 봐야 했다.뉴스를 보는 그 1시간 가량이 몹시 따분하면서도 은근히 치열했다. 지금 와 돌이켜보면, 사실 케이블 방송도 없던 시절이라 뉴스가 아니면 딱히 볼 것도 없던 시절이다.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그렇게 내가 그때의 부모님 나이가 됐다.최근 몇 달간 아내와 저녁을
어렸을 적 ‘투니버스’란 채널을 참 열심히 봤다. 당시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만화 중에는 지금 봐도 ‘명작’이라 느낄 만큼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개중에서 몇몇 작품은 나의 가치관을 뒤흔들기도 했다. 요즘 들어 그 당시 봤던 라는 만화가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사실 이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 만화를 그리 즐겨 보지 보지 않았다. 제목 그대로 분위기가 너무 음산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성년자였기에 이 만화를 보는 게 큰 잘못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아, 그렇다고 가
부캐(부캐릭터)의 홍수 속에서 불현듯 예전에 들었던 말이 기억이 났다. 들은 지 10년도 넘어, 기억도 가물가물한 이야기다. 나는 당시 국방의 의무를 거의 마치고, 전역을 이틀 앞두고 있었다. 내가 몸담았던 부대는 전역하기 전 동기들을 모아 ‘전역 교육대’라는 것을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사회에 복귀했을 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이틀간 알려주는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었다.그 서비스는 대부분 강의를 듣는 것이었다. 말이 좋아 강의였지, 대부분 ‘정신교육’이었다. 그나마 가장 유익했던 것은 한 외부 강사의 말이었다. 이
언제부터인가 ‘구독, 좋아요’란 말이 환청처럼 귓가에 맴돈다. 누군가의 관심은 언제나 ‘돈’이 된다. 과거에는 아는 사람만 알던 공공연한 비밀이, 이제 세 살배기 어린아이도 아는 시장 경제의 진리가 됐다. 사람들은 구걸하듯 구독을 권한다. 구독이라는 작디작았던 소소한 관심과 씀씀이는 이제 하나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른바 산업이 된 것이다. 구독 산업은 사람들이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쌈짓돈으로 그동안 시장을 키웠다.매달 적게는 천 원 단위, 혹은 만 원 단위였던 것들이 뭉쳐 십만 원 이상 단위가 되면 한 개인의 경제생활에 크나큰
초등학생은 중학생이 되고, 중학생은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 고등학생은 삶의 큰 변화나 각오가 없다면, 분명 대학생이 된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특별한 ‘꿈’을 가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 ‘회사’라는 곳에 취업해 삶을 영위한다.이것은 ‘평범’을 꿈꿨던 모든 이들의 삶의 항로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다. 회사는 도심에 20층 이상의 건물이고, 목에는 자랑스러운 자신의 사원증이 거는 것 말이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현실은 다르다. 취업 시장에서 선택받은 이들만이 그런 너무 '평범'해 식상해 보였던 삶을 살 수 있다. TV
최근 서브컬처인(이제는 주류라 말해도 무방한) 웹소설에서도 그렇고, 웹툰에서도 모두 ‘회귀’라는 주제가 유행이다. 회귀, 부활, 리셋. 뜻은 조금씩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다. 인생을 다시 한번 사는 것이다. 이 회귀 물의 주요 목적과 테마는 결국 현재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을 바꾸는 것이다. 과거의 선택이 바뀌니 당연히 현재도 미래도 바뀐다. 매우 특별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봤던 평범한 주제다.처음에는 신선했던 이야기는 이제 비슷한 패턴을 반복한다. 물론 ‘회귀’라는 주제를 다룬 모든 콘텐츠의 내용이 다
최근 가장 핫한 키워드는 두 가지다. 소설가 한강 그리고 흑백요리사.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요리사란 직업이 작가란 직업과 참 비슷하다고 느꼈다. 둘 다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이며, 무엇보다 재료(소재)와 목적(주제)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 거기에 때론 그가 만드는 것이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흑백요리사에서 여러 요리사가 ‘맛’의 경연을 벌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상상했다. 만약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는 문학가들이 모여 ‘글’의 향연을 벌인다면 어떨까. 오히려 맛보다 글이 더 직관적이어서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은
나이가 들었다는 걸 가장 실감하는 순간은 누군가의 장례식에 방문할 때이다. 최근 몇 년간, 지인의 부모님이 많이 돌아가셨다. 그 장례식에 갈 때면, 애도의 마음과 동시에 엄마의 장례식 모습을 때론 상상해 보곤 한다. 나는 과연 엄마의 장례식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아니면 덤덤하게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을까.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과거의 어느 하루가 떠오른다. 그날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치르던 날이었다. 이모들은 외할머니의 장례식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리셨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죽음을
자신이 생각해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행동을 해보는 게 때때로 정신 건강에 좋다. 무엇보다, 이런 행동이 동기 부여에는 최고다. 나태한 자신을 환골탈태하는 것에 이보다 좋은 약이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서설이 길었다. 그만큼 이 글을 쓰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20년간 남의 집에서 매일 아침 눈을 뜨다 보니 이상한 신념이 생겼다. 공간의 크기가 생각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살아온 반평생을 남의 집에서 눈 뜨며 깨달은 개똥철학이다. 개똥철학이라고는 말했지만 사실 내 인생을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강원도 탄광촌에서 나
“짜장면과 비가 싫어지면 어른이 되는 거래...”어느 드라마에서 나왔던 대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대사가 가슴 깊이 박혔다.나는 마흔이 다 돼 가도록 여전히 짜장면을 좋아한다. 대신 비는 애증의 대상이다. 어렸을 적에는 비를 참 좋아했다. 일부러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을 만큼 말이다. 비를 싫어하게 된 이유는 반지하에 살면서다.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 시절, 친구 녀석과 돈을 모아 이사를 했다. 반지하이긴 해도 고시원을 탈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기분이 좋았다. 착각이었단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