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곽예지]심리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외로움’과 ‘공허함’에는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아는 맛의 무서움에 빗댈 수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결핍 또한 느끼게 된다. 때론 외로움을 채워줄 상대를 갈망하기도 한다. 로맨스 영화에서 마음 씁쓸하던 주인공이 진짜 사랑을 만난 뒤 마음 한 켠 한 켠을 물들여 가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외로움이 회복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공허함은 꽉 막힌 유리병 속 진공상태와도 같다. 사랑을 모르거나 믿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조차 느끼지 않는다. 진공 속에서
[오피니언타임스=곽예지]청년칼럼을 쓸 때처럼 글을 실명으로 올리다보면 가끔 필명을 만들어 속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족이 이름을 검색해 내 글을 보곤하는데 사실 반갑진 않다. 애석하게도 가족과 맞아 떨어지는 가치관이 거의 없고, 오히려 부끄럽기 마련이다. 스스로 주제를 검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난감해진다. 글감이 없어 머리를 감쌀때면 괜히 실명을 탓하고 싶어진다.필명을 든든하게 세우고 더 짙고 재밌는 문장을 슥슥 써나가는 상상을 해보지만, 이내 접는다. 핸드폰 기록이 노트북에 공유되고, 전화번호가 인스타그램에 연
[오피니언타임스=곽예지]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돼요." 너무 맞는 말이다. 때로는 감정보다도 오락가락 하게 되는 기분이 태도가 된다면 예측가능성으로 굴러가는 사회는 쉽게 무너져 앉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간단한 규칙을 이행하기에 너무나 어설프고 모자란 인간들이다. 감정은 때때로 나의 의식을 요리조리 비켜나며 비대해지고, 붉은 용암처럼 꾸덕꾸덕 흘러나온다. 따뜻한 불인줄 알고 자박자박 걸어 들어오던 사람들의 발이 버석하게 갈라져 버린다. 서로가 당황하고 두 눈길이 오갈 데 없다.정말 아무렇지도 않았
[청년칼럼=곽예지]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글들을 여러 편 쓰게 된다. 내 또래의 대학생들 중 자발적으로 글을 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가끔 마음 가는대로 적는 일기 몇 편과 더 가끔 쓰게 되는 편지 몇 통을 빼고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책상 앞에 앉아 연필을 쥐게 하는 글은 대부분 ‘써야 해서’ 쓰는 것들로 구겨지듯 남는다. 나도 다르지 않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의 모습이라 부끄러운 상황이지만, 내향적으로 파고드는 일기나 때때로 자폐적인 글들을 남들에게 안보이게 블로그에 끄적이는 게 전부
[청년칼럼=곽예지] 인스타그램이 재밌다. 중독자는 아니다. 그럼 인플루언서라도 되나? 그건 더더욱 아니다. 팔로워 백 명 남짓의 평범한 사용자일 뿐이다. 하지만 내게 ‘인스타그램’은 상당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채널이다. 인스타그램을 잘 활용해서 얻은 이득과 재미도 많다.가장 먼저, 피드를 꾸며 나를 표현하는 것이 흥미롭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분위기인지,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지, 무슨 일을 해왔는지 등. 피드를 통해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다.‘보여준다’는 단어로 인해 과시라는 부정적 면모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청년칼럼=곽예지] 재미있는 이력서를 우연히 발견했다.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 에디터를 뽑는다는 공고 게시물을 따라 타고 링크까지 가서 클릭해 보았다.‘내가 만약 이런 곳에서 일하려면 어떤 식으로 서류를 작성해야 할까?’라는 가벼운 호기심만 가지고 여유롭게 첫 번째 서류를 열어보았다.그리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름과 생일 같은 아주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몇 자 적은 뒤 – 별자리를 쓰는 칸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가장 먼저 마주한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 이라는 간결하면서도 철학적인, 깊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우리오파(于里烏播)/개귀여어(凱歸蠡魚)/하고풍거(河鼓風去)/삭다해라(削多海蘿)’‘언니는 경마장 출입금지라면서요? 언니 미모에 말이 안 나와서....’위와 같은 ‘주접’이 밈(meme)이 되어 퍼져나가고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유심히 둘러보면 연예인·유명인·인플루언서들의 sns나 유튜브 댓글창에 주르륵 달린 ‘주접 댓글’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너무 오바스러운 건 아닌가 싶다가도, 다양한 언어유희와 재치들을 보고 있자면 결국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이런 댓글들은 악플을 정화하는 효과를 내기도 하며, 셀럽들이
[청년칼럼=곽예지] 집. 우리는 집에 ‘머문다’. 언젠가 떠날 수도 있겠지만, 살고 있는 그 동안은. 집에 들어오면 밖에서 잔뜩 웅크리던 내 마음이 가장 먼저 풀썩 누워 머물고, 떠오르는 생각들도 집에서만큼은 조금씩 더 머무르고, 맛보는 음식조차도 휙휙 움직이는 식당의 접시들과는 다르게 느긋이 머금어지다 사라진다. 한 철학자는 그런 집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집이란 풍경보다도 ‘한 영혼의 상태’이다.”눈을 돌리자마자 야속하게 슥슥 지나가는 풍경과 다르게, 영혼이 머무는 곳도 결국, 집이다.1인 가구 비율이 늘고 있다는 말은, 이젠
[오피니언타임스=곽예지] 작가의 신작 출판, 가수의 신곡 발표, 의학팀의 신기술 개발... 우리가 작은 날숨을 한 번 뱉어내는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것’은 끊임없이 다가오는 물결처럼 태어나 서핑 보드 밑 파도처럼 흐르고 있다.2017년 통계청에서 정식 직업으로 인정,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 크리에이터. 우리 주위를 쉴 새 없이 덮어가는 콘텐츠를 잉태해내는 바로 그 직업,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청년들 사이에서 천정지부로 솟아오르는 것은 놀랍지 않은 양상이다. 콘텐츠의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뉴미디어의 특성을 의식하고 보면 유튜브를 가