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있는 그대로의 나에 대한 이야기야.”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본 한 어린 아이가 한 말이다. 이 영화가 왜 인기 있는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이 무슨 영화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아이의 대답은 참 간단하고도 명료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어른들이 보기엔 단순히 K팝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전 세계 관객에게 울림을 주고 넷플릿스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이유는 명확하다.
주인공 루미는 남들과 다른 비밀을 가진 채 살아가며 스스로 그 사실을 외면하고 감추려 애쓴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고 포용하며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이 애니메이션은 화려한 액션과 흥겨운 노래로 눈과 귀를 뺏고 끝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내가 된다고 말한다.
‘Love myself’라는 문장은 이제 케이팝 가사나 브랜드 캠페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삶에 적용시키기엔 여전히 어렵다. 콤플렉스, 가정사, 외모, 트라우마, 말 못할 사정까지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드러내기 두려운 부분을 안고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혼문(魂門)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슈퍼파워로 액션을 선보이는 ‘루미’이지만 그 캐릭터의 이야기가 꼭 특별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누구나 겪는 ‘내 안의 낯선 무언가’를 다룬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다.
현실에서도 그런 여정을 보여준 인물이 있다. 바로 마마무의 화사다. 데뷔 전부터 외모와 체형을 두고 ‘아이돌답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로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 새롭게 정의해 보여줬다. 보란 듯이 ‘I love my body’라는 곡을 발매하고 당당한 태도, 유쾌한 식사 장면, 무대 위 퍼포먼스로 자신을 나타낸다. 그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식을 대중 역시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셈이다.
셀레나 고메즈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디즈니 스타로 시작했지만 루푸스, 조울증 등으로 공백기를 거쳤다. 이후 그의 뷰티 브랜드 ‘레어 뷰티’는 완벽함보다는 ‘자연스러운 나’를 지향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메이크업으로 결점을 감추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본래의 아름다움을 긍정하는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줬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스스로를 가리고 포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려는 용기. 그 진솔함이야말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만약 오늘 스스로가 싫고 미워서 괴롭다면 루미의 이야기, 화사의 무대, 셀레나의 캠페인이 전하는 메시지를 기억하기 바란다. 결점이나 배경으로 위축되는 순간이 온다면 누구든 자신을 긍정하는 이야기에 기대어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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